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이 휴교·휴원 조치를 장기화하면서 가족돌봄휴가를 고민하는 맞벌이가 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가족돌봄휴가 등 익명신고' 카드까지 꺼내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싸늘한 반응입니다.
◇고용노동부, 가족돌봄휴가 등 익명신고 운영
고용노동부는 최근 가족돌봄휴가가 필요한데도 회사로부터 신청을 거부당한 근로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가족돌봄휴가 등 익명신고' 시스템을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족돌봄휴가 등 익명신고 시스템은 코로나19로 근로자가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하는데 사업주가 가족돌봄휴가를 거부할 경우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또 눈치가 보여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해 불이익을 받았을 때도 익명으로 신고 가능합니다.
신고 당한 사업장은 우선 근로감독관이 직접 유선 등의 방법으로 지도하고요. 그래도 시정되지 않았다면 신고인의 동의를 받아 정식 사건으로 접수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중소기업 근로자 "신고 후 불이익 두려워"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직원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에선 익명이라고 해도 누가 신고했는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요. 불이익에 대해서도 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퇴사를 마음먹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는 겁니다.
두 아이를 둔 박지연(36∙여) 씨는 "유치원 휴원이 더 길어질 것 같아 회사에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면서 "익명신고를 하고 싶지만 자녀를 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아 누가 신고했는지 금방 탄로 날 게 뻔해 참았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김은영(34∙여) 씨도 "규모가 작은 회사라 대체 인력이 없음에도 아이 때문에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했다"면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사정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휴가를 내자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아빠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영수(38세) 씨는 "중소기업은 대체 인력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휴가를 쓰면 업무에 공백이 발생한다"면서 "내부 분위기상 재택근무도 안 하는데 가족돌봄휴가는 언감생심"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익명신고를 하면 되지 않나'는 질문에 "대상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누가 (신고를)한 지 회사가 뻔히 알 수밖에 없어 두려워 못한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한편 가족돌봄휴가는 근로자가 자녀 등 가족을 단기적으로 돌볼 필요가 있는 경우 하루 단위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무급으로 연간 최대 10일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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