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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수다]드디어 올 것이 왔다..그 이름 '동생'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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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둘째 아이가 생겼나 봐

임신테스트기에 그어진 빨간 두줄. 둘째 아이가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우린 동시에 첫째 아이의 눈치를 봤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첫째 아이. 계속 아기일 것만 같았던 아이는 자신이 언니 혹은 누나가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동생을 보는 느낌은 마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에 데리고 온 것과 비슷하다던데..'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첫째 아이만 보면 눈물이 핑 돌았다. 아빠∙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첫째 아이가 이제 그 사랑을 절반으로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뱃속 아이에게 마냥 기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남편과 나 모두 장남, 장녀였던 탓에 앞으로 첫째로서 짊어질 무거운 책임감과 서운함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어 더 신경이 쓰였다.

997_2114_5226.jpg 첫째 아이와 곧 태어날 동생이 입을 배냇저고리를 함께 만들었다.

막상 그러다가도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동생이 생기면 같이 놀 친구가 생기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첫째 아이는 유독 부끄럼이 많아 또래 친구들만 마주치면 엄마 뒤로 숨기 일쑤였기 때문. 그때마다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곤 했는데 '동생이 생기면 첫째의 성향도 달라지진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다.

보영아, 동생 생기면 좋을 것 같아?


다행히 그간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본인이 입버릇처럼 말해 온 덕분일까. 동생이 생겼다는 엄마 아빠의 말에 아이는 큰 충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둘째 임신 소식에 주변 사람들이 첫째 아이를 과하게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동생 생기면 보영이 불쌍해서 어떻게 해" "동생 태어나면 첫째는 많이 못 챙겨주니까 지금 많이 신경 써 줘"라는 말은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가 됐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첫째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면 '내가 더 사랑받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빠졌다.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행복하고 기쁜 일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끊임없이 얘기했다. 그래서 건강한 동생이 태어날 수 있도록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997_2144_389.jpg 첫째 아이는 아기와 꼭 닮은 인형을 돌보며 동생 맞을 준비를 했다.

첫째 아이에게 아기와 꼭 닮은 인형도 선물했다. 젖병과 기저귀, 포대기가 함께 들어있는 인형이었는데 엄마와 함께 '아기'를 돌보려면 미리 연습이 필요하다며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날부터 첫째 아이는 인형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이런 방법으로 너무 빨리 책임감을 배운 아이의 어깨가 무겁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와 동생을 위해 자신이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뻐했다.


특히 동생이 여자 아이란 사실을 알고난 후엔 자신이 입었던 예쁜 옷과 머리핀, 장난감들을 선물하겠다며 모으기 시작했다. 예쁜 물건, 맛있는 음식만 보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을 먼저 언급할 정도였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위한 출산 준비는 하나부터 열까지 첫째 아이와 함께했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첫째 아이의 의견을 묻고 동생을 위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첫째 아이와 동생이 태어나면 입힐 배냇저고리도 같이 만들었다. '엄마가 너를 임신했을 때에도 이런 것들을 만들었어'라는 이야기를 하며 첫째 아이가 얼마나 사랑받으며 태어났는지 표현했다. 내가 바느질을 하면 아이는 고사리손으로 깃을 잡아주거나 실을 가져왔고, 나는 '보영이가 엄마도 도와주고 너무 착하네' '아기가 언니가 만들어 준 옷을 입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란 칭찬을 쏟아냈다.

997_2116_5227.jpg 동생이 태어난 후 첫째 아이는 항상 동생 곁에서 잠들었다. 따로 잠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이층침대를 구입했음에도 두 아이는 지금도 일층에서 함께 잠든다.

이렇게 우리 가족에게 첫째 아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필요한 사람인지, 사랑받는 아이인지 계속해서 표현하고 사소한 것도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은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출산 전까지 내 배 위에 손을 얹고 "동생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첫째 아이는 급기야 출산 후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보다 동생이 걱정돼 신생아실로 향했다는 후문이..ㅋㅋ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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