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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Nov 24. 2017

매일같이 술 마시는 예비신랑, 결혼 후에도 똑같으면?

연말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29살 예비신부입니다. 제 예비신랑은 평생을 약속할 만큼 듬직하고 믿음직스럽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요. 하루가 멀다고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간다는 거죠. 매번 제겐 회사일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하는데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솔직히 핑계처럼 들리고 화가 나는 게 사실입니다. 결혼한 이후에도 변함없을까 봐 걱정돼요.

◇9년차 애 둘 워킹맘=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이나 모임에서 빠지기 어렵다는 것쯤은 알고 있죠. 하지만 잦은 술자리, 늦은 술자리는 배우자를 외롭게 한다는 것을 상대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열 받아서 바람 피우기 전에 정신 바짝 챙겨라! 강조 별표 세 줄) 좀 더 빨리 승진하는 것이, 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내 가족'을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대화로 풀어보는 게 좋을 듯.

◇직장 6년차 딸 둘 아빠=예비신랑이 늦게 들어온다고 무조건 화를 내거나 혼내지 마시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세요. 예를 들어 첫 번째로 만취 상태로 집에 들어 간다면, 만취 안 하기를 먼저 약속하고 지키는지 보세요. 두 번째로 귀가 시간을 정해 주세요. 새벽 2시라면 새벽 1시, 12시로 점점 앞당겨 보세요. 세 번째로 술자리 차수를 줄여보세요. 4차까지 간다면 2~3차까지로.. 사람이란 게 살아온 환경과 성격이 있고, 더군다나 직장생활이라면 바뀌는 게 쉽지 않습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절대 화내지 마시고~ 그러나 예비신랑이 영업직이나 그에 버금가는 업종일 경우 옆에서 응원해주세요. 그런 게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회식 자리.. 빠지기 힘들고. 끝까지 있어야 된다는 건 알지만.. 전화 한 통화 못하나요? 카톡이라도... 나 늦게 가. 이런 거

◇직장 11년차 아들 하나 아빠=그런 거 감수하고 하는 게 결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거..

◇올리브노트 기자1=우선 결혼한 이후에 변함이 없을까를 걱정하시기보다 심해질까봐 걱정하시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아무래도 결혼하면 편해지기 때문에 저녁 약속이 더 잦을 수 있고요. 또 가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부담감이 커지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이 되는데 왜 부담이 커지냐?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된다는 부담이 윗사람의 눈치를 더 보게 만들고 그러다 보면 더 열심히 회식자리를 찾아다닐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회생활의 민낯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면 나는 여자고 그는 남자고 내가 살아온 환경과 그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결혼으로 느끼는 여자의 책임감과 남자의 책임감은 다르기 때문이죠.


저 역시 신혼 때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참 많이 싸우고 울었죠. 하지만 어느 날 밤. 그날도 남편이 늦게 온 날이었죠. 회사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첫 마디는 "니 남편에게 잘 해줘야겠다"였습니다. 이 선배가 고깃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옆 테이블에 남편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기는 한 점도 못 먹고 계속 고기를 뒤집고 윗사람들 심부름을 하며 왔다 갔다 하는데 옆에서 보기 참 불쌍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때 알았죠. 남자들의 술자리는 '웃고 떠드는 게 반, 근심 걱정이 반'이라는걸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이해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는 것'은 쌍방일 때 더 효과적입니다. 아내만 남편을 이해하다 보면 화병이 날 수도 있죠. 당신이 힘든 것도 아는데 나도 이런 이유로 힘들다는 얘기를 조곤조곤(여기서 조곤조곤이 중요합니다. 화내면 노노노.. 상황이 악화될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편도 수위를 조절하게 됩니다. 물론 기다리는 게 힘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뭐 회식하고 늦게 오는 게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냥 칼로 물 베기 부부싸움으로 끝날 경우가 많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거의 전쟁이 되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뭔가 모를 '동지애, 동료애' 같은 것이 생겨나면서 눈 한번 흘기는 것에서 끝나게 되죠. 물론 이는 적어도 아이가 태어나고 5살은 돼야 가능하긴 합니다. 그전엔 아내도 너무나도 힘들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도 않고,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늦는다면 아예 포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하나를 포기하는 만큼 남편도 하나를 포기하게 만들어야겠죠. 아무리 부부 사이라고 해도 공정해야 하니까요.

◇올리브노트 '청일점' 기자=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하는 남자 입장에서 참석이 불가피한 회식이나 모임이 종종 생기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직장 내 위계질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찌감치 잡힌 부서 또는 팀 회식 일정은 물론이고 갑작스럽게 직장 상사나 선배가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할 때도 무작정 거부하긴 어려워요. 하물며 영업직 또는 그와 비슷한 직종이라면 거래처 상대방과의 저녁 약속도 많죠. 예비신랑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예비신부 입장에서 예비신랑이 매일 술 마시는 걸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네요. 설사 불가피하게 술자리가 많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매일같이 걱정하게 하는 것은 남자 입장에서도 아니라고 봐요.


적어도 결혼 후에는 가능한 술자리를 줄이려 노력해달라고 예비신랑에게 각인(?) 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미리 잡힌 회식이나 모임은 일찌감치 얘기해 달라고 하는 게 좋겠죠. 갑자기 술자리가 생겼을 때는 되도록 만나는 사람이나 술을 마시는 장소를 알려달라고 하고요.


행여 이 글을 보시는 남자분들께 제 팁을 드리자면 술 마시는 중간중간이나 화장실에 들릴 때 부인께 문자나 전화 한 통씩만이라도 하세요. 귀가할 때 덜 혼나실 거예요^^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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