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라이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노트 Apr 05. 2018

싱가포르 2년차 초딩의 국제학교 한 달 적응기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전경(출처: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홈페이지)

얼마 전 나는 '초딩 학부모'가 됐다.


지난해 2월 말 싱가포르 생활을 시작해 일 년간 유치원에서 재미나게 생활하던 큰 아이는 8살이 되는 올해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SKIS) 1학년으로 입학했다. 자유롭고 편안한 유치원 생활에서 벗어나 어느새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이제 한 달 남짓된 아이의 싱가포르 초딩 생활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3월1일자로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된다. 유·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는 SKIS는 학교급별로 시간대를 달리해 입학식을 한다. 입학식 날의 최대 관심사는 어떤 분이 담임선생님인지, 어떤 친구와 같은 반이 됐는가다. SKIS 초등학교는 한국어 담임선생님과 영어 담임선생님이 함께 반을 맡아 공동 담임제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대하던 선생님 발표에 이어 입학식 행사가 끝난 뒤 잠시 교실에 모여 아이들과 담임선생님들의 대면시간이 마련됐다. 처음 발을 딛는 새로운 교실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자리에 앉아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이기도 하고 긴장돼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친한 친구들이 같은 반이 돼서 그런지 신난 얼굴로 초딩 생활 첫날을 시작했다.


SKIS 교육과정은 한국 초등교육 과정과 더불어 국제학교의 특색을 살린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임에도 주당 수업시수가 40시간이다. 한국 초등학교의 1ㅎ학년 수업시수가 보통 주당 22~23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이곳의 수업은 아이들에게 과중하게 보일 수도 있다.


수업시수가 이렇게 많게 된 건 바로 영어와 중국어 등의 언어교육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의 수업시수는 주당 17시간인데 영어수학, 영어과학이 각각 주당 2시간씩 배치되고 그 외에 말하기와 쓰기, 문법을 비롯한 영어 전반에 대한 수업이 13시간씩 이뤄진다.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초등학교 1학년에서 수업 중 사용하는 영어와 중국어 교과서

첫날 아이가 받아온 교과서를 찬찬히 살펴보니 과연 내 아이가 이런 수준의 학습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유치원에서 파닉스를 겨우 이해하고 선생님의 말을 듣고 따라하는 수준이지 영어로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은 아이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라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다행히도 그런 부분들은 3월에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기우였음을 알게됐다.


싱가포르에선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로 쓰이기 때문에 영어 못지 않게 중국어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진다. 이를 반영해 SKIS에서도 주당 4시간의 중국어 수업이 이뤄진다. 중국어 교과서를 보니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한자가 아니라 간략히 만든 간체자라서인지 봐도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본격적인 국어 수업에 영어와 중국어까지 3개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지만 엄마의 마음은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으려나 따라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어느 책에서 봤던 '모든 아이에게는 배우는 능력이 있다'라는 글귀에서 위안을 얻으며 아이에게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심어주고자 3월에는 같이 긴장하고 마음을 곧추 세웠다.


한국이었다면 3월에는 3주 정도의 학교 적응기간을 가질텐데 여기선 그런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단 3일만 오전 수업이라는 꿀같은 여유의 날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간다. 영어 선생님은 1학년만 7년째 맡는 베테랑이라서 그런지 안정감 있게 아이들을 대하고 첫날부터 학습노트에 가벼운 숙제를 매일 내준다. 다행히 아이도 싫어하는 기색 없이 선생님이 하라는 것은 당연히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게 있다. 바로 금요일마다 있는 스펠링 테스트다. 매주 시험 볼 5개의 단어와 2개의 문장을 미리 알려주고 금요일에 테스트를 한다. 영어를 쓰고 외우는 경험이 없었던 아이라서 주중에 꾸준히 조금씩 암기를 하도록 옆에서 도와준다. 하루에 단어 2개 또는 문장 1개씩 외우면서 목요일 저녁까지 모두 외울 수 있도록 배분해준다.


아이의 스펠링 테스트를 준비하는 엄마 입장에선 아이가 싫어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게 중요하다. a와 e를 여전히 헷갈려 하고 답답한 실수가 반복되지만 화를 내면 아이의 기분을 망치기에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한다.


그리고 목요일 저녁에 연습시험을 보고 나면 진심으로 칭찬을 해준다. '여기까지 준비를 한 것만해도 대단하다, 너는 이미 만점이나 다름없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마음이 한껏 우쭐해진 아이는 다음 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결과도 좋은 것은 당연하다!^^

영어 홈워크북에 매일 가벼운 숙제가 제시된다. 아이의 활동 사진이 클래스팅이나 왓치앱을 통해 전해져서 아이가 어떤 속도로 배우고 있는지, 학교 생활 모습은 어떤지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보통 잠들기 전에 이것저것 학교생활을 물어보곤 한다. 초반에는 친해진 친구들이 누군지 주로 이야기하면서 '재미있고 좋다'라고만 하더니 2~3주쯤 돼선 힘들다는 말을 한 번 했다..


속으로는 '그래~ 힘들때도 됐지~'라는 생각을 하며 뭐가 힘드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선생님이 자꾸 국어 책 가져와라! 봄 책 가져와라! 수학 책 가져와라! 그렇게 하는 게 힘들어!!" 이러는데 속으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바뀌는 시간표에 따라 사물함에 있는 교과서 챙기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초딩스러워 말이다.


한국선생님과 영어선생님 모두 학부모들과의 수업 내용 공유 및 알림사항 전달을 위해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하는데 한국선생님은 '클래스팅'이라는 어플을 이용하여 아이들의 활동 사진을 수시로 공유해 주고 있다. 영어선생님은 학부모들을 '왓치앱'이라는 채팅방에 불러 모아 수업 내용 전달, 듣기 녹음 파일 공유 등 수시로 수업 진행 사항을 피드백해주고 있다.


1학년 학부모들의 기대와 걱정을 잘 아는 선생님들의 이런 노력 덕분에 이제 갓 초딩이 된 아이를 둔 엄마도 잘 적응하면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즐겁고 설레는 마음 그대로 1학년 생활을 잘해 나가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싱가포르=김선희 객원기자  mysunny1040@hanmail.net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거진의 이전글 재우지 않아도 깊은 맛 '초간단 소불고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