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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Apr 06. 2018

'바다 보고 벚꽃 만끽'..강릉 당일치기 기차여행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서 푸르른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때 '강릉까지 2시간에 주파하는 KTX가 생겼다'는 뉴스가 떠올랐고 빠르게 손가락을 놀려 검색한 결과 기차표 3장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아침 9시 기차로 강릉으로 떠나 저녁 7시 기차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강릉 여행을 결정했습니다.

일어나 대충 씻고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기차여행의 묘미는? 간식이죠! 먹거리를 이런저런 먹거리를 주섬주섬 사서 기차에 오릅니다. 아이와 도란도란 얘기(강릉은 어느 나라냐? 이런 이야기?ㅋㅋ)도 하고 간식도 먹다보니 벌써 강릉에 도착했습니다. 2시간이 조금 안 걸린 거 같네요!

짜자쟌~ 강릉역에 도착하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맞아줍니다. 기념샷 한 컷 찍어주고요.


그런데.. 날씨가.. 날씨가.. 먹구름이.. 아쉽습니다. 화창한 날씨이길 바랐는데.. (OTL) 그래도 일단 여행을 떠나왔다는 데 의의를 두며 택시를 잡습니다. 강릉이 고향인 지인을 통해 강릉은 규모가 작아 웬만한 곳은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게 렌트카보다 싸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죠!


금강산도 식후경! 경포해변 근처 두부마을에서 순두부를 먼저 먹을 예정입니다. 원래 가려던 곳은 모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곳이었는데 기사님이 '거긴 반찬이 별로'라며 이곳에서 먹으라고 강력 추천하시며 차를 세워 주시네요. (ㅎㅎ)


참고로 강릉역에서 두부마을까지 택시요금은 4100원 나왔습니다.

기사님 말대로 반찬 가짓수도 많고 음식도 맛깔스럽습니다. 메인 요리인 두부만두전골은 칼칼하니 제 입에 딱 맞고요. 아이를 위해 시킨 어린이 순두부도 고소~해서 아이가 한 그릇을 금방 먹어치우네요.

밥도 먹었으니 소화도 할 겸 경포해변까지 걸어갑니다. 가다 보니 말린 오징어와 가오리를 파는 가게가 있네요. 오징어를 하나 사서 질겅질겅 씹으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바다 가까이로 갈수록 파란 하늘이 펼쳐지네요. 파란 하늘 사이로는 햇볕이 비칩니다. 역시 떠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이 제 기도를 들어주시는 걸까요?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코 끝을 찌를 때쯤 눈앞에 환상적인 동해가 펼쳐집니다!


"아, 빨리 신발 벗어던지고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


아이는 마음이 급해져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소리를 칩니다. 하지만 뛰어 들어간 바다의 찬기운에 이내 다시 소리를 지르고 나오네요.


"꺄악 너무 차가워!!"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따뜻하지만 바닷물은 아직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역시 동해답네요.

그래도 젊디젊은(?) 아이는 바다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지 않습니다. 들어갔다 나왔다를 여러번, 모래놀이까지 한창을 바다에서 놉니다.


뛰노는 아이를 보며 혼자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보지만 이제는 어떻게 찍어도 '세월의 흐름'을 지울 순 없다고 판단, 어떻게 찍어도 예쁜 아이에게 카메라 렌즈를 돌려봅니다.

그런데 바다 위에 유유자적 떠있던 갈매기들이 한순간 이쪽으로 무리를 지어 날아옵니다. 어디로 떠나가나 했더니만 초등학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너무나도 멋지게 받아먹습니다. 바람을 타면서 제자리에서 날기를 하네요!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합니다. 갈매기들이 상당히 솜씨 좋은 사냥꾼이라는 걸 이렇게 눈앞에서 확인하네요. 새우깡을 먹기 위해 날아든 갈매기 덕에 아이의 인생샷 한장을 건졌습니다.


경포해변에서 두어 시간 놀고 나니 슬슬 배가 출출해집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발견한 '핫플레이스'로 향합니다.

제가 찾은 카페는 사천항에 있는데요. 경포해변에서 사천항까지 또다시 택시로 이동합니다. 카페 앞까지 택시요금은 4100원이네요.


통유리 사이로 살짝 보이는 바다와 매우 매우 이쁘장하게 플레이팅 한 차, 케이크가 이 집이 유명세를 치른 첫번째 이유고요. (사진만 봐도 아시겠죠?) 게다가 커피도 맛있어서 한번 찾은 손님들은 또 찾게 된다고 하네요.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창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상당한데요. 저는 운 좋게!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손님들이 있어 쪼르르 자리를 잡는데 성공!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니 정말 천국 같네요.


차를 마시니 정신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겠네요. 오는 길 택시기사님이 알려준 정보대로 경포대로 갈 예정입니다. 경포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꼭 가보길 추천하더라고요!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옆으로 버스가 지나갑니다. 아무래도 당일치기 여행이니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시 택시를 타기로 결정합니다. 이곳도 관광지다 보니 택시는 아주 잘 잡히네요. 사천항에서 경포대까지 택시요금은 4800원 나오네요.

경포대로 들어선 순간! 눈 앞에 펼쳐진 만개한 벚꽃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지금껏 벚꽃은 진해나 경주가 최고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닌가봅니다. 국내 최고 벚꽃 군락은 강릉에 있었네요!

한가로운 경포호를 따라 주욱 늘어선 벚꽃들이 환상적인 뷰를 선사합니다. 이리 찍어도 저리 찍어도 예쁩니다. 강릉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한 벚꽃을 보다니 선물을 받은 기분이네요!


매연에 찌든 서울 벚꽃과는 색이 다릅니다. 때 타지 않은 흰색 아시겠죠?

강릉 경포대 벚꽃축제는 4월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예쁘게 핀 벚꽃을 볼 작정이라면 조금 서둘러야겠습니다. 이미 이렇게 만개했기 때문에 정작 벚꽃축제 기간이 되면 꽃잎은 떨어지고 잎이 나고 있을 거라고 하네요.


경포대에 앉아 부드러운 봄바람을 맞으며 잔잔하게 빛나는 경포호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만개한 벚꽃을 보고 있으니 또각또각 흐르는 시계바늘이 멈춰 섰으면 하는 생각뿐입니다.


한참 여유를 만끽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나아가는 걸음걸음 예쁜 풍경에 한 컷이라도 더 담아보려는 욕심에 시간이 지체되네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강릉에서 유명한 막국수 집으로 향합니다. 경포호를 지나 막국수집이 있는 신도시까지 벚꽃 가로수가 우리를 배웅합니다.


강릉에 왜 이렇게 벚꽃이 많냐는 질문에 '10년 전 강릉에 신시가지를 개발할 때 가로수를 벚꽃으로 지정해 심어 놓은 것이 지금의 절경을 만들었다'는 택시기사님의 대답이 돌아오네요.

지금껏 먹어본 막국수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비빔막국수를 후루룩 흡입한 후 기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앞으로 바다 보고 싶다, 막국수 먹고 싶다, 순두부 먹고 싶다 하면 강릉에 오자"


우스갯소리로 남편이 던진 말인데요. 앞으로 당일치기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땐 이곳 강릉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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