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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맘카페'나비효과 될까.제 역할 못하는 어린이집

by 올리브노트
2734_7217_3358.png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아동 학대 의심으로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맘카페'에서 보육교사를 향한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이 벌어졌다는 얘기에 관련자 처벌과 함께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보육교사의 인권을 보호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김포맘카페 사건과 관련해 '유아 교사의 인권 보호도 국가가 책임져 달라'는 청원이 시작 하루 만에 800여명(10월17일 오후 3시 기준)을 넘어섰다.


다른 보육교사들이 올린 청원들 역시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몇 가지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유독 공통되는 한 부분이 있다. 바로 '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 열람'에 대한 것이다. 인권침해 요소와 더불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일부 학부모의 인식이 불편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청원인은 "보육교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만 돼도 느닷없이 들이닥친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조사를 받는다"며 "어린이집 CCTV에 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되지 않으면 다른 장면을 가지고 트집을 잡거나 사각지대에서 학대가 벌어졌을 것이라 주장할 수 있어 (사실상) 피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2734_7219_4849.png 어린이집 CCTV 설치에 대한 보육교사의 찬반 의견(자료=육아정책연구소의 2016년 5월 육아정책 Brief 캡쳐)

CCTV는 지난 2015년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발생 이후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면서 설치가 의무화됐다. 당시에도 보육 교사 인권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보육교사라고 밝힌 또 다른 청원인은 "많은 아이를 돌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행여 아이들이 다칠까 늘 노심초사한다"라며 "지금은 CCTV 감시 기간이다. 우리가 무슨 죄인인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강한 감시만으로 교사를 억압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김포맘카페 사건 이후 여러 맘카페에선 고인을 추모하는 글과 함께 '보육교사가 이렇게 힘든 직업인지 몰랐다(ID jsh***)' '마녀사냥은 없어져야 한다(ID im***)'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CCTV 열람을 두고는 양측의 의견이 상충된다. 보육교사의 고충을 모르진 않지만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사고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아동학대 신고 및 검거 건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교원이나 보육교사 등에 의해 가해지는 아동학대 사건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교원이나 보육교사 등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서 가해지는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16년 2487건에서 2017년 3794건으로 1년새 무려 52.6%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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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CCTV 확인 절차를 간소화해 언제 어디서든 바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서 장 파열로 사망한 '성민이 사건'이 11년만에 재조명 받으면서 관련 국민청원도 부쩍 늘어났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9조의4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집 CCTV는 자녀가 학대나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고 의심되는 경우 보호자가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동의하거나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동의가 있으면 즉시 열람이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론 열람요청서를 어린이집에 제출하고 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열람할 수 있다는 것도 불편하지만, 열람을 요구했다가 이상이 없거나 발견되지 않을 경우엔 그 후폭풍이 학부모와 자녀 몫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는 한 누리꾼이 지역 카페에 '아이가 밤마다 갑자기 혼자 울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한다. CCTV를 열람해 보는 게 좋을까?'라고 묻자 '열람 후 어떻게 할지 생각했나(ID ryh***)' '열람 안하고 그냥 퇴소하는 게 나을 듯(ID pur***)' '열람은 퇴소 각오하고 해야(ID bel***)'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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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7월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아동학대를 없애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어린이집 CCTV 논란과 관련해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지 3년째 보육교사와 학부모 양측이 그 실효성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해왔음에도 말이다.


물론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열람하는 것이 아동학대를 없애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다만 계속해서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보육교사의 인권 문제가 터져 나오는데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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