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비리 사립유치원들의 명단이 실명으로 공개됩니다. 교육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는데요.
최근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가 낸 원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죠. 사태가 커지자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불거진지 며칠이 지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사태의 심각성에 머리를 숙이는 듯했던 한유총이 입장문을 통해 '누리과정비는 사립유치원에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해달라' '사립유치원 운영에 맞지 않는 회계 감사 기준에 의해 비리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성난 여론을 더 들끓게 했죠.
개인적으로 기자이기에 앞서 두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인한 국민적 분노에 참 많이 공감되는 게 사실입니다. 저 역시 아이들을 사립유치원과 국공립유치원 두 곳에 보내며 운영 면에서 참 많은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죠.
두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경기도의 한 국공립유치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입니다. 최근 다녀온 현장체험학습에서 사용된 비용에 대한 정산 내역입니다. 가정에서 낸 체험학습비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현장체험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원에 내는 비용의 사용내역을 이렇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배포합니다.
두 번째 사진은 아이가 다니던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보낸 문자메시지입니다. 해당 유치원은 교육비와 방과후수업비만 계좌이체를 하고 현장체험비, 사진, 우유대금 등을 모두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 원에 보내도록 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선 그 비용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했죠.
심지어 사전 통보 없이 아이들 사진을 수십장을 찍어 가정에 보낸 후 "사진을 구매할 의향이 없으면 다시 원으로 보내라" "받은 사진 중 필요한 사진 만큼 돈을 넣어 원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습니다. 잘 나온 사진이 아니어도 아이들 얼굴이 실린 사진인데 그 사진을 구매하지 않으면 원에서 어떻게 처리를 할지 알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진 전부를 구매했던 기억이 나네요.
두 유치원의 운영 방식을 봤을 때 어느 쪽에 더 신뢰가 가나요? 개인적인 사례를 들었지만 아마도 부모 10명 중 9명은 '(저런 사립을 보낼 바에)이래서 국공립을 보내야 해'라고 생각할 겁니다. 교육비를 비교하면 이 같은 생각은 더 명확해지죠. 두 유치원의 추가 교육비를 비교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 정부 지원금과 현금 봉투를 제외하고 매달 30만원 가까이를 추가로 내야 했습니다. 국공립유치원의 석 달 교육비랑 맞먹는 금액이죠.
사실 투명하지 않은 회계에 불만은 있었지만 아이가 잘 적응하고 좋아하는 유치원을 옮길 수 없어 현실적으론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습니다. 결론적으로 학부모들이 단체로 '현금 봉투'의 부당성을 지적해 계좌이체 형식으로 바뀌었지만요.
현금 봉투를 두고 누군가는 '사립이 국공립보다 정부 지원을 적게 받기 때문에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부 사립유치원의 불투명한 운영이 학부모의 불신을 키웠습니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던 사립유치원들까지 '비리집단'이란 오해를 받고 뭇매를 맞는 꼴이 됐죠. 실제 저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아 학부모들 입장에선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감사를 지지하고, 상대적으로 더 신뢰되는 국공립유치원 설립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탄 환희유치원 원장이 교비 7억원을 명품과 성인용품 등을 사는데 부정 사용하고, 이로 인해 파면을 당했다는 사실이 학부모들에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죠. 한유총의 주장처럼 누리과정비 지원 방식에 문제가 있든, 회계 감사 기준이 사립유치원 운영에 맞지 않았다고 한들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사립유치원은 국공립과 달리 사적 소유물로 인정받습니다. '내 돈 주고 세운 내 건물, 내 유치원'인데 개인 소유인 것이 맞죠. 누리과정 예산은 지원금 형태이기 때문에 부정하게 사용해도 환수가 불가능하고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 지원금은 국민의 혈세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모인 교육 자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사립유치원은 법적으로 시도교육감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 '사립학교'로서 감사 대상입니다. 사유재산으로 인정되지만 교육기관인 만큼 일반적인 사유재산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설립자의 이익 보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교육기관의 운영자라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아이가 올바른 교육을 받고 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교육환경과 투명한 회계 구조를 만드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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