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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Nov 24. 2017

단돈 2000원..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레스토랑

싱가포르 직장인들이 즐겨 먹는 푸드코트에서 테이크아웃 한 치킨라이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는 레스토랑 평가·안내서 미쉐린가이드(Michelin Guide·미슐랭가이드)에 소개된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우선 맛이나 분위기는 보증된 셈이다. 그렇지만 가격은.. 솔직히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지 모른다. 만약 미쉐린 원스타 음식을 우리 돈 2000원에 맛볼 수 있다면? 싱가포르에는 세계에서 가장 싼 미쉐린레스토랑이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연방의 일원에서 독립한 국가이자 미국처럼 이주민이 건설한 이민국으로 다양한 민족과 언어, 문화가 존재한다. 그만큼 음식 종류도 매우 많다. 그래서 늘 '진짜 싱가포르 음식이 뭐야?' 라는 질문에 "음.. 칠리크랩, 카야토스트, 싱가폴 슬링..??" 정도의 답변으로 얼버무리곤 했었다. 싱가포르를 한 번이라도 관광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수준인데 말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National dish(국가적 음식)'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치킨라이스다. 2011년 CNN에서 선정한 'World’s 50 best food'에서 45위에 랭크됐으며 호커센터((Hawker Centre·싱가포르 푸드코트) 음식 중 처음으로 미쉐린 원스타까지 받았다. 의외로 너무 평범한 음식이라 놀랍지만 소박한 비쥬얼을 보면 더더욱 놀랄지도 모른다. 이름 그대로 정말 치킨과 밥, 그뿐이다.

싱가포르의 한 고급호텔에서 주문한 치킨라이스

치킨라이스는 중국 남쪽 섬 하이난 지방에서 시작된 요리다. 싱가포르로 이민한 하이난 사람들로부터 전해져 지금은 호커센터의 2달러짜리에서부터 싱가포르 항공사의 기내식 그리고 최고급 호텔의 메뉴에까지 등장하는 진정한 국민음식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싱가포르에 방문한 사람들과 함께는 물론이고 평소 점심 혹은 저녁 식사로도 자주 찾는다.


치킨라이스는 튀기거나 강한 양념으로 조리하지 않아 닭고기 자체의 순수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마늘과 생강이 어우러진 건강식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백숙이나 삼계탕과도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음식과는 다르게 치킨살의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치킨라이스의 묘미다. 이 느낌은 아마 먹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리법과 종류가 각양각색인 치킨라이스는 여러 가지 소스를 함께 곁들여 먹는데 걸쭉한 간장소스, 마늘칠리소스 그리고 생강소스가 기본이다. 개인적으로는 칠리소스와 함께 먹으면 치킨과 소스가 어우러져 향미가 더 좋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더 잘 맞는 듯하다.

지난해 미쉐린가이드에서 원스타를 받은 'Liao Fan Hong Kong Soya Sauce Chicken Rice & Noodle'의 치킨누들

미쉐린 원스타로 선정된 치킨라이스 레스토랑은 차이나타운의 호커 스톨(Hawker stall)에 있는 'Liao Fan Hong Kong Soya Sauce Chicken Rice & Noodle'이다. 식당의 주인이자 쉐프인 싱가폴리언인 Chan Hon Men은 사실 처음에는 미쉐린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지난해 미쉐린가이드에 이름이 오르고 난 후부터 그의 가게는 늘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눈 떠보니 유명인이 된 셈이다. 최근에는 Hersing Culinary라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이뤄 좌석만 80석에,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원래의 호커에서 가까운 곳에 열었다. 메인 셰프는 Chan이 그대로 맡아 두 식당의 맛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생긴 곳을 다녀왔는데, 싱가포르 친구에게 두 곳의 차이점을 물어 보니 단지 에어컨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한다. 물론 에어컨이 있는 곳의 가격이 3.80 싱가포르달러(SGD·한화 약 3100원)로 더 비싸긴 하다. 


호커의 치킨라이스 단품은 2 SGD이니 한국 돈으로는 2000원도 안하는 셈이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싱가포르 사람에서부터 외국인 그리고 어른에서 아이까지 다양하며, 두 곳 모두 늘 문전성시를 이뤄 내가 간 날은 평일인데도 20여분을 기다려서야 먹을 수 있었다.

'Liao Fan Hong Kong Soya Sauce Chicken Rice & Noodle'에서 최근 새로 연 레스토랑. 이 곳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온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보통 유러피안 파인다이닝이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도 리스트를 보면 대부분 화려한 경력을 가진 쉐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아니면 고급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것은 싱가포르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이제는 큰 자랑이기도 하다.


혹시 싱가포르 관광을 계획한다면 단돈 2000원짜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음식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싱가포르=김미리 객원기자  twinklemi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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