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ADHD라는 말을 처음 접하다
뭐 하나라도 하고 싶은 게 있어야 밀어주던지 응원하던지 할 거 아닌가. 그래서 너 하고 싶은 게 뭐냐는 내 질문을 애는 언제나 회피했다. 몰라. 왜 사람은 나이가 드는 거지. 어릴 때가 좋았는데.
상담 이후로 내심 나는 애가 특성화고에 진학하길 원했다. 저렇게 하기 싫다는데 학문으로 먹고살기는 글렀어. 그래도 중등 공부의 기본은 해야 특성화고를 가더라도 취업되는 곳을 가겠지. 일단 중간 이상 하는 걸 목표로 하자.
책만 펴면 한참을 멍 때리다 울기만 하던 영어는 어르고 달래며 시키는 상냥한 대학생 과외선생님을 거쳐 동네 보습학원에 가는 걸로 일단 한숨 돌렸다. 수학 과학은 기본 문제집만 시험 기간에 맞춰 간신히 풀게 시켰다. 그렇게 어찌어찌 학교 진도는 맞춰 나갔다. 이공계 부모의 영향인지 수학 과학은 인풋보다는 잘 나왔다.
그렇게 중등을 거의 보내고 고등학교를 고민할 즈음에, 지 아빠와 쿵짝쿵짝 대학 진학의 장밋빛 미래를 주고받던 애가 선언했다.
나 공부 많이 하는 인문계 학교 가서 공부할 거야!
이게 뭔 소리야.
이성은 끝까지 이 결정을 의심했지만 결국은 나름 공부시킨다는 인문계 학교 원서를 썼다. 부모니까 애가 원한다면 그 길을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대의명분이 있었고, 원서를 쓸 즈음에는 애가 나름 적응했는지 전과 같이 진 빠지게 씨름하는 일이 그닥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내심 내 애인데 마음먹고 하면 남들만큼은 하겠지 싶은 오만함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 결과가, 고등 진학 후 다시금 무념무상 멍하니 현실을 회피하며 멍 때리는 아이를 보는 거였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공부가 안 되니 수의사는 안 되겠고.
헤어 디자인 등도 생각했는데 애가 꾸미는 거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 애가 뭐라도 하겠다는 의욕이 없다.
공부 외에 다른 진로 좀 생각해 보자 하면 애는 싫다고 울었다. 아니, 공부 그닥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매일 왜 이런 걸 해야 하냐 투덜거리면서 그만하자 하면 왜 우니. 진짜 울고 싶은 건 난데. 이러다 병원 가면 화병 진단받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