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애 많이 낳으래?
'능력도 안 되는데 애를 2명 이상이나 낳는 게 더 신기하다'
'맘충(몰상식한 엄마들을 비하하는 속어)들 좋아하겠네'
최근 정부가 기존 3자녀 이상 가구에 제공했던 혜택을 2자녀 이상 가구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기사에 올라온 수많은 댓글 중 일부입니다. 물론 '이제라도 잘하는 정책'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필요한 정책'이라며 공감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 정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실제 혜택을 받고 있는 현재 다자녀 가정의 의견입니다.
상당수의 다자녀 가정은 '현재도 다자녀 가구가 받는 혜택은 사실상 없다' '자꾸 혜택이 있는 것처럼 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며 분노합니다.
서울시 구로구에서 세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세 아이 출산을 결정하면서 정부 지원을 바라지도 않았고, 실제 전기세 몇천 원 할인 말곤 혜택도 없다"며 "다자녀 혜택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남들은 정부가 애 키우는데 돈을 다 대준다고 착각해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셋 이상 키우는 다자녀 가정이 다수 가입해 있는 온라인 카페에도 비슷한 의견이 상당수인데요.
이렇게 다자녀 가구 혜택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때마다 세금을 둘러싸고 '정부vs다자녀 가정' '1~2자녀 가정vs다자녀 가정' 양상으로 대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먼저 정부가 다자녀 가정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세 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보육시설 우선 이용 △아이돌보미 다자녀 우선 이용 및 할인 △전기요금 감면 △도시가스 요금 감면 △수도요금 감면(일부 지역) △자동차 취등록세 면제 △다자녀 대학교 등록금 지원 △다자녀 특별공급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기사(☞관련기사 아이 셋이면 대학등록금까지..자녀수별 정부지원 파헤치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은 요금의 30%를 할인받을 수 있으며 월 1만6000원이 한도입니다. 도시가스 요금(4~11월)은 월 1650원(동절기 12월~3월 6000원)까지 할인이 됩니다. 2~3인 가구에 비해 5인 가구는 사용하는 전기량과 도시가스량은 많을 수밖에 없죠. 물론 매우 고마운 혜택이지만 다자녀 가구가 1~2자녀 가구에 비해 지출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할인은 가계 전체 지출에 영향을 크게 미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수도요금 감면은 일부 지역만 해당하며 자동차 취등록세 면제는 올해까지로 한정적인 혜택입니다. 가구원 수가 늘어나면 더 큰 차량을 구매하고 싶은 욕심은 들지만 늘어날 지출을 생각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죠. 다자녀 대학교 등록금 지원은 모든 다자녀 가구가 혜택을 받는다고 흔히 알고 있지만 실상 소득구간별로 차등 지급됩니다. 당연히 성적 기준도 충족해야 하고요.
KTX를 탈 때에도 다자녀 할인을 받을 순 있지만, 많은 다자녀 가정이 셋 이상의 아이를 데리고 KTX를 타러 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에 공감할 겁니다. 아이 하나만 데리고 집 앞 마트에만 나가도 진이 빠질 정도니까요.
보육기관과 아이돌보미를 우선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 지역 카페에는 '다자녀 가정으로 올해 1월 돌봄 신청했는데 지금까지 감감무소식'(ID pip***)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 문제로 인해 태어난 지 막 돌이 된 쌍둥이 아이를 돌봄 신청했는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돌보미의 거절 의사를 전달받았다' (ID kik***)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신청자가 많다 보니 우선 이용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반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오히려 자녀의 수가 많아 돌봄을 실상 거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저소득 지원책인 자녀장려금은 자녀 수 제한 없이 자녀 1인당 30만~50만원이 지급되는데요. 부부의 연간 총소득 합계액이 4000만원 미만, 재산합계액이 2억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같은 소득이라 하더라도 다자녀 가구가 1~2자녀 가구보다 주택이나 차량이 더 클 가능성이 농후한데 지원 기준을 일원화해버린 거죠. '셋째면 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흔히들 오해하는 산후도우미 지원도 사실상 외벌이에 맞춰진 소득 기준을 넘기면 해당하지 않는데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처럼 포장된 정부 혜택에 다자녀 가정만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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