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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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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일한 바람은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였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왜 이렇게 자주 울지' '왜 밤마다 잠을 안 자는 거지' 등 걱정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첫돌이 다가올 때쯤에는 '왜 우리 아이는 아직 잘 못 걷지'라고 걱정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는 '사회성이 부족하면 어쩌지'라고 불안해했는데 막상 어린이집을 보내곤 '우리 아이가 밖에서 다치면 어쩌지'라고 걱정했다. 학교에 가면 이제 걱정이 덜 하겠지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교우 관계, 선생님, 학습 능력, 학원 등 걱정해야 할 것이 오히려 산더미처럼 쌓였다.


아마 많은 부모가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는데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교차로의 꼬리물기처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머릿속에 뒤죽박죽돼 버리면 엄마인 나의 삶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1579_3868_1354.jpg 엄마 밖에 모르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스스로 많은 친구를 사귀고 인간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난 아직도 아이가 젖먹이 아기처럼 여겨져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며칠 전 새벽 아이의 휴대폰 진동이 울려 우연히 아이의 카톡을 보게 됐다. 이름도 저장되지 않은 아이와 존댓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 딸을 가진 아주 이기적인 엄마 입장에서 (메시지가 온 시각은 새벽 3시였다) '이 아이는 잠도 안 자나. 뭐 하는 애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의 카톡 상태 메시지에 적힌 욕설에 충격받은 건 덤이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개학식 날 학교 앞 놀이터에서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때부터 진하게 남은 기억의 잔상 속에 내 아이 모습이 들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카톡 한 줄로 시작된 걱정은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 내 아이를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걱정은 늘 '내가 일을 그만둬야 하나'로 끝난다. '일을 그만두면 남편 외벌이론 부담스러운데, 내 커리어는 어쩌지'란 걱정으로 넘어간다. 그리곤 '왜 항상 이런 걱정은 나 혼자 해야 하는 거지'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세상 모르고 옆에 잠들어 있는 남편이 너무나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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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난 아이에게 물어보니 우연히 놀이터에서 같이 놀다 알게 된 언니라고 했다. 그리곤 "내 카톡을 몰래 봤어?"라며 기분 나쁜 듯 '흥칫'거렸다. 밤새 하던 내 고민이 헛짓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우리 엄마 역시 내 보호자로서 걱정한 것뿐이었는데 난 별거 아닌 일로 귀찮게 한다며 매번 툴툴댔기 때문이다.


내가 부모가 돼보니 조금씩 친정 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부모의 걱정들을 아이에게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할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게 또 걱정이다. (절대 헬리콥터맘이 되고 싶진 않다.)

1579_3867_429.jpg 산부인과에서 첫째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엔 양육에 대한 걱정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이게 될 앞날을 예상하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는 여유를 부렸다.

아이를 키우는 주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이의 연령대마다 하는 고민도 참 비슷비슷하다. 현재 내가 하고 자식 걱정이 너무 오버 아닌가 생각도 했는데, 오히려 부모로서 당연한 것이란 말과 함께 공감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걱정은 답도 끝도 없다. 답을 제시할 순 없어도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부모가 비슷한 이유로 순간순간마다 자식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삼남매가 훌쩍 자라 두 딸은 결혼하고 막내는 대학교 졸업만 앞둔 상황에서 아직도 틈만 나면 자식 걱정하는 친정 부모님을 볼 때마다 아마 나 역시 내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눈을 감는 그 날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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