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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Nov 30. 2017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가볼만한 서울 카페 4곳

내 인생에 몇 안되는 잊지 못할 커피 맛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1년3개월의 육아휴직이 끝나던 시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첫날 밖에서 혼자 마신 커피였다.


반복되는 집안일에다 아이와 남편 뒷바라지 등에 하루하루 나를 잊어가는 게 엄마들의 삶이다. 그러던 와중에 짬을 내 갖는 커피 타임은 엄마와 아내가 아닌 '나'를 되찾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조금은 귀찮겠지만 이왕이면 더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과 가기보다 엄마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가면 더 좋은 카페를 찾아봤다.


1. 여의도 디스트릭트Y '헤븐 온 탑'

최근 여의도의 가장 힙한 곳으로 떠오른 '디스트릭트Y'. 기가 막히게 맛있는 집이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가 한 곳 있다는 건 확실하다. 바로 '헤븐 온 탑'. 헤븐 온 탑은 광화문과 삼청동 등에도 있는데 이번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헤븐 온 탑은 디스트릭트Y 지하 1층에 있다. 지하로 내려가자 바로 보이는 베이비핑크·스카이블루 컬러의 소파와 마블 테이블의 조화는 여자라면 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지 않고 지나칠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

헤븐 온 탑은 티살롱 컨셉으로 시그니처 메뉴를 물으면 '차를 마시라'고 권한다. 어떤 차를 마실지 고민된다면 계산대 옆에 놓여 있는 샘플 박스를 이용해 차 향을 맡아보고 선택할 수 있다.

크림슨펀치 한잔과 카페라떼 한잔을 주문했다. 음료는 예쁜 티포트에 나온다. 헤븐 온 탑이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또 다른 포인트다.


커피 가격은 에스프레소 3500원, 아메리카노 5000원, 카페라떼 5500원 수준이다. 맛과 양을 생각할 때 가성비가 괜찮다.


차도 맛있지만 가격이 사악하다. 대체로 8200원 혹은 1만200원이다. 솔직히 맛은 다른 카페와 크게 차이는 없는데 이곳은 우아한 티포트에 담겨 나와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아이들을 데려오면 값비싼 티포트가 깨질까 걱정해야 하는 건 물론 개방된 공간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가능성이 커 이왕 여유로운 차 한잔을 즐기려면 혼자 또는 친구들과 오는 게 나을 듯싶다.


디스트릭트Y가 있는 SK증권 빌딩에 2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평일 6시 이후와 주말엔 근처 KBS 별관에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2. 남산 마뫼

남산 소월길 중턱. 카페는 절대 없을 것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마뫼'! 이름도 특이하다. 몇 번 차를 타고 지나칠 때마다 진짜 카페일까 의심했을 정도. 하지만 계절이 몇번이나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걸 보고 범상치 않은 곳임을 직감했다.


얼마 전 단풍 구경을 할 셈으로 회현동에 주차를 하고 남산을 오르면서 드디어 마뫼에 들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오 마이 갓!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카페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화이트와 그레이, 블랙으로 심플함을 추구한다. 안쪽으로 들어가가면 작은 룸이 나오는데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은행나무 가로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에 이 맛있는 차를 마시니 '풀린다~ 풀린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날 선택한 차는 말차라떼와 수제꿀레몬차. 둘 다 향과 맛이 좋다. 말차라떼는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마셔봤는데 쌉싸름함과 달달함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야외 테이블도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남산의 전망이 그야말로 베리 그뤠잇!이다. 봄 여름에 오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연유커피와 라떼, 꼬숩크림라떼, 말차라떼, 마묄로우다. 특히 겨울철 마묄로우는 주인장이 자신 있게 내놓는다고 하니 다음번에 곡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마뫼는 주차장이 없다. 택시를 타고 가거나 걸을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게다가 카페가 전망이 좋은 곳에 있는 만큼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조용하다. 아이들과 함게 가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곳이다.


3. 마포 사심가득

지하철 공덕역에서 경의선 철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한옥카페. 한옥의 전통적인 느낌과 모던함이 너무나도 조화를 잘 이룬 곳 '사심가득'.

이름이 특이한데 그 이름을 지은 이유 또한 재미있다. 카페 공동 사업자인 친구 네 명의 사심을 가득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사장님들이 다 같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참 젊다. 그래서 더 멋지게 느껴지는 카페다.

메뉴를 보니 가격도 착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단짠단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왠지 익숙하지 않은 맛일 것 같아 '카페라떼'로 주문했다. 커피 맛도 좋다. 분위기가 절반 이상을 하는 것 같지만..

머그잔 컬러도 너무나 마음에 든다. 다크네이비? 게다가 이곳은 카페 겸 펍이기때문에 맥주도 마실 수 있다! 혼자 와서 음악을 들으면 맥주를 마시는 젊은이들도 여럿 보였다.

뭔가 따뜻한 느낌. 사실 아이와 함께 간 터라 젊은 사장님들이 싫어할까 걱정했지만 생각과 달리 반갑게 맞아줬다.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음엔 친구들과 함께 와서 저 창가 자리에 앉아보고 싶다.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너무나 매력적일 듯하다.

뭔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참 마음에 들었던 문구. 보통 하트라고 하면 이 '♡' 모양을 떠오르지만 사실 현실에서 나의 하트는(남편에게든 딸에게든) 어떤 날은 뾰족뾰족 가시가 났다가도 어떤 날은 한 쪽 구석에 모서리가 생기기도 한다.

남편이 눈여겨보던 카페 한편에 있던 오락실 게임기. 추억을 소환하는 아이템이다. 학교가 파하면 남자 친구들이 쪼르르 앉아 그렇게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한판에 100원. 동전이 없어서 아쉽게도 해보지 못했다. 혹시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100원 꼭 챙기시길!


4. 성북동 빵공장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빵이 유명하다. 하지만 커피 맛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서울 중심가를 벗어나 성북동 골목길을 오르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성북동 빵공장은 야외 테이블의 분위기가 참 좋다. 기온이 떨어져 한기를 느끼겠지만 햇볕이 내리쬘 때 잠시라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보길 권한다.

내부 분위기는 이렇다. 천장이 아주 높은 1층인데 학교 운동장 스탠드 형식으로 자리를 마련해 뒀다. 대부분의 좌석이 통유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은 오후에 가서 블라인드가 내려와 있었는데 오전 시간에 가면 블라인드가 올라가 있어 바깥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엄청난 뷰는 아니지만 그래도 성북동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성북동 빵공장은 최고급 유기농 밀가루와 유기농 설탕만을 사용한다. 그래서 빵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막상 맛을 보면 이 정도 가격에 한 번씩 사 먹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 가면 높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아이를 살피느라 커피와 빵을 여유롭게 즐기기 어렵다. 가고 올 때 성북동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곳의 매력인데 이 역시 아이와 함께라면 온전히 누리기 쉽지 않다. 한번쯤은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가볼만한 곳이다.

*해당 기사는 카페로부터 어떤 혜택이나 대가를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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