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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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혼하지 않고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을 가끔 만나면 그들은 나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일하랴 애 키우랴. 놀지도 못하고. 네 성격에 그러고 사느라 힘들지?" 그럴 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답한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근데 덕분에 이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있잖아"


아아악!!!!


젤리 먹는 것을 두고 거실에서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던 19개월 태평이가 갑자기 방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방문을 닫고 들어가 소리를 질렀다. 순간 나는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이건 뭐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인데?


아뿔싸. 이건 내 모습이다!! 아이가 돌을 지나면서 떼를 쓰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 아이에게 화를 낼 수는 없고, 어디다 풀 곳도 없으니 잠시 아이를 거실에 둔 채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몇 번(3~4번 정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ㅜㅜ)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나면 화가 다소 가라앉고 차분하게 아이를 볼 수 있었다. 방문을 2개나 닫고 들어온 데다 창문도 열었으니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속에 켜켜이 쌓인 육아 스트레스와 뒤섞인 화를 뿜어낸 소리는 바깥 소음을 잠재운 건 물론 문 2개를 거뜬히 뚫고 거실에 있는 태평이 귀까지 들어갔던 거다.


그 뒤로 나는 다시는 그 행동을 하지 않았고, 태평이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태평이가 4살이었던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1학기를 마무리하며 학부모 상담을 하는 날이었다. 태평이는 어린이집 내에서 모범생으로 꼽히는 아이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선생님을 찾았다. 상담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하지만 막판 반전이 있었다.


어머님, 태평이가 어린이집에서 놀 때 보면 특히, 역할놀이를 할 때요.
'아휴~' 하고 한숨을 많이 쉬어요. 혹시 댁에서 누군가 그러지 않으세요?


"아…글쎄요.." 말을 대충 얼버무리고 나왔다.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자신할 수도 없었다. 그날 저녁 스스로의 말과 행동들을 신경 써서 돌아보던 나는 한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도 모르게 끊임 없이 한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휴.. 빨래는 언제 하나. 아휴.. 집안일이 끝이 없네. 아휴.. 내일은 뭘 쓰지. 아휴.. 아휴.."


어질러져 있는 걸 못 보고 마음먹은 건 당장 해야 하는 성격이라 퇴근 후 아이를 보면서 밥도 하고 집안일까지 하려니 힘들었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수 없으니 한숨으로 표현했고 태평이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따라하기 시작해 버릇이 된 거였다.


하루 종일 떨어져 있다가 만난 엄마가 한숨만 쉬고 있었으니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 그 뒤로 나는 의식적으로 한숨을 쉬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태평이의 버릇도 사라졌다.

840_1674_1057.jpg 태평이가 그린 아빠, 엄마, 야야(고양이), 태평이. 아빠와 엄마 눈은 항상 태양처럼 반짝이고 입은 활짝 웃고 있다.

이렇게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나쁜 점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이 웃고 더 좋은 생각을 하고 더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모습이 곧 아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먼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본다. '혹시 내가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나' 하고 말이다.


5세가 된 태평이는 이제 사람을 온전히 그릴 수 있다. 엄마와 아빠의 눈은 항상 태양처럼 반짝이고 입은 활짝 웃고 있다. 그때 내가 행동을 바꾸지 않았다면 태평이가 그린 그림 속 내 모습은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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