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내 아이만 바라보기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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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벌써 이렇게 뒤집는다? 이봐 이봐. 엄청 빠르지?

몇 주 뒤..

얘 좀 봐! 벌써 이렇게 배밀이를 해!


초보맘 시절 주변 엄마들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초조해졌다. '우리 애는 왜 누워만 있는 걸까. 설마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폭풍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영아 뒤집는 시기' '뒤집기 늦은 아이'..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태평이(아이의 태명)는 돌 전까지의 모든 발달(뒤집기, 배밀이, 앉기, 기기, 일어서기, 걷기)이 느렸다. 보통 여자아이들은 발달이 빠르다고 하는데 태평이는 남자아이들보다도 더뎠다. 개월 수가 차면서 아이들의 발달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초조함을 예약해 둬야 했다.


그런 태평이도 빠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젖니'였다. 보통 젖니가 빨리 나는 아이들이 생후 6개월부터 난다고 하는데 5개월부터 유치가 솟아 올랐으니 정말 빠른 편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나는 기뻐했을까? 아니다. 그땐 또 다른 아이보다 너무 빨리 나는 것 같아 초조했다. 이가 빨리 나면 그만큼 이가 빨리 상해 고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당시 나는 이런 내 행동이 온전히 아이의 건강을 우려하는 엄마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빠르면 빠르다고 걱정하고 느리면 느리다고 걱정하는 나를 보며 깨달았다.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보다 더 깊은 곳에 다른 아이와 태평이를 비교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 뒤로 남이 아닌 '내 아이'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주변 아이를 신경쓸수록 비교하게 되고 불안하게 될까봐 말이다. 그랬더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물론 아이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후 비교의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을까? 그렇다면 나는 진정한 성인군자(聖人君子)일거다. 사실 최근 그 비교의 마음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다잡는 중이다.


지난여름 태평이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그런데 이 친구, 소파에 앉아 태평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한글은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으니 굳이 교육까진 하지 말자 생각해 전혀 가르치지 않았는데 또래 친구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 게다가 내 딸에게 마치 언니처럼 책을 읽어주는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다. 또 다시 '내 아이가 뒤처지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이내 태평이의 신생아 때를 떠올리며 '남들보다 빠른 것도 있고 느린 것도 있다. 비교하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866_1755_4213.jpg 최근 아파트 놀이터에 '줄넘기 열풍'이 불고 있다. 분명 같은 시기에 시작했는데 친구들은 대여섯번을 거뜬히 넘기는 반면 태평이는 아직 한바퀴 온전히 돌리는 것도 힘들다.

아마도 이런 '충격과 마음 다잡기'는 앞으로 수천번, 수만번은 더 반복될 것 같다. 학교에 들어가고 아이의 수학(修學) 능력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면 더 잦아질 게 분명하다. 그때까지 지금의 마음이 변치 않을 거라 100%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럴 때마다 신생아 1년간 태평이의 '아가아가함'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를 떠올리며 '진정 쿨한 엄마'가 되길 오늘도 기도한다.


p.s. 참고로 아이를 방치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특히 신생아기엔 아이의 발달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유아 사시' 등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좋은 질병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검진 등을 필수로 하고,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빨리 해결하는 게 좋다. 아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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