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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Apr 12. 2018

'아기 성장앨범 먹튀' 사기죄 처벌 가능하나요?

Q 유아박람회에서 한 사진업체와 아이의 성장앨범(만삭~돌 촬영)을 계약했습니다. 계약금은 현금으로 완납했고 이후 만삭 모습과 탄생 50일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며칠 뒤 100일 촬영이 예약돼 있어 확인차 사진 스튜디오에 연락했더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꾸 촬영 일자를 미루더군요. 알고보니 사진 스튜디오는 이미 폐업 처리됐고 사장은 연락두절 상태. 지금껏 찍었던 아이 사진과 앨범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아이에게 예쁜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계약했던 것이었는데 너무 속상하네요. 이런 경우 사진 스튜디오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나요?

A 인생에서 한 번뿐인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먼저 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기죄에 대한 판단은 판매자와 소비자의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성장앨범 계약 체결 당시 또는 대금 수령 당시 업체가 사진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 소비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 자체는 업체가 사진을 찍어 앨범을 주는 등의 약속을 지킬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대전지방법원 2014. 8. 14. 선고 2014고단1215 판결 등 참조)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에는 업체가 소비자와의 계약 이행을 위한 경제적인 능력이 있었고, 이행 의사도 있었으나 계약 체결 이후 경제사정이 나빠져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는 것만으로는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죠.


반대로 사진관이 채무초과상태로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앨범 교부 의사나 능력 없이 소비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소비자와 업체 간의 계약 체결 당시의 사진관의 재정상태가 어떠했는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 사유 및 그 시기, 자금조달계획의 합리성 또는 타당성, 소비자에 대한 결과물 전달이 늦어진 이유' 등의 결과가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계약금뿐만 아니라 정신적, 물질적 피해 보상액까지 업체에 청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실 텐데요. 사기죄 처벌 여부를 불문하고, 사진관에서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고 대금에 대해 반환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촬영 결과물을 받지 못해 입은 금전적 손해에 대한 내용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죠. 그러나 재산상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정신적인 손해는 전보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재산상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 정신적 피해보상(위자료)까지 받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대형 유아박람회에 입점, 참여했던 업체였기 때문에 의심없이 계약을 진행했던 피해자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업체를 박람회에 입점을 허가한 주최 측에도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주최 측은 여러 업체를 하나의 박람회장에 마련하는 역할만을 담당합니다. 계약은 박람회 주최자가 아닌 소비자와 입점 업체 간에 체결되는 것이기에 주최 측은 제3자인 셈이죠. 때문에 그 이후의 계약 이행에 대해서까지 주최 측이 이행을 보증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주최 측에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 또는 형사상의 사기죄의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겠지만 법률상 책임과는 별개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은 있을 것입니다. 주최 측이 법률적 책임과는 별개로 도의적인 책임을 부담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움말=윤문희·황수정 법무법인 상상 변호사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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