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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Dec 22. 2018

아이와 찾은 도심속 예술쉼터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가끔 남부순환로 사당역 부근을 지날 때마다 유독 눈에 띄는 '빨간 석조 저택(?)'이 있었어요. 사진으로 봐도 뭔가 번잡한 사당역 주변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죠? 그러고 보니 건물 외관이 제 인생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글로리 호텔 같기도 하네요.


최근 이 동네 사는 친구로부터 드디어 빨간 석조 저택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바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예~전엔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였던,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곳이라고요.

그래서 구름이 많고 스산했던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을 찾아가 봤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아이와 한 번쯤 지나다 들르면 만족도가 높을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에요. 역사적인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곳이라서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 좋을 듯하고요. 학습적인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무료 전시회가 열리고, 전시도 꽤 괜찮기 때문에 미취학 아동의 경우 감성지수(EQ)를 높여 주는 차원에서도 가볼 만한 듯합니다. (물론 미술관 입장권도 무료예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탁 트인 정원을 오랜만에 만나 한참 뛰어놀던 아이는 높다랗게 서 있는 석조 기둥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미술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초입에 있는 전시실에서는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 영사관>을 주제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탄생과 변천사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이 전시는 올해 말까지라고 하니 둘러 보려면 조금 서둘러야겠네요!


현재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112년 전엔 '벨기에 영사관'으로 세워졌고요. 그때는 지금의 남현동이 아닌 명동(회현동)에 있었다고 합니다.


벨기에 영사관이 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인지에 대해 살짝쿵 설명하자면요. 대한제국 시절 광무황제(고종)는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중립국'이 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 동맹국으로 벨기에를 선택하죠. 그렇게 해서 현재의 명동에 벨기에 영사관이 생겼고요. 대한제국은 러일전쟁을 앞두고 중립국 선언까지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무력에 무참히 짓밟혔고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면서 대한제국의 중립국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벨기에영사관은 일본 해군성 무관부 관저로 쓰이다 광복 이후엔 해군헌병대 청사로 사용됐고요. 1970년 상업은행(현재 우리은행) 소유로 돌아갔다 1982년 현재의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축해 복원했습니다. 이축을 하면서 외관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요.


대한제국이 중립국이 됐다면 지금의 벨기에 영사관은 이곳에 없었겠죠? 또 한국의 모습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벨기에 영사관을 이축하기 전 부자재들도 전시돼 있는데요. 실내 디자인을 위해 만든 속이 비어 있는 기둥(왼쪽 위 사진), 양뿔모양의 이오니아식 기둥의 모습(오른쪽 위 사진)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이 건축물을 볼 때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할 특징 9가지를 사진으로 찍어 둔 전시물(오른쪽 아래 사진)이 있는데요. 아이와 함께 건물을 돌면서 이 9가지 특징을 찾아보는 것도 미술관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에요. 벨기에 영사관에 대한 영상물(왼쪽 아래 사진)도 볼 수 있답니다.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9개의 방에서는 '확장된 매뉴얼'이라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심오했던 조각 및 설치미술전이 열리고 있어요.


아이와 각각의 방을 돌면서 설치미술을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해 봤는데요. 아이는 정말 웃음이 마구 나오는 기상천외한 대답을 하더라고요. ㅎㅎ 뭐 예술엔 정답이 없다고들 하니까요! 어릴 땐 상상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잖아요?            

저희는 시간을 잘못 맞춰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월요일을 빼고 매일 오후 2시에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전시 작가들은 나름 미술계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진 분들인 것 같았어요. 이 작품은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매년 작가 2명에게 수여하는 '발루아즈 예술상'을 받은 강서경 작가의 작품이에요.


조선시대 악보인 정간보 악보 법을 따라 공간 안에서 색 형태 구조 간단한 움직임 등을 통해 조형적 균형을 맞추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입힌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그러고 보면 뭔가 규칙이 있는 듯도 보이고요. 악보 법을 조형으로 표현하다니 역시 현대미술의 세계는 심오합니다!            

이 작품의 거실에서 볼 수 있는 소파와 TV 협탁 등을 표현한 설치미술이라고 해요. 가장 이해가 쉬웠던 작품이랍니다. 특히 강렬한 컬러가 눈길을 끌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뒤돌아보니, 번잡한 사당동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과거 벨기에 영사관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마치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 어찌할 바 모르는 대한제국처럼 느껴졌어요. 뭔가 남다르면서도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 있죠? 아마 제가 찾은 날이 구름이 많이 낀 날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참고로 이 동네에 사는 친구는 봄이나 가을에 미술관 정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단점을 꼽자면 주차장이 없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미술관 바로 뒤 '남현동 제1공영주차장'이 있어 문제 없답니다. 가격도 1시간에 3000원으로 저렴했어요.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당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만 걸으면 되니 매우 편하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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