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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Mar 21. 2018

수돗물 가습기는 미세먼지 폭탄?..제조사 입장 들어보니

전일 국내 한 언론사의 가습기 관련 보도에 현재 가습기를 사용 중인 많은 부모들이 한순간 멘붕에 빠졌다. 이 언론사는 자체 실험을 토대로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어 사용하면 다량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정수기물을 사용한 가습기에선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 증류수를 넣은 가습기에선 미세먼지가 거의 생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초음파 가습기를 쓸 때 수돗물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과거엔 가습기 안의 큰 통에 물을 한번 부으면 그 물이 다 떨어질 때까지 썼다. 그러던 중 가습기 안의 고인 물에서 세균 등 미생물이 잘 번식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에 물을 자주 갈아주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세제 회사에선 살균제로 씻으면 세균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이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가습기 제조사와 전문가들은 염소 성분이 들어 있는 수돗물을 사용하면서 자주 물을 갈아주면 세균 번식 우려 없이 건강하게 가습기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제 그 방법 역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니 피하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란 건지 모르겠다. 논란이 확산되면 정부가 나서서 조사에 들어가겠지만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일단 가습기 업체의 입장은 한 번 들어봐야겠다.


다음은 엄마들 사이에서 세척이 편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을 탄 한 초음파 가습기 생산업체의 입장을 듣고 Q&A 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Q.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면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그렇다. 초음파 가습기는 물속에 든 성분을 잘게 쪼개서 내보내는 원리다. 때문에 공기청정기의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는 거다.


Q. 그런데 증류수와 정수기 물을 넣고 미세먼지 수치를 봤더니 별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A. 증류수랑 정수기 물은 칼륨이나 칼슘, 나트륨 등의 미네랄 성분을 모두 빼 버린 물이기 때문이다.


Q. 그러니까 물속에 들어 있는 미네랄 성분 때문에 공기청정기의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간다는 얘긴가?

A. 그렇다. 정수기 물과 증류수는 미네랄이 함유돼 있지 않고, 시중에서 사 마시는 물과 수돗물은 미네랄이 들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는 거다.


Q. 물 속 미네랄 성분 중 폐에 들어가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성분이 있는 건 아닌가?

A. 그런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래서 초음파 가습기가 개발된 196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거다. 유해했다면 초음파 가습기를 쓰지 않았을 거다.


Q. 연구 결과가 없다는 건 연구를 안 했다는 얘기도 되지 않나?

A. 아니다. 마셨을 때 문제없는 물이기 때문에 흡입해도 문제가 없다.


Q. 마셔서 위로 들어가는 것과 흡입해서 폐로 들어가는 것은 다른 얘기 아닌가?

A. 아니다. 일반적으로 마셔서 문제가 없는 성분은 흡입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Q. 그럼 증류수나 정수기 물도 가습기 물로 사용해도 된다는 얘긴가?

A. 그렇다.

Q. 그런데 가습기 설명서엔 수돗물을 쓰라고 돼 있고 가습기 설치 기사도 그렇게 얘기한다

A. 그건 미생물 번식, 그러니까 세균 번식 문제 때문이다. 증류수나 정수기 물에선 세균 등 미생물이 더 잘 번식할 수 있다. 그 세균들이 폐로 들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수돗물엔 살균 작용을 하는 염소가 들어 있어 세균 번식이 상대적으로 빠르지 않다. 그래서 수돗물이 가습기 사용에 가장 좋다고 하는 거다. 하지만 가습기 물을 4~5시간에 한번 씩 갈아주고 물통 관리를 잘 해주면 증류수나 정수기 물도 괜찮다. 마실 수 있는 물은 다 써도 무방하다. 관리만 잘 해준다면 말이다.


Q. 앞에서 살균 작용을 하는 염소라고 했는데 살균 작용을 하는 염소 성분이 잘게 쪼개져 폐로 들어가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A. 그런 연구 결과는 없다. 먹어도 무방한 물이면 (가습기 물로 사용해도) 괜찮다고 보면 된다. 수돗물을 사용했을 때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거다. 수도관이 오래되서 녹슬고 하면 거기서 금속 성분 등이 나올 수 있긴 하다. 그래서 염소나 수돗물 속 성분이 걱정되면 수돗물을 받아놨다가 밑에 (염소 등이) 깔린 물 말고 윗 물만 사용하면 된다.


Q. 그런 가이드라인은 정부에서 정해주는 건가?

A. 그런 건 아니다. 여러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그렇게 나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그렇게 제시하는 거다.

초음파 가습기 제조사의 입장을 들으니 더욱 갈피를 못 잡겠다. 각각의 주장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다는 것이 걸린다. 연구 결과라는 건 아주 미세한 조건에 의해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거엔 참이라고 절대적으로 믿었던 것이 거짓이 되기도 했고 과거엔 거짓이었던 것이 참이 되기도 했다. 이 말은 지금의 참이 또 언제 거짓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가습기를 어떻게 사용할지 아님 아예 버려야 할 지 고민된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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