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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SIL Aug 13. 2020

물고기자리인간의 자기관리법

챌린저스 앱 사용기

예전에 별자리운세를 배운 적이 있는데, 나는 처녀자리이면서 물고기자리 성향이 동시에 있는 별자리 챠트를 갖고 있다. 당시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시길- 처녀자리는 주어진 일처리를 잘 하고싶어하는 성향이 강하고, 물고기자리는 집에서 누워만 있는 고양이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물고기자리와 처녀자리 사인.


확증편향일수도 있지만- 그후 스스로를 관찰해본 결과 어느정도 맞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노예근성이랄 정도로 주어진 Duty는 잘 처리하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반면에, 나를 위한 사적인 일은 대충대충 되도록 미루고 몰아서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설거지, 청소...

치우는 건 자고로 몰아서 하는 맛이지!


문제는 처녀자리+물고기자리의 최악의 결합으로 인해- 물고기자리 자아가 게으르게 생활하면 할수록 처녀자리 자아는 자책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누구나 비슷한 자괴감은 가지고 사는것 같지만- 오랫동안 ‘난 왜이럴까’ 싶었던 나는 별자리 이론을 빌어서야 어느정도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 그래서 어쩔수 없이 이모양이구나...'


하늘이 내린 게으름이라는 인식을 하고 나서는, 개인적인 일들도 목표로 정해두고 하곤 했다. 영양제, 팩하기 등을 알람을 설정해두거나, 연초에 올해 할일로 여행하기, 책 몇권읽기 등 10-20가지 정도 메모해두고 연말에 체크하는 식. 성공율이 낮더라도 개중 몇가지는 하게 되서 나름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목표 1번인 '방탄소년단 미국 월드투어'가 코로나로 홀랑 날아가는 바람에 모든 게 어그러지고야 말았다.

코로나 X끼!! 막 살고 말거야!!


그렇게 코로나 핑계를 대며 올해의 반이 훌쩍 흘러버렸고, 물고기자리 자아가 99%를 지배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건 아니다 싶은 1%의 처녀자리 자아는 알람 앱에 영양제, 운동, 식단쓰기 등 각종 알람을 추가하는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던 중.


이런 나에게 너무나 찰떡인 앱을 발견했다.

전국민 목표달성 프로젝트 '챌린저스'

'챌린저스'는 구체적인 목표에 돈을 걸어 달성하면 환급받는 목표달성 챌린지 플랫폼이다.

구체적인 목표라는 게 2주간 매일 아침 여섯시 기상하기, 매일 책읽기, 주 4일 홈트영상 보며 운동하기 같은 것들인데, 사진이나 캡쳐로 인증이 가능해야 한다. 참가자는 챌린지를 신청할때 최소 만원정도의 돈을 결제해야 하는데, 일정 기준 이상 달성하지 못하면 결제한 돈에서 달성못한 비율만큼 깎여 환급을 받고, 깎인 금액은 함께 챌린지를 했던 그룹의 100% 달성한 사람들이 나눠 가지는 구조다. 자본주의형 자기관리 앱이랄까?


챌린지가 너무 다양한데 예를 들면-

영어낭독 쉐도잉 챌린지 : 겨울왕국 같은 영화의 문장을 그대로 쉐도잉 녹음해서 오픈채팅방에 올린다.

마음관리 상담받기 챌린지 : 상담사가 작성한 질문에 답을 쓰고 보내 인증한다.

막연한 일기쓰기, 영어공부하기가 아닌 녹음본 제출, 질문에 답하기 등 구체적인 인증행위가 필수다.


아주 소소한 챌린지도 많다. 몇개 재밌는 것만 예를 들면-

하루 한번 하늘 보기 챌린지 : 하루한번 하늘 사진을 찍어 인증한다.

카페에서 시작하는 아침 챌린지 : 오전시간 카페배경의 음료 사진찍어 인증한다.

헤어에센스 바르기 : 헤어에센스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어 인증한다.


하루한번 하늘보기 챌린지를 보자.

2주짜리 챌린지에 20명이 67만원을 걸고 도전했다.
매일 인증해야 하는데 하늘보기챌린지니까 해가있는 시간내에 인증해야 한다.
인증방법이 구체적으로 예시가 되어 있다.
삼만명 넘는 사람들이 90%이상 성공. 놀라운 수치다.

뭐 이런것도 챌린지를 하냐 싶지만, 하루한번 하늘을 보기 위해 가벼운 산책이라도 나갈 것이고, 카페에서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 더 일찍 준비해서 하루가 조금이라도 길어질터.

모든 챌린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인증이 되어야 하고, 그 인증들은 쌓여서 마치 어린시절 일기장 속 선생님의 칭찬처럼 환급받는 돈 이상의 쀼-듯함을 제공한다.

아니 이렇게 신박할 수가.


이렇게 챌린지들이 목표가 구체적이어선지 돈을 걸어서인지, 목표달성율이 대부분 90% 이상이다. 궁금해서 다른 사용자들을 살펴봤는데 많은 수의 챌린지를 다양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어린 친구들. 요즘 MZ세대들이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엿볼수 있었다.


이 앱를 운영하는 화이트큐브는 7년간 자기개발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멤버들이 모여 차린 회사라고 한다. 몸소 쌓아둔 목표달성의 정교한 노하우를 앱으로 완성한 것. 최근 사용자가 늘어 애플스토어 인기앱 1위를 기록한적도 있다고 한다. 역시 인사이트는 하루아침에 얻는 건 아닌 모양. 크~ 집요한 일잘러들의 성공스토리는 언제나 응원하고 싶어진다.


챌린저스를 발견한 날- 다양하고 재밌어 보이는 챌린지들을 탐색하고 탐색하다가, 나도 모르게 세가지 챌린지에 결제를 하고 있었다...


1. 한국어 노래 가사 쓰기(주3회X2주):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를 손으로 음미하는 덕질챌린지!

2. 영어 팝송 가사 쓰기(주2회X2주): 평생 안고 갈 영어에 대한 마음의 짐....비틀즈 노래 가사 써보기!

3. 긍정/감사일기 쓰기(매일X2주): 내 삶을 지배하는 부정적인 마음을 조금이라도 없애보자!


정신차려보니 매일 노래 가사를 써야하는 상황. (이런 것도 나에게 꼭 필요한 운동같은 건 죽어도 하지 않는...;;) 노래가사와 감사인사를 손글씨로 쓰고 앱으로 사진을 찍어(날짜와 시간이 찍힌다) 인증을 올리면 1회 달성이다. 후후. 갑자기 고딩시절 빡빡이 숙제가 생각나는 건 기분탓이겠지.(옛날사람...)

여튼 2주간 나를 잘 돌려보자!


다음주 부터는 브런치 쓰기도 챌린저스를 활용해볼 생각. 효과가 있을까?

첫날 챌린지 완료! 가사 좋네...좀 길지만..


나라는 물고기자리+처녀자리, 그리고 자본주의 인간이 움직이는 원리를 잘 캐치한- 나를 위한 앱이 아닐수 없다.(감동+흥분) 뭘 그런것까지 앱의 도움을 빌어야 하냐 싶지만- 매일매일 성취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준다면야.

기부니가 조크든. 히-


[챌린저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알람을 열개를 설정해놔도 소용이 없는 사람

*제대로된 학원이나 PT를 끊어야 공부나 운동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큰돈은 아까운 사람

 +작은돈도 쓸모없이 나가면 아까워하는 사람

*찍어논 사진은 잘 안보는데 사진을 쌓아둔게 뿌듯한 사람



아 그리고 저는 챌린저스와 하등 관계없는 사람입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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