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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Nov 27. 2017

[싱가폴스토리]'없는 게 없는' 싱가포르 마켓

하루 세끼 밥해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생활'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장을 봐야 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장을 봐야 일주일 식단이 꾸려지고 돌아서면 휴지가 떨어지고 돌아서면 샴푸가 없는 것이 일상이지 않은가. 오늘은 싱가포르 주부들이 장을 보는 곳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싱가포르 슈퍼마켓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치즈가 구비됐다. 공산품의 국적도 매우 다양하다.

가장 쉽게 들르는 장소는 슈퍼마켓이다. 싱가포르에는 재래시장이 드문 대신 어디를 가든 슈퍼마켓이 있다. 가장 큰 체인은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 '자이언트(GIANT)' 등 세 곳 정도다. 싱가포르 전역에서 이 세 곳 중 하나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할랄 코너의 모습

슈퍼마켓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비슷한 구조와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싱가포르만의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싱가포르 슈퍼마켓에는 무슬림을 위한 할랄(HALAL)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할랄 고기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식용으로 도살한 고기를 말한다. 무슬림은 아무 고기나 먹을 수 없고 반드시 할랄 고기를 먹어야 하므로 슈퍼마켓에도 따로 코너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고기뿐만 아니라 빵집이나 식당에도 할랄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이 종종 있는데 이는 무슬림을 위해 할랄 제품만으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가게라는 의미다.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이고 제품의 수입 의존율이 높다 보니, 다양한 국가의 제품들을 폭넓게 찾아볼 수 있다. 농산물의 경우 중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동남아 제품뿐 아니라 뉴질랜드, 호주 등의 제품도 많다. 다른 생필품의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뉴질랜드와 호주, 유럽, 북미 등지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제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직구로 어렵게 구하던 물건들을 이곳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초밥과 샐러드, 닭구이 등의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소스류도 비교적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해산물 판매대 한쪽에는 세면대가 있다. 해산물을 고른 후 손을 씻을 수 있어 쇼핑이 더 쾌적하다.

또 셀프 계산대가 많아 일반 계산대의 줄이 길 때는 스스로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슈퍼마켓 계산은 바코드를 찍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되는 비교적 쉬운 일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셀프 계산대를 많이 이용한다.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일반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면 직원이 구입한 물건들을 일일이 봉지에 넣어서 포장해 주니 물건이 많을 때는 줄을 서더라도 일반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것이 편리하다.


특이한 것은 채소나 과일의 무게를 재서 태그를 붙이는 기계가 일반 계산대 바로 옆에도 비치돼 있다는 점이다. 채소나 과일을 계산하려고 할 때 태그를 붙이지 않고 그냥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누락된 바코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출력해서 붙일 수 있다.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소비자나 계산원 모두의 입장에서 편리한 일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셀프 계산대 사용 방법이 자세히 안내돼 있다. 바로 옆에 과일·채소 가격표 출력기가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슈퍼마켓의 식재료들은 늘 평균치는 보여주지만 신선하고 맛 좋은 다양한 재료가 항상 구비돼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생선이나 해산물은 질이 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은데 이럴 때 웻마켓(WET MARKET)이라고 불리는 재래시장을 찾기도 한다. 웻마켓은 슈퍼마켓만큼 많지는 않지만 HDB(Housing & Development Board·싱가포르 공공 임대 주택=싱가포르 정부에서 국민에게 적은 비용으로 보급하는 아파트) 단지 근처 등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 중심으로 곳곳에 있다.

재래시장 달걀이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해 이곳에서 장보는 사람들이 많다. 어묵과 만두, 두부 등 다양한 식재료도 살 수 있다.

생선과 고기도 슈퍼마켓보다 신선하고 품질이 좋다. 무엇보다 한정된 슈퍼마켓 제품보다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사과와 배, 감 등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일도 있고 망고나 파인애플, 망고스틴, 파파야, 두리안, 드래곤프루트 등 열대 과일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해산물의 경우에는 고등어와 병어, 갈치, 농어, 삼치 등 생선의 종류가 슈퍼마켓보다 다양하고 새우, 게, 꼬막 등도 판다. 생선이나 고기를 사면 깨끗하게 손질해 주기 때문에 요리하기에 편리하다. 날씨가 워낙 덥고 접근성이 떨어져 쇼핑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다녀온 후의 식탁 만족도는 쑥 올라간다.

물건을 늘어놓고 판매하는 모습은 한국의 재래시장과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처럼 단골이 되면 덤을 얹어주거나 가격을 깎아주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서도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온라인 쇼핑이 가능하다. 우유나 달걀, 무거운 세제처럼 직접 고를 필요가 없는 것들은 온라인을 통해 산다. 하루나 이틀 안에 배송이 오고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배송 시간대를 고를 수 있다.


고기와 과일, 채소 뿐 아니라 다양한 냉동식품, 공산품과 학용품, 빵, 과자까지 구매할 수 있지만 신선제품의 경우 품질의 편차가 있어 직접 보고 고르는 것처럼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여담이지만 싱가포르는 우유가 별로 맛이 없어서 한국에서 우유를 좋아하던 아이들도 싱가포르에 오면 우유를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러 나라의 우유가 다양하니 아이들 입맛에 맞는 우유를 찾아내기 위해 이 우유, 저 우유를 한 번씩 시도해 보는 일이 흔하고 엄마들끼리는 어떤 우유가 그나마 맛있는가 하는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반드시 사람이 집에서 받고 직접 사인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집에 사람이 없으면 문 앞에 두고 가달라고 부탁하더라도 다시 물건을 가져가고 환불 처리한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신경 써야 하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좋은 식재료로 잘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은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매한가지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샴푸와 로션, 물티슈 등 하나하나 고심해서 고르는 마음도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같을 것이다.


싱가포르 주부들 역시 이 슈퍼마켓, 저 슈퍼마켓을 비교하며 물건을 사고 슈퍼마켓에서 재래시장으로, 또 온라인 쇼핑으로 가격비교를 하며 일상을 채우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도착한 듯 하다.

싱가포르=박은희 객원기자  dhmr0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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