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키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노트 Nov 23. 2017

엄빠랑 아이랑 뭐하고 놀지? 없는게 없는 '멀티 게임장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과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던 지난 주말, 아이들 손을 잡고 무작정 버스를 올라탄 뒤 사람들이 북적이는 번화가에 내렸다. 옷 가게, 신발 가게 구경도 하고 길거리 음식도 사 먹다 우연히 발견한 멀티 게임장.


한참 전에 인형 뽑기가 유행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궁금한 마음에 밖에서 멀티 게임장 내부를 염탐(?)했다. 젊은 커플들만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더 많았다. 게임장 앞에서 쭈뼛대는 사이 남편이 내 손을 이끌었다. 철권, 테트리스와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기는 기본이고 스포츠와 사격, 인형 뽑기, 풍선터뜨리기, 고리 걸기, 낚시, 가상현실(VR) 게임까지 가득한 놀 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득 어릴 적 동네 오락실 기계 위에 순서대로 백원짜리를 쌓아두고 내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 게임을 구경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부턴가 아저씨들의 담배 연기가 자욱해졌던 오락실. 점점 불법 사행성 게임장, 불량 청소년의 온상으로 인식되면서 발길을 끊었는데..

신나는 음악과 함께 깨끗한 실내 공간. 어릴 적 기억 속에 있었던 오락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미 큰 아이는 풍선 터뜨리기 게임 앞에 서 있었다. 무인 매표기를 통해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데 직원에게 티켓을 주면 친절하게 게임 설명을 해준다. 다트를 던져 풍선을 터뜨리고 빙고 게임처럼 한 줄을 맞추면 점수에 따라 선물을 주는 식이다. 다트 11개에 5000원. (게임장 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점은 참고하자)


다트를 나눠 8개는 큰 아이가, 3개는 작은 아이가 던졌다. 팔 길이가 짧고 힘이 적어 풍선을 잘 맞추진 못했지만, 어쩌다 한 번 다트에 맞은 풍선이 터지면 아이들은 천장을 뚫을 기세로 소리를 질렀다. (;)

엄마, 총이야. 총!

아이들은 TV에서만 보던 사격 총을 발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과녁에 잘 맞출까"라며 시작된 사격 게임. 아이들은 아빠 편, 엄마 편으로 나뉘어 응원을 시작했다. 비비탄 총 사격 게임 가격은 30발 당 3000원 정도다.


사격 게임의 승리자는 남편. 역시 군필자는 이길 수 없다. 이대로 남편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에 VR 레이싱 게임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시 시작된 아이들의 응원전. 남편을 이기기 위해 초집중하며 액셀을 밟아댔고 결국 이번엔 내가 이겼다.


게임이 끝난 뒤 자신의 편에 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보니 어쩐지 엄마, 아빠가 애들보다 신났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웃어본 게 언제였는지. 철없이 장난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한참 게임을 하며 소리를 지르다 보니 배가 출출해졌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위해 찾은 게임장의 매점은 입장 순간부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쫀드기부터 호박꿀맛나, 아폴로 등 옛날 학교 앞에서 사 먹던 과자뿐만 아니라 종이 딱지와 종이 인형 놀이도 판매, 옛 추억을 회상하게 했다.


생전 처음 인형 뽑기도 도전했다. 이 전까지 인형뽑기에 대해 로또 복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절대 뽑을 수 없도록 설정해놓고 돈만 쓰게 만드는 기계'라는 생각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을 뽑아 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에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기계에 넣었다. 대신 자칫하면 원하는 인형을 뽑기 위해 과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딱 한 판만 하기로 약속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숨죽이고 인형뽑기 갈고리에 집중했다. 인형뽑기가 처음인 탓에 아이들이 원하는 인형을 뽑아줄 순 없었다. 운이 좋게도 작은 인형 2개를 뽑아 아이들이 사이 좋게 나눠 가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은 참가상으로 받은 사은품과 작은 인형을 계속 보여주며 자신이 얼마나 게임을 잘했는지 자랑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에게도 멀티 게임장은 꽤 깊은 인상을 남긴 체험이었다.


남편 曰 "요즘은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네. 애들도 좋아하지만 오랜만에 우리 둘이 즐겁게 데이트한 기분이야"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거진의 이전글 승마, 말 타는 재미에 키 크는 건 '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