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콤이 엄마와 상콤달콤이의 3개월 남짓한 병원생활을 남편이자 아빠로서 함께 하면서 나도 모르게 지친 탓일까.
나름 굳게 마음을 먹는다고 먹었건만 실제 육아가 시작된 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든 일상에 내 정신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순식간에 가출해버렸다. 남들은 아이 하나 키우기도 벅차다는데 한꺼번에 둘을 키우려니 어쩌면 이런 상황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첫 한 달간, 낮에는 육아 베테랑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든든한 지원군이자 멘토 역할을 해줬기에 수월한 편이었다. 어느새 30년이 훌쩍 넘어 희미해진 육아의 기억을 애써 떠올리며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신 장모님도 불편함을 무릅쓰고 우리와 함께 생활하시면서 도와주셨다.
덕분에 콤콤이 엄마는 짬짬이 쉬면서 임신과 오랜 입원 생활로 망가진 몸을 잠시나마 추스를 수 있었다.(실제로 병원 진단 결과 콤콤이 엄마의 몸은 안쓰러울 정도로 많이 상해 있었다.) 나 역시 몇 달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쌓여 있던 회사일을 돌볼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퇴근하고 장모님도 휴식을 취하셔야 하는 밤이 되면 상황은 달라졌다. '육아 생초보' 우리 부부가 오롯이 둥이를 봐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소화기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자주 맘마를 찾는다. 콤콤이들도 마찬가지다. 모유량이 적어 두 달간은 분유와 혼합수유를 했는데 두 녀석은 맘마를 준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 맘마를 다시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때마다 분유를 타고, 먹이고, 트림시키는 '마의 3코스'가 줄기차게 반복됐다. 하나도 아닌 두 아이가 쓰는 젖병과 젖꼭지가 끝도 없이 쏟아지니 설거지와 소독은 쉴 틈 없이 계속해야 했다. 그 와중에 수유텀을 조금씩 늘리기 위한 아이들과의 힘겨운 눈치싸움(?)은 보너스.
맘마를 먹이고 시시각각 컨디션과 기분이 변하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만큼이나 만만찮은 것이 바로 기저귀 교체 타임이다. 신생아는 원래 그렇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소변과 대변 기저귀를 하루에 수십 번씩 갈다 보니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루에 나오는 기저귀 양은 당연히 어마어마했다. 아이들을 낳기 전 남아돌아 처치 곤란이던 규격 쓰레기봉투 묶음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치열한 일상이 매일 같이 계속되다 보니 하루에 자는 시간은 기껏 해봐야 2~3시간에 불과했다. 잠을 못 자니 정신은 늘 몽롱하고 다크서클은 턱 밑까지 내려올 지경이 됐다.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소위 말하는 '육아 좀비'가 따로 없었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 아빠들에게 100일 전후까지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어보면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면 부족이라고 답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엄마 아빠 입장에서 아무리 고생을 해도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잘만 커주면 정말 그보다 감사한 일은 없다. 그게 우리네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껏 강조하시는 '부모 마음'이다.
콤콤이가 집에 온 지 보름 남짓 된 어느 날 이를 실감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1분 언니'인 상콤이가 낮부터 열이 오르더니 밤이 될수록 더 심해지는 거다. 다음날로 넘어가는 새벽이 되자 아이의 체온은 38도 가까이 올라가고 얼굴엔 열꽃이 빨갛게 폈다.
100일 전 신생아의 정상 체온은 36.5~37.5도 사이로 이 범위를 지속적으로 벗어나면 폐렴이나 백일해를 비롯한 각종 감염질환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절부절하면서 뜬눈으로 아이 곁을 지키는데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혹시라도 엄마 아빠 잘못으로 일찍 태어나서 이런 아픔을 겪는 건 아닌지 콤콤이 엄마와 온갖 생각을 하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상콤이의 체온은 조금씩 떨어져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새 날도 밝았다. 콤콤이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회사로 출근하는데 잠을 못 잔 피곤함은 온데간데없고 머릿속엔 아이 걱정뿐이었다.
동네 소아과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가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얘길 듣고 왔다는 콤콤이 엄마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한시름을 놨다.
'아, 내가 진짜 아빠가 되긴 됐구나.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 어떡하지'
진짜 부모가 됐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전투육아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린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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