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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Oct 10. 2018

[나는 둥이아빠다]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산후우울증=산모 10명 중 1명꼴로 출산 후 6~12주 사이에 경험하는 비정상적 우울증.


의학적 정의로만 보면 산후우울증은 분명 '산모'에게 한정돼 있다. 하지만 곁에서 임신과 출산 과정을 함께 한 남편 역시 산후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는 사실.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산후우울증을 겪고서야 남편들도 산후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육아 베테랑'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약속한 한 달 동안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간 뒤, 육아는 온전히 우리 부부와 장모님에게 맡겨졌다. 낮엔 콤콤이 엄마와 장모님, 밤엔 나와 콤콤이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보는 식이었다.


하나도 아닌 두 아이를 동시에 봐야 하니 돌아가면서 쉬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 한두 시간 남짓한 간격으로 잠에서 깨어 맘마를 찾는 콤콤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밤잠을 제대로 자는 건 불가능했다.


이렇듯 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에 나가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멍한 상태가 되기 일쑤. 사람이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수면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체하기 어려워진다. 나 역시 모르는 새 짜증이 한껏 늘었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 일상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늘 침울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장모님과 함께 한집에서 생활하며 둥이를 돌봐야 한다는 것 역시 당시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부모님과도 떨어져 산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어쩌다 며칠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하물며 수십 년간 서로의 존재 유무도 모른 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던 장모님과 어느 날 갑자기 같이 지내게 되니 불편함이 없을 수 없었다. 그땐 장모님이 날 배려해주시는 것조차도 부담으로 느껴졌다. 이는 장모님 역시 마찬가지셨을 거다.


'그래선 안된다'고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면서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매일 같이 반복되는 육아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내 마음속 스트레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으로 표출됐다. 그 짜증은 오랜 입원과 힘든 출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콤콤이 엄마는 물론 자신의 편안한 일상을 뒤로하고 오로지 자식 생각과 손주 사랑에 육아에 동참한 장모님이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지금도 미안함과 죄송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짜증을 내고선 밀려오는 후회와 미안함으로 내 마음은 더 우울해졌다. 내가 감사해야 할 사람들, 가뜩이나 육아에 지쳐 늘 녹초가 된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진 못할망정 짜증이나 내고 있다니.. 우려와 달리 엄마 뱃속에서 씩씩하게 자라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준 아이들에게도 철없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 부끄럽고 미안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콤콤이 엄마가 조산기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이들이 예정보다 조금 일찍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나 역시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어쩌면 착한 남편, 착한 아빠, 착한 사위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육아는 힘들지만 나날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예쁜 천사들 덕분에 힘을 낸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육아 초반 가장 힘들다는 시기를 보내고 나니 극심한 우울함에서는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었다.(물론 육아 스트레스는 계속되지만..) 가끔 말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기도 했지만 콤콤이 엄마와의 적극적인 대화 시도 역시 서로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고 우울함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됐다. 경험한 바로는 부부간 대화의 자리는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좋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나 역시 그랬다. 앞으로도 숱한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물러설 순 없다. 사랑하는 이들을 더는 아프지 않게 하자고 다짐하면서 오늘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걸음마를 계속해본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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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엄마 아빠는 처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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