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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모'라 미안합니다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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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5개월 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저희는 맞벌이 부부로 평일엔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어 차로 30여분 떨어진 거리에 사는 장모님이 아이를 돌봐주고 있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아이를 보러 처가에 가죠. 첫 돌까지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양육을 할 수 있었지만, 휴직이 끝나고 회사에 복귀해야 해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면 아이가 어떻게 아는건지 너무 심하게 울어 간식을 주거나 장난감으로 시선을 끌고 몰래 도망치듯(?)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한편으론 아이가 상처받지는 않을지, 인성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A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엄마 아빠가 아이와 같은 집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차로 30분 정도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면 할머니가 낮에 집에 오거나 아이를 할머니 집에 데려다줘 도움을 요청 해야겠죠. 퇴근 후 또는 부모가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애착 관계 형성을 위해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매주 아이를 본다고 하더라도 아이는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부모를 보면서 안정적인 애정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 때문에 '혼란'이란 감정을 먼저 배우겠죠. 더구나 헤어질 때 아이가 이별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지 '운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이가 부모와 주변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라도 헤어지는 인사를 한 후 다시 찾아오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헤어짐'에 대한 연습을 스스로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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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부모와의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아이들의 일차적 애정 대상은 바로 부모입니다. 아이와 양육자 간의 애정 결속은 아동기뿐 아니라 청소년기, 성인기 심지어 노년기까지 지속되는데요. 이렇게 전 일생에 걸쳐 이어지는 초기 정서적 유대 관계의 영향은 단지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다양한 관계로 확장됩니다. 그만큼 어렸을 때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매우 중요한 것이죠.


아이 뇌의 많은 부분은 출생과 동시에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뇌 성장의 90%가 생후 첫 5년 동안 이뤄진다고 합니다.


실제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은 2012년 연구를 통해 부모로부터 지지적 양육을 받은 3~6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7~13세 학령기에 기억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의 부피가 더 크게 자란 걸 발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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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애착 관계는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격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불안정 회피애착(아이들에 부모가 무반응이거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때 또는 지나치게 열성적이어서 아이가 많은 자극을 원치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 형태)을 형성한 아이는 부정적 감정이 크고 또래에게 공격적이며 적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성격은 또래 집단으로부터 거부되거나 고립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죠.


불안정 저항애착(일관성 없는 부모의 양육 태도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형태)을 형성한 아이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쉽게 좌절하는 모습을 주로 보이는데, 또래로부터 무시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안정 혼란애착(학대 아동 또는 심한 우울증을 보이는 부모의 아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형태)을 형성한 아이는 행복할 때도 눈 맞춤을 회피하는 행동을 보였는데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결과긴 하지만 영유아기부터 만들어진 애착 관계가 아이의 사회 발달과 적응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죠. 뇌 성장이 급속히 이뤄지는 생후 초기 아이는 특히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아이를 세심하게 보살피면서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해야 합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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