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었는데 이렇게 일이 터졌네요. 공사 현장은 누가 봐도 위험해 보였어요. 그런데도 공사를 진행한 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지난밤 서울 동작구 상도 유치원이 땅 꺼짐 현상으로 10도가량 기울면서 인근 주민이 한밤중에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인근 다세대 주택 공사 현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근처 지반이 침하돼 유치원 건물에까지 영향을 준 건데요. 전문가들은 유치원 건물의 파손 상태 등을 봤을 때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국민은 하나같이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가 날 뻔했는데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상도 유치원 학부모들입니다. 이 유치원에는 현재 12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밤새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학부모들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며 정정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동작구청의 입장인데요. 공사와 관련해 특별한 민원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상도 유치원 학부모 A 씨는 "공사 현장을 보고 유치원에 건의하니 안 그래도 구청에 지반이 약해져서 위험하다는 민원을 넣었다고 했었다"며 "그런데 관련 민원이 없었다는 동작구청 관계자의 말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상도 유치원의 의뢰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가 자문의견서를 통해 붕괴 위험성을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치원의 지속적인 건의에 사고 전날에는 유치원장,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 구조안전진단업체 관계자, 공사현장 관계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공사업체는 안전조치 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부모들은 붕괴 위험뿐만 아니라 추락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하는 놀이터와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사현장이었는데요. 철조망 바로 옆으로 낭떠러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A 씨는 "낭떠러지 높이가 5m는 더 됐다"며 "아이들이 놀다가 철조망에 기대기도 하는데 넘어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학부모들은 앞으로의 일도 막막합니다. 아이들이 낯선 곳에서 일과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민병관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청 교육장은 이날 유치원을 휴원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유치원 옆 상도초등학교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봄을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상도 유치원의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교육받을지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여기저기서 관심을 갖는 게 황당하더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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