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겨짚기 끝판왕

다른 사람의 생각을 넘겨짚고, 부정적 사고에 끝없이 빠지는 고딩이

by 묘묘

선행을 그닥 하지 않은 우리 집 고딩이는 고1 겨울방학에 2학년 준비를 위하여 화학 수업을 들었다. 마침 첫째가 과외받은, 집 근처 사는 대학생이 둘째 수업도 가능하다 해서 학원에 가지 않고 과외로 공부하기로 했다. 실력도 인성도 검증된 데다가 집 근처 사니 시간 맞추기도 편하고, 학원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절약하니 좋다 생각했는데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언니와 달리 둘째는 과외 정도로는 긴장을 하지 않아 공부를 끝없이 미루고 뺀질거릴 수 있다는 걸.


둘째는 매너리즘과 귀차니즘에 빠져 모든 숙제가 다 귀찮고 싫은 시기였다. 국어도 수학도 영어도 숙제를 안 하는데 화학이라고 숙제를 할 리가. 결국 8회 수업 중 단 한 번도 숙제를 다 한 적이 없는 우리 집 둘째는,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과외 끝났지만 궁금한 거 있으면 톡으로 언제든지 물어봐도 된다'하는 선생님 앞에서 손을 만지작거리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저 싫어하시죠? 맨날 숙제도 안 하고 문제도 못 풀어서......"

"아니야, 그런 거 아니니까 궁금한 거 있거나 부탁할 거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해."


선생님을 배웅하고 집에 들어와 물었다.


"그런 걱정이 들어 울먹거릴 정도면 숙제를 하지?"

"역시 선생님은 내가 싫겠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겠지? 엄마도 옛날에 과외할 때 애들이 숙제 안 하고 공부 못 하면 밉지 않았어?" (ADHD 답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먼저다.)

"아니, 왜? 네가 내 자식이니 숙제를 안 하면 속이 터지는 거지 남의 애가 숙제를 안 한다고 속이 터지고 미울 것까진.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성적 올려주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밉진 않아. 그리고 내가 제일 과외 오래 가르치고 정성 들인 애가 진짜 수학 못 하는 애였어."

"못 하면 막 쟤는 왜 저러나 싶고 싫고 경멸하게 되지 않아?"

"뭔 소리래. 선생님이 너 가르치시면서 그런 말씀 하시든?"

"아니, 그건 아닌데......"

"너 혹시 그런 생각 때문에 수업이 더 힘들고 눈치 보였던 거 아냐?"

" 응. 그랬던 거 같아."

"그거 '투사'잖아. 사실은 네가 숙제를 안 하는 스스로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이 그런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게 떠넘기는 거. 아니면 상대편은 별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나 말인데 너는 아 저 사람은 지금 날 비웃고 있는 거야, 저 사람은 날 싫어해서 저런 거야 그러고 넘겨짚는 거거나. 너 종종 다른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 한 걸로 혼자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하잖아."

"그런가? 엄마 말 들으니 그런 거 같은데. 내가 특히 그런가? 왜 그러지?"

"네 글자(ADHD)라 그래."

"엄마!"


농담처럼 말하고 나니 내 아이와 나의 다른 사람의 감정, 의도를 넘겨짚는 습관이 진짜 네 글자 때문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넘겨짚기 ADHD'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아니 이게 진짜 있네.


섣부른 결론 내리기, Jumping to Conclusions

(https://www.coachingwithbrooke.com/post/why-me-adhd-and-jumping-to-conclusions)





섣부른 결론 내리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미나이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섣부른 결론 내리기 (Jumping to Conclusions)는 ADHD를 가진 사람이 흔히 겪는 특성


1. 결론부터 내리는 이유

충동성 : 모든 정보 수집 중에 행동, 판단 먼저 실행

작업 기억력 저하 : 한 번에 처리하는 정보량이 적다 보니 서둘러 요약 결론을 내림

보상 민감도 : 결론을 빨리 내림으로써 즉각적인 심리적 보성을 얻기 위함


2. 주로 나타나는 모습들

말끊기 : 상대방이 말을 마치기 전에 답변 시작

임의적 추론 : 근거가 부족한데 상대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단정지음

과잉 일반화 : 한 두 번의 경험으로 전체 성격 규정

성급한 포기 : 과정의 어려움을 보고 끝까지 가보지 않고 결과 예단


3. 일상에서 미치는 영향

대인 관계 : 상대방은 자신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오해

업무/ 학업 : 지시사항을 끝까지 듣지 않아 디테일을 놓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일 처리

감정 기복 : 상황을 부정적으로 선제 결론 내리면서 스스로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키움


4. 대처 방안 (느려지기 연습)

일단 멈춤 : 어떤 생각이나 판단이 들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3초간 숨을 쉬며 멈춤

사실 검증(Evidence Check): "내 생각의 근거는 무엇인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스스로에게 질문

감정과 사실 분리: 내가 느끼는 감정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객관적인 데이터(상황, 대화 내용 등)를 재확인

타인에게 확인하기: 혼자 결론 내리지 말고 "이러한 의미로 말씀하신 게 맞나요?"라고 직접 물어보기



"우리 반 땡땡이랑 걔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지나가는데 애들이 소곤거리면서 웃는 거야." 해서 나를 고민하게 만들다 (왕따? 은따?) 다음 날 "엄마, 땡땡이가 오늘 나에게 말 거는 거 보니 아닌가 봐." 하기도 하고, 내가 별생각 없이 한 말이나 행동으로 한참 끙끙대다 "엄마 아까 화났지?" 해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우리 집 넘겨짚기 끝판왕의, 사소한 남들의 말과 행동을 과대해석해서 끝없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습관이 네 글자 때문이란 걸 알아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이러다 진짜 만물 네 글자설이 우리 집에서는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질까 무섭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