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주차 주간보고
*글을 보면 알겠지만- 김장하면서 사진을 1장도 못찍었네요....ㅠ타이틀은 모 식품회사 김치 컷...ㅠ
몇년 전부터, 일년에 한번 이모들이 다 모여서 김장을 했는데 연간 행사가 되버렸다. 대구와 영주에 떨어져 사는 식구들이 다들 모이는 명절에 비근하는 프로젝트다. 우리집, 셋째이모, 넷째이모네 이렇게 3집에, 셋째이모 딸래미인 사촌까지 4집이 약 50-60포기를 담근다. 식구있는 다른 집이야 일년치 김치가 필요하겠지마는, 나는 평소에 요리도 거의 안하고 김치도 딱히 먹지 않아 한두포기 챙겨오는게 다다. 서울에서 가야하고 꽤나 몸도 쓰고 피곤한데, 꼬박꼬박 가게된다. 어째서일까?
올해는 작은 식당을 하는 이모네 가게에서 김장을 하기로 했다. 대구 외곽이라 본가에서 토요일 오전에 부지런히 김장할 장소로 이동했다. 둘째 이모네와 사촌과 조카는 도착해있다.
둘째 이모와 언니가 며칠전에 마늘도 까고, 재료를 시장에서 사고, 막내이모는 영주에서 고추를 사다가 빻는 등 미리 부단히 준비를 해두었다. 염장된 배추도 오늘 배달로 받기로 했다. 작년 김치가 재료도 부실하고 맛이 없어서 올해는 칼을 갈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김장은 전통이 몇년 안되었기 때문에 아직 명확한 레시피가 없는 것 같다.반전 시부모 시조부모까지 모시고 오랜 맡며느리 역할을 해온 둘째 이모가 김치를 잘 담그는데, 우리 김장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고 따로 담근다. 대신, 한번씩 용병(?)을 오거나 전화로 지원을 해주곤 한다. 하지만 정확한 레시피라기 보다는- ‘적당히!’ 혹은 ‘조금!’과 같은 모호한 측량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장 때마다 뭔가 변수가 생기곤 했다.
재작년엔 12월초였나, 좀 뒤늦게 김장을 하는 바람에 끝물의 배추들이 다들 비쩍 마르고 엄청 짜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고(다행히 김치는 맛있었음), 작년엔 부속 재료가 부실했었다고 한다.(작년엔 내가 참여를 못했음) 완벽했던 적은 내 기억엔 없었지만, 상큼한 경상도식 김치를 50-60포기씩 제법 간을 맞춰 만들어냈고, 다들 일년동안 김치 부족함 없이 잘 지냈다.
역시나 올해도 뭔가 어설픈 사건들은 있었다. 무를 채썰어야 하는데 채칼을 안가져와서 칼질을 열나게 했다. 고추가루를 준비한 영주 막내 이모가 느릿느릿하기로 유명한데,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나타나서 그때까지 양념을 못만들고 있어야 했다. 막내이모가 도착한 후, 뭔가 많이 늦어진 기분과 함께 다들 마음도 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얼추 양념 간을 맞춰 속을 만들고 물기 빼놓은 배추에 부랴부랴 속을 넣어서 50포기 김장을 완성했다. 뒷정리까지 하니 저녁시간이 되었고, 김장의 하이라이트인 잘 삶아진 수육과 갓만든 김치로 대망의 김장 행사가 화려하게 종료되었다. 아마도 김치가 많이 필요없는 내가 힘든 김장 행사에 참여하는 건 바로 이 김치+수육의 맛 때문일 것 같다. 아무리 잘하는 보쌈집도 이 맛을 내지 못한다. 아마 ‘노동’이라는 반찬 덕이겠지.
(사진이 없는게 한스러운..)
그런데 마지막 사건. 김치와 수육까지 다 먹고 나서 남은 뒷정리를 하는데- 냉장고에서 며칠 전 이모와 언니가 열심히 준비해둔 마늘과 생강, 청강이 나타난 것이다! 다들 어이없는 얼굴로 서로를 보았고 자매끼리 좀 투닥거리더니 어쩔수 없지뭐~하고 마무리되었다. 쩝. 뭘 빠뜨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다들 정신이 없긴 했지...맛있게 먹었음 됐다...이제 김치냉장고가 잘해줄거야...
마음이 급해지면 정신이 없어지는 집안 내력이 빛을 발하는 김장 행사였다. 그래도 조금씩 노하우가 쌓여가는 듯하다. (올해는 청양고추가루를 섞었더니 매콤한 맛이 좋음!)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이다.
올해 김장도 난리통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얗게 불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