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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Dec 13. 2017

한적한 해변카페서 달콤한 게으름..제주 표선 카페

까도남의 밥상 '카페 희상'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제주도에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들이 참 많다. 그래서 아예 카페 투어를 여행 콘셉트로 잡고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도 적잖다. 오늘은 외도 아닌 외도(?)로 식당이 아닌 한적한 제주도 카페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제주도 남동쪽 한적한 표선 해비치해변 한 켠에 위치한 카페 희상이다.


첫인상은 요즘 제주도에서 핫하다는 카페들의 아기자기함과는 거리가 멀다. 창고처럼 생긴 건물을 국숫집과 사이좋게 나눠 쓴다. 얼핏 봐선 가게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차를 세우고 내린 뒤 건물 가까이 가서야 이곳이 카페 희상이구나 알 수 있을 정도.

입구로 들어서자 외관과 달리 아늑하고 넓은 공간이 나온다. 무심한 듯 멋스럽게 나무와 코르크로 꾸민 내부가 꽤나 세련됐다. 직접 만든 나무 진열대 위에는 향초와 각종 액세서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가격표가 붙어 있는 걸 보니 판매도 하는 모양이다. 남자와 여자 화장실이 깔끔하게 분리돼 있는 게 마음에 든다.

남성미가 철철 흐르는 외모의 사장님이 홀로 분주히 움직이는 주방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게 제대로 오픈 주방이다. 계단 옆에 무슨 통이 이렇게 많나 했더니 사장님이 직접 담은 청귤청이다. 딱 봐도 청귤차나 청귤에이드가 대표 메뉴구나 싶다.


아차, 내부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어 메뉴판을 찍지 못했다. 청귤 음료는 당연히 있고 사진에서 살짝 보이는 빨간색 통에 든 수제 장미청으로 만든 장미차와 자몽차, 레몬 생강차, 귤꽃차를 비롯해 각종 차와 스무디, 밀크티, 빙수에다 커피도 종류별로 매우 다양하다. 아메리카노의 경우 진하기에 따라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이 집에만 있는 로즈치노(카푸치노에 장미청을 넣은)와 땅콩라떼는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마실만한 주스나 달콤한 케이크는 당연히 있다. 브런치도 된다. 특이한 건 우동도 판다는 것. 배고플 때 들러 요기하기에도 쏠쏠해 보인다. 음료 종류는 대략 4000~7000원대, 조각케이크나 베이글은 5000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높은 천정 덕분에 개방감이 느껴지는 안쪽에는 대형 난로가 있는데, 콘크리트 벽과 은근히 잘 어울린다. 벽면이 넓다 보니 빔프로젝터를 벽에 바로 쏴서 1, 2층에서 모두 시청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을 틀어놨는데 아래 사진을 봐도 느끼겠지만 사장님이 아마도 키덜트(Kidult·'kid'와 '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 취향인 듯싶다.^^

카페 한 쪽엔 사장님이 수집한 아톰, 마징가Z 등 각종 피규어와 폴라로이드 사진, 그림 액자, 책에다 자전거까지 있다. 뭔가 제주도스러운(?) 자유로움과 여유가 느껴져서 부럽..

1층에서 2층을 올려다보니 생각보다 넓다. 의자도 굳이 디자인을 통일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을 배치해뒀다.

카페 희상의 숨겨진 매력은 바로 이것. 카페 뒤편 조그만 문으로 나오면 이렇게 넓은 야외공간이 펼쳐진다. 부부나 연인끼리 앉을 수 있는 의자부터 여러 가족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의자까지 모양도 형태도 제각각인 의자들이 띄엄띄엄 놓여 있다. 실내가 답답하다면 밖으로 나와 제주 하늘과 바다를 마음껏 즐기면 된다. 아이를 데리고 온다면 굳이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밖에서 뛰어놀게 할 수도 있다.

야외 의자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펼쳐지는 풍경이다. 표선 해비치해변 너머로 해비치리조트가 보이고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띈다.

카페 내외부 구경을 끝낸 후 조용해 보이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 희상은 최근 늘어나는 노키즈존 카페와 달리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것을 환영하는 곳이지만 2층의 경우 난간이 위험할 수 있어 어린이들의 출입을 정중히 제한하고 있다. 파라솔 의자부터 누워서 잠을 청할 수 있는 침대형 의자까지 본인의 취향과 기분, 컨디션(?)에 따라 의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한 점이 센스 있어 보인다.(포스 넘치는 사장님 외모와는 뭔가 다른 듯한.. 음..) 메뉴판에 적힌 글귀처럼 잠시 쉬다 잠들어도 괜찮을 듯하다.

주문한 수제 레몬 생강차(6000원)와 수제 꿀 생강차(6000원)가 고급스럽고 우아한 찻잔에 담겨 나왔다. 레몬 생강차는 은은한 레몬향과 더불어 새콤달콤한 맛이 괜찮다. 꿀 생강차는 생강의 매콤하고 쌉쌀한 맛보단 달콤한 맛이 지배적이다.

같이 주문한 티라미수 조각케이크(4500원)도 등장. 커피, 카카오 등이 들어가 갈색을 띠는 일반적인 티라미수와는 달리 위에 블루베리 칩 같은 게 올려져 있고 그리 달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만한 맛이다.

점심 먹은 걸 소화도 시킬 겸 커피숍을 찾다 발견한 카페 희상. 기대 이상의 멋진 분위기와 수제 차의 향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표선 근처에 묵거나 지나갈 일이 있다면 한 번 들러봄직한 카페다. 참고로 가게 앞에는 널찍한 주차장이 있으니 운전 초보라도 주차는 걱정 안 해도 된다.


*해당 기사는 카페로부터 어떤 혜택이나 대가를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비용을 지불하고 작성했습니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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