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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임신 중 제일 싫은 검사는?
보통 임신 막달에 들어선 임산부가 받게 되는 진료 중 하나가 내진이다. 내진 검사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손으로 직접 골반의 형태, 자궁 경부의 경도, 길이 및 자궁경부가 얼마나 열렸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시행한다. 검진할 때 복부를 압박, 불편함과 통증을 느낄 수 있어 임산부들이 피하고 싶은 진료이기도 하다. 최근엔 산전 내진 검사를 하지 않는 산부인과도 많다고 들었으나 나의 경우 첫째, 둘째 아이에 이어 셋째 아이 역시 내진을 하게 됐다.
산부인과 정기 진료를 받고 다음 예약 날짜를 잡기 위해 프런트를 서성이는데 담당 간호사가 다가와 "다음 진료 땐 내진 검사를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내진을 한다는 것은 출산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태아만 건강하다면 내진 후 아이를 낳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내진을 한 뒤 갑자기 진통이 몰려와 출산한 케이스를 꽤 봤기 때문에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더구나 앞선 두 아이의 경우 산전 내진 검사를 하고 한동안 몸이 아파 며칠을 꽤 고생했다.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 검진 예약 날짜를 잡고 집에 돌아간 후 일주일간 매일같이 출산하는 악몽을 꿨을 정도다.
사실 내진 검사의 통증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내진이란 녀석이 굉장히 아프고 고약한 놈이었던 것만 기억날뿐.
드디어 내진 검사일. 산부인과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내 이름이 호명됐다. 진료실의 검사 의자에 앉아 벌벌 떨고 있는 내게 담당 의사는 "한두 번 내진해본 것도 아닌데 뭐 그리 긴장을 했나. 너무 힘들면 안 해도 된다"라고 장난을 쳤다. 나도 모르게 '애가 셋인 것과 내 몸이 아픈 것은 별개!'라고 소리치며 꿀밤을 때려주고 싶단 생각이 용솟음쳤다. (-_-;)
산전 내진 검사는 생각보다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아마도 분만할 때 받았던 내진의 통증과 헛갈렸던 것 같다. 그 덕에 고통스러운 일주일을 보내긴 했지만, 검사 결과 골반이 튼튼하고 형태가 잡혀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내진을 받기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20 "임산부 체험해보니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았어요"
내진 때문에 몸이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집에 돌아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누워만 있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몸져누운 엄마의 모습을 보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늘 엄마가 아플 때 유치원생인 둘째 아이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소란을 떤다. '엄마 많이 아파?' '엄마가 아픈 걸 보면 내가 너무 슬퍼'란 말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한참 소란을 떨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걱정했냐는 듯 깔깔대며 잘 논다. 반대로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늘 별말을 하지 않고 알아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 하는 편이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이날은 첫째 아이가 수다쟁이가 됐다. "임산부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앉았다가 일어날 수도 없고 말이야. 몸도 무겁고 중심잡기도 힘들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임산부인 엄마를 잘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물어보니 이날 학교에서 성교육과 함께 임산부 체험을 했다고 한다. 임산부 신체와 비슷한 모양, 무게의 체험복을 입고 체험버스에서 걷거나 움직이는 활동을 했다고.
아이는 "가슴이 커지니까 발도 보이지 않고 배가 많이 나와서 여기저기 부딪혔어"라며 "버스는 정말 못 타겠더라. 조금만 서 있는데도 숨이 차고 땀도 많이 나고 허리도 너무 아팠어"라고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정말 꽤 힘든 체험이었는지 자신은 절대 아기를 갖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했을 정도다.
그 뒤로 아이들은 내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무게가 있는 것을 들지 못하게 했다.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면 두 녀석이 짐을 나눠 들고, 현관문 앞에 택배가 놓여 있으면 서로 들겠다고 실랑이를 했다. 쓰레기를 버릴 때도 아이들이 양손에 통을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뛰어갈 정도로 엄마를 많이 배려해줬다.
덕분에 내 삶은 그만큼 편안해졌고 '이래서 옛 어른들이 자식은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구먼'이란 생각이 아. 주. 잠. 시. 스쳐 지나갔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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