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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Dec 07. 2017

'도심 속 힐링'..싱가포르 보타닉가든에서 주말 보내기

남편 따라 싱가포르에 잠시 건너온 두 아들의 엄마의 싱가포르 생활기

토요일 아침. 늦잠도 자고 하루를 게으르게 시작하고 싶지만 아침잠이 없는 큰 아들은 어김없이 7시면 눈을 뜬다. 이번 주말은 뭘 하면서 보낼까? 잠깐 고민을 하는 사이 남편이 일찍 일어났으니 보타닉 가든으로 가자고 결론을 내린다. 목적지가 정해졌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낫다. 싱가포르의 한낮에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다니기는 너무 힘들기에 덥지 않은 오전에 움직이고 낮에는 집에 들어와서 쉬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과 보타닉 가든은 버스로 10분 정도만 가면 되는 거리라서 주말 저녁에 운동 삼아 자주 찾고는 한다. 나는 이른 아침에 방문해 본 적은 없었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이 아침 일찍 트레킹 삼아 다녀와 보고는 저녁에 가는 것과는 색다른 맛이 있다며 강력 추천을 했었던 터라 잔뜩 기대를 하고 집을 나섰다. 7살, 4살 아들들을 데리고 나서려니 우선 짐이 한 보따리다. 두 녀석의 킥보드와 가벼운 간식, 얼음물, 돗자리와 배드민턴 라켓 등 모든 짐을 들고 버스를 타는데 벌써부터 더워서 땀이 난다.

탕린 게이트로 들어가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Swan lake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백조들이 유유자적 물 위를 거니는 모습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보타닉 가든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여러 개가 있는데 오늘은 탕린 게이트(Tanglin Gate)로 들어가서 부킷티마 게이트(Bukit Timah Gate)로 나오는 일정으로 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보타닉 가든을 서쪽 끝에서부터 동쪽 끝까지 가로지르며 산책을 할 수 있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조깅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신나게 다녔는데 나중에 나올 때 표지판에 킥보드 금지라는 그림을 보고 큰 아들이 엄마를 나무라기도 했다. 다음부터는 안 가지고 오는 걸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곳곳에 모여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각자 걷거나 달리며 조깅을 즐기고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은 익숙하지만 몇 십명의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좀 더 걷다 보니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여기저기 서너 명씩 모여 태극선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것이 남편이 말한 아침 일찍 보타닉 가든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었나 보다.

주말 아침을 보타닉 가든에서 운동을 하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에 자리를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몸짓으로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사람들이 멋져 보인다.

보타닉 가든의 중간쯤 되는 곳에는 가끔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는 'Shaw Foundation Symphony Stage'가 있다. 우리는 보타닉 가든에 오면 주로 이곳 근처의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오늘도 가져온 축구공으로 이곳에서 공차기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 딱 트인 뷰에 마음이 행복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연신 "여기 너무 멋지다!" 하며 사진을 찍고 좋아라 한다. 문득 뉴욕 센트럴 파크가 떠오른다. 뉴욕의 맨해튼에 센트럴 파크가 있다면 싱가포르에는 보타닉 가든이 있다! 가든 시티를 꿈꾸는 싱가포르에서 현지인들은 휴식처로 늘상 이곳을 방문하고, 여행객들은 싱가포르의 명소로 이곳을 찾는 것이다.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날짜별로 운영 중인 프로그램과 공연, 전시 정보를 알 수 있다.

적당히 운동을 하고 배가 고파 근처 식당으로 이동을 한다. 우리처럼 아침을 거르고 나온 사람들이 많은지 식당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아직 현지식이 익숙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와플과 오믈렛을 주문했다. 주말 아침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맛있는 식사를 한 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다음 주말에는 어디를 갈까?

싱가포르=김선희 객원기자  mysunny10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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