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SNS를 끊었다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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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겠다. 그냥 탈퇴하자'


회사 인사이동으로 이제 막 바뀐 부서에 적응하며 육아와 집안일까지 하느라 몸과 정신이 모두 너덜너덜해졌던 어느 날, 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작별을 고했다.


처음 SNS를 시작할 때는 남들이 한다고 하니 나도 해야겠다며 대세에 편승하려는 목적이 컸다. 그러면서 나의 하루에 있어 가장 인상 깊은 한 장면을 남겨 두는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SNS 세계로 빠져들수록 내 인생을 비관하며 상처받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당시 나의 일과는 '집-회사-어린이집-집'을 오가며 회사일과 집안일, 육아를 무한 반복하는 삶이었다. 꼭두새벽같이 일어나 태평이가 먹을 음식을 해두고 해가 뜨기 전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회사에 나간 후부터는 자리에 앉아 쉴 새 없이 일했다. 하루에 해내야 할 일만으로도 벅찼는데 어쩌다 실수라도 하는 날엔 선배에게 온갖 욕을 다 얻어먹었다.


초 치기 하듯 일을 끝낸 후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태평이를 데리러 갈 생각에 혀가 바짝바짝 말랐다. 허겁지겁 태평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가 밥을 해서 먹은 후 씻기고 재우면 그제서야 하루 일과가 끝났다.


하지만 잠들기 전 엿본 SNS 속 엄마들(파워블로거 혹은 인스타그래머)은 나와 완전히 다른, 여유롭고 우아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연예인처럼 예쁜 건 물론 피부는 백옥같이 하얗고 몸매는 어쩜 그리 다들 S라인인지..


그들은 내가 아이를 낳은 이후론 가본 적 없는 멋들어진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삼삼오오 모여 호텔에서 파티를 열기도 했다. 해외여행도 자주 가고 여행에서 묵는 숙소들은 대개 5성급 이상 특급호텔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과의 유대관계가 너무너무 좋아 보였다.

1640_4121_921.jpg 어느 날 문득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 SNS를 탈퇴했다.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을 엿보고 있으면 하루하루를 닥치듯 살고 있는 현실의 내 모습과 비교되면서 부러움과 함께 우울함이 밀려왔다. 결국 짜증이 솟구치고 그 짜증은 고스란히 남편에게 전해졌다. 아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얼굴 한번 본 적이 없고 말 한번 나눠본 적이 없는 생판 모르는 남과 비교하며 우울해하고 있는 내가 부끄럽고 이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SNS를 시작하기 전 난 나름 내 삶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 중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었다.


그런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SNS 탈퇴를 결심했다. 어쩌면 힘든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임시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SNS를 끊자 적어도 매일 밤 잠은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짜증도 줄었다.


여기서 반전은 얼마 후 SNS를 다시 시작했다는 거다. 변명하자면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건 여러모로 불편했다' 정도(?). 소소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지인들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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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지난 나의 SNS를 열어 보다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힘든데 사진 속 내 모습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마도 아프고 힘든 일은 될 수 있으면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길 바라며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놓았던 것 같다.


이건 세상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 아닐까.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힘든 일은 있고 그걸 이겨 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할 게 분명하다. 단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이젠 조금 편하게 SNS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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