(37.5℃가#31. 코로나19가 난임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19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난임병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구의 한 난임병원에는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병원이 하루 동안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난임부부들 사이에서 상당히 저명한 병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잠시 발길을 끊을 듯하다.)
난임병원의 일부 의사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새로운 시술을 당분간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내 담당 선생님이 소신에 따라서 시술 중단을 선언하신다면..? 아 상상만으로도 곤혹스럽다.;; 한 달 한 달이 아까운데 이깟 바이러스 때문에 2세 계획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는데 말이다. 여자 나이 40세가 넘으면 유산율이 50%에 달한다. 착상도 될까 말까인데 겨우 착상되더라도 임신 기간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할 거다. 결국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임신이 돼야 한다.ㅠㅠ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도 곧바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나타났다. 손소독제가 병원 어디에나 있고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병원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난자채취와 이식을 받는 여성들도 마스크를 쓰고 시술실에 들어간다.
난임병원에 다닌지 꽤 오래됐는데 이런 광경은 처음봤다.ㄷㄷ 얼마 전부터는 적외선 발열 카메라와 비접촉식 체온계를 이용해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입장하기 시작했다. (37.5℃가 넘으면 입장을 하지 못한다고 하기에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매고 갔던 나는 잠시 긴장하기도 했었다.)
마침 이날은 자연살해세포(NK cell)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자연살해세포라는 건 면역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세포인데 바이러스와 암세포로부터 내 몸을 지키고 방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세포가 너무 활성화되면 임신 시 태아 세포를 바이러스나 암세포처럼 이방인으로 오해하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을 제외하곤 이 수치가 높아서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난임이 아니라면 이 단어를 평생 한 번도 들어볼 일이 없을 거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수치가 정상 기준을 웃돌았다. 이 수치가 높아서 임신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다. 그래서 다음 이식 땐 면역을 떨어뜨리는 여러 약과 주사제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어떤 의사는 면역력이 약해진다고 이런 시국엔 다이어트도 하지 말라고 하던데 나는 일부러 면역력을 떨어뜨려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켜야 한다니..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모든 약을 다 처방해 주세요!"하면서 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도 무서운데 아이를 가질 시기를 놓치는 건 더 무섭다. 하루빨리 감염에서 모두 자유로워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김지영 기자 jy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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