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6세 미만(생후 0~71개월) 자녀를 둔 전국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자 선별 조사에 막대한 자금이 드는 건 물론 소득 10% 가정을 제외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난 여론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아동수당 100% 지급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일각에선 아동수당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결국 세금을 더 걷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 역시 행여 아동수당을 받기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막대한 조사비용·형평성 문제 제기..'보편적 복지 정책 선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당정청)는 지금까지 만 6세 미만 자녀를 둔 소득 범위 90% 가정에만 지급했던 아동수당을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가정에 확대해 지급하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양육 가정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는 당초 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모든 가정에 주려고 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지난 9월부터 만 6세 미만의 자녀를 둔 하위 90% 가정에 한정해 아이 한 명당 매달 10만원을 '아동수당'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매년 약 1600억원에 달하는 조사 비용이 드는데다 소득 상위 10% 가정을 제외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국민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커지자 당정청은 협의를 통해 보편적 복지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100% 아동수당 지급 내용을 담은 아동수당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아동수당 대상자는 220만명에서 234만명으로, 예산은 1조9255억원에서 2조486억원으로 각각 14만명, 1230억원 늘어난다.
◇부모들 "재원 마련 위해 세금 더 내면 오히려 적자?"
정부는 아동수당 100%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동수당 지급 확대 소식에는 반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그 이상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건 아닐까 우려한다. 매달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는 대신 여기저기에 내야 하는 세금이 더 늘어나면 오히려 안 받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과천에 사는 직장인 A 씨는 "법 개정이 되면 아동수당을 받을 텐데 무작정 좋아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아동 수당으로 10만원을 받는 것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워킹맘 B 씨 역시 "아동수당 수급자가 아니라는 결과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막상 내년부터 받는다고 하니 세금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전업주부 C 씨는 "지난 9월부터 아동수당을 받아왔다"며 "아동수당 지급 확대로 받는 것보다 오히려 내는 것(세금)이 늘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세금에 대한 우려는 이미 자녀들이 장성한 40~50나 아이가 없는 젊은층 사이에서 더 크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C 씨는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것에는 동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첫째 아이 대학 등록금과 고등학교 다니는 둘째 아이 학원비를 내느라 노후자금을 마련할 돈도 없는데 다른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기분이 썩 좋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회 초년생 D 씨는 "우리 세대가 노년층이 되고 지금의 아이들이 경제의 주축이 되는 미래엔 상황이 역전되기 때문에 미리 보상을 한다는 차원에서는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가뜩이나 많이 내고 있는 세금이 더 늘지 않을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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