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악! 싫어! 초록색 싫어! 무서워! 안 먹어!"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진아(34세) 씨는 4살 딸아이가 시금치 같은 초록색 채소만 보면 기겁을 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콩나물이나 고사리 등 다른 채소도 열 번은 먹으라고 사정해야 겨우 먹는 정도다. 채소를 잘 먹지 않다 보니 변비가 생겨 화장실에 갈 때마다 힘들어하는 것도 속상하다.
많은 아이가 김 씨의 딸처럼 채소 먹는 것을 싫어한다. 엄마 아빠로선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채소를 잘 먹을까 늘 고민이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에게 채소 그림을 많이 보여주고 채소놀이를 자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채소 섭취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영진 상주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영양사는 지난해 6∼8월 유치원 원아 56명을 대상으로 급식시간에 '채소 보여주기(단순 노출)'와 '채소놀이'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대한영양사협회지 최근호에 게재했다. 이 조사의 주제는 '유아의 채소 섭취 행동 강화를 위한 채소노출 및 채소놀이 영양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다.
그에 따르면 급식시간에 아이들에게 채소를 보여주기만 해도 채소 섭취량이 늘었다. 특히 채소 섭취량은 노출 기간에 비례해, 채소 노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아이들의 채소 섭취량도 그만큼 증가했다.
연구팀은 제공한 채소 30g 중 5g을 먹으면 1점, 10g을 먹으면 2점으로 환산했다. 채소 노출과 채소놀이 프로그램 전 아이의 평균 채소 섭취 점수는 1.6점(8g)이었다.
채소를 보여주기만 한 결과 4주 후 아이의 채소 섭취 점수는 2.6(13g)으로, 채소 섭취량이 1.5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별도 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채소를 자주 보여줘 익숙해지면 아이의 채소 섭취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주 3회씩 급식시간에 채소 보여주기와 채소놀이를 함께 했더니 채소 섭취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4주 후 아이의 평균 채소 섭취량 점수는 3.5점(17.5g)이었다.
또한 아이들은 유치원 양육교사가 채소를 즐길수록 채소를 더 많이 먹었다. 아이가 채소를 잘 먹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채소를 즐겨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채소 교육 프로그램 종료 한 달 후 해당 아이의 채소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채소 교육 프로그램 전보다 평균 채소 섭취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진 영양사는 논문에서 "채소 보여주기와 채소놀이의 효과가 한 달간은 지속됐다"며 "놀이 중심의 교육이 유아의 채소 섭취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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