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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Sep 06. 2018

'로또 당첨 확률 저리 가라'은행권 아동수당 계좌이벤트

오는 21일 첫 아동수당 지급을 앞두고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각 은행의 이벤트 홍보 열기가 뜨겁습니다. 그런데 이벤트를 찬찬히 뜯어보니 '의미도 없는 걸 왜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다른 은행이 하니까 형식만 대충 맞춰 급하게 내놓은 티가 심하게 나는 건 물론, 겉보기엔 고객에게 상당한 혜택을 주는 것 같지만 까놓고 보면 은행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포장만 그럴싸하게 해 놓은 게 다반사입니다. 고객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을 들여 이벤트를 알아보느라 시간만 낭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고객 모시기 경쟁에 '눈속임·과대 광고' 수두룩

아동수당 수급 계좌 확보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은행은 IBK기업은행입니다. 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지인 대부분이 이번 이벤트와 관련한 문자를 받았을 정도인데요. 실제 이벤트는 누구나 혹하게 만든 광고와 달라도 너~무 달라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IBK기업은행은 '아동수당을 받은 모든 고객님께 유모차, 카시트 최대 50% 할인 혜택을!'이라는 문구의 이벤트 문자를 고객들에게 보냈는데요. 이는 분명 아동수당 수급 계좌를 IBK로 하면 유모차와 카시트를 최대 절반값에 살 수 있는 혜택을 100%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IBK기업은행이 보낸 이벤트 문자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아동수당 수급 계좌를 IBK기업은행에서 만든 고객들 중 불과 몇 명만 선정해 혜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광고 및 마케팅 수신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서'라는 조건까지 붙더군요. 심지어 몇 명에게 혜택을 제공할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엄빠들이 좋아하는 육아템을 경품으로 내걸어 구미를 당기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경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을 확인한 순간 '헐~'이라는 탄식이 나옵니다.


KEB하나은행은 'KEB하나 입출입 통장으로 아동수당 입금 받고 푸짐한 경품 받자'라는 문구와 함께 LG트롬건조기, 다이슨 청소기 등 육아 필수템을 내걸었는데요. 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각각 1명씩 총 2명 뿐입니다. '푸짐한 경품'이라고 하기엔 포장이 과하죠.            

출처=NH농협은행 홈페이지

NH농협은행도 '더블 행운 이벤트'로 다이슨 청소기와 공기청정기를 증정한다고 빵빵하게 광고했는데요. 역시나 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단 3명뿐입니다.


더 거슬리는 건 이벤트 명칭인데요. 왜 '더블 행운'인가 봤더니, 앞선 이벤트와 함께 같은 기간 NH착한 어린이통장을 만든 고객(만 13세 이하) 중 500명을 추첨해 '올리원 인형' 1세트(2개)를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 올리원 인형을 본 순간, 과연 이 인형이 더블 행운이라는 이름을 걸고 경품으로 내밀만 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벤트 이름에 끼워 맞추기 위해 급조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물론 그중 괜찮은 이벤트도 있습니다. 가장 늦게 이벤트 행렬에 동참한 KB국민은행인데요. 아무래도 홍보가 늦었던 만큼 더 센 걸 내놔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KB국민은행은 추첨으로 △1등(10명) 뽀로로몰 이용권 10만원 △2등(100명) 뽀로로몰 이용권 5만원 △3등(300명) 뽀로로몰 이용권 3만원 등 총 410명에게 경품을 증정합니다. 상품의 가격 차이는 크지만 당첨 확률이 더 높아보이죠?


◇은행 "잠재고객 확보에 주요한 이벤트" vs 고객 "진심 없는 형식적 이벤트"

이번 이벤트를 실시하는 은행들은 그 목적에 대해 하나같이 "잠재 고객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거래했던 은행을 성인이 된 후에도 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착안한 아이디어라는 얘깁니다. 동시에 새로운 이벤트를 할 때마다 은행 관계자 멘트로 나오는 흔한 레퍼토리이기도 하죠.


이벤트의 실체를 확인한 고객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예상대로 쓴소리 일색입니다.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이벤트치고는 짜임새가 허술해 형식적인 이벤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IBK기업은행과 주로 거래하는 장 모(31세) 씨는 "문자를 받고 은행에 직접 찾아갔는데 사실과 달라 황당했다"며 "잠시 주거래은행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라고 아쉬움을 전했고요.


KEB하나은행만 이용한다는 신 모(38세) 씨도 "은행 직원이 아동수당 이벤트 얘기를 꺼내면서 아이 이름으로 수급 통장을 만들고 또 다른 적금 통장을 만들면 만기 시 0.2% 우대금리를 준다고 했다"며 "이벤트에 당첨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고 4% 금리를 제시하는 다른 은행의 상품도 있는 마당에 통장 2개를 개설해야만 받을 수 있는 0.2% 우대금리는 매력적이지도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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