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가 갑자기 왜 이렇게 꼬질해졌지?
2달 전쯤이었나, 너는 콧물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어. 눈물이 많이 나는지 눈곱도 많이 끼더라?
"아이고 몽냥아, 왜 이렇게 꼬질꼬질하니. 그루밍 좀 열심히 해라! 길고양이가 너보고 친구 하자고 하겠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는 환절기여서 그런가 보다, 싶어 그저 눈과 코를 닦아주기만 했었지.
그러다가 네 눈이 조금 부었다는 걸 알아차린 나는 부랴부랴 널 동네 C병원으로 데려갔어.
"결막염이네요. 먼지가 많은 곳에 못 가게 해 주시고 안약과 안연고를 넣어주세요. 며칠이면 나을 거예요."
이상하다 생각했지. 난 고양이 세 마리나 키우는 집이라고는 사람들이 생각도 못할 만큼 청소를 열심히 했거든. 근데 뭐, 너는 11살이었으니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가 보다 싶어서 면역력에 좋다는 영양제도 사서 먹이고, 안연고며 안약을 수의사 처방대로 열심히 넣어줬어.
그렇게 2주 정도 지났을까. 네 눈에선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지만 콧물은 더 심해졌고, 숨 쉴 때마다 코가 꽉 막힌 소리까지 나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나는 네 건강검진도 시킬 겸 다시 C병원으로 갔어. 엑스레이와 피검사 결과, 난 의외의 소식을 듣게 되었지.
"여기 폐 쪽에 하얀 게 보이시죠? 여기가 다 공기로 가득 차서 까맣게 보여야 하는데 흰색으로 보인다는 건... 뭔가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이에요. 큰 병원에 가셔서 정밀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폐에 뭐가 생기고 있다니... 대체 뭐가?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놀라진 않았어. 너는 원래 천식이 있기도 했고 천식 환자들의 폐가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네 나이도 있으니 정밀검사가 필요하긴 할 것 같았어. 네가 천식 증상으로 다니던 큰 A병원이 있긴 했지만,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크고 설비가 다 갖춰져 있다는 B병원을 추천하기에 그곳으로 갔지.
"천식이 심해져서 폐렴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 폐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폐 한쪽이 아예 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폐포 세척 검사(BAL)나 비강세척검사를 추천드려요. 이걸 하실 게 아니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항생제 처방 말고는 없습니다."
네가 폐렴일 경우를 가정하고, 폐렴 원인 바이러스를 특정 짓기 위해선 폐포검사가 필요하대. 근데 그 검사를 하기 위해선 입원이 필수고 최소 300만원은 잡아야 한다는 거야. 치료에 드는 비용이 300만원이었다면 나는 고민도 안 했을 거야. 그런데 나는 네 의심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온갖 검색을 해본 뒤였어서,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접근 방법이랄까, 무튼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이 생겨있었지. 그래서 '폐렴이면 일단 급성염증수치를 체크한다던데... 아님 초음파 검사나.', '코 세척 같은 좀 더 기본적인 치료부터 시도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맞잖아. 검사했는데 폐렴이 아니면 어떻게 되는 건데? "아, 폐렴이 아니네요."라고 하면 끝인 건가? '여긴 비싼 병원'이라며 3백이 넘는 검사를 이야기하는 수의사를 난 전혀 신뢰를 할 수 없었고, 일단 일주일 치 약만 받아왔어.
정말 다행이게도, 너는 약을 먹은 지 3일 만에 완전히 나아졌어. 더 이상 아저씨 코 고는 소리도 나지 않았고,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뒹굴기도 하고 그루밍도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는 널 한껏 귀여워해 주었어. 뭐? 3백짜리 검사? 약만 먹으면 나을 것 가지고 진짜. 같은 생각을 하며 너에 대한 걱정을 한 시름 덜었지.
그런데, 일주일 치 약을 다 먹자마자 코 고는 것 같은 소리가 다시 시작됐고, 나는 조금 무서워졌어. 그래서 네가 원래 다니던 A병원으로 갔어. 그곳은 갈 때마다 과잉진료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없고,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줘서 내가 믿는 곳이잖아. 나는 C병원과 B병원에 갔던 이야기를 비롯해 네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어.
"코가 꽉 막힌 소리가 나는 건 상부호흡기 감염일 경우가 제일 많은데, 이건 약을 최소 2주는 먹어야 잡혀요. 일주일 치 약 먹었을 때 효과가 있었다고 하셨으니 일주일 치를 더 처방해 드려 볼게요."
역시. 약을 충분한 기간 동안 먹지 않아서 그런 거였나 봐. 나는 또 영양제와 약을 열심히 먹였어. 그런데 웬 걸. 이젠 네가 밥을 아예 못 먹더라고. 츄르마저 강급해야 할 정도로.
대체 뭐가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