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이론 & 계엄령이 내려진 밤
그와 만나기 전 타로 카드를 보았다. 그랬더니 [오늘은 과거 잘잘못 이렀었니 저렀었니 금지예요. 아아 네가 그래서 그렀구나 그럴만했지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렀겠니 공감해 주는 대화만 해서 녹이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조언대로 어색했지만 그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호텔방에 들어와 껴안고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였더니 “너 나 차버리려고 했잖아.”라는 말을 들어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본 그는 조금 더 늙었고 오랜 비행으로 지독히도 피곤해 보였다. 나에게 시나몬 과자와 내가 좋아하는 서커스 초콜릿 과자를 사다 주어서 기분이 좋았고 나 또한 그에게 그가 좋아하는 노브랜드 초콜릿을 주었다.
그와 공항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우리 집에서 공항이 꽤 멀어 우리는 늘 호텔에서 만나고 있다. 만나면 달려가 껴안고 싶으면서도(극적인 재회를 하는 롱디 커플들처럼) 어색해서 그저 손을 흔들고 인사를 했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을 했지만 피곤해하는 그를 위해 우리는 잘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그는 나에게 달려들었고 우리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나눴다.
아침이 되고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우리는 껴안고 낮잠을 자다 일어나서 예술의 전당에 있는 반고흐 전시를 갔다.
마이클은 친오빠의 연애사정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거와 연관 지어 한국의 연애시장과 결혼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초콜릿 이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인즉슨, 두 그룹에 초콜릿을 12개를 3개를 주고 랭킹을 매기게 하면 한 그룹은 초콜릿보다 돈을 택하는데 (선택권이 많아서) 3개를 준 그룹은 초콜릿을 택한다는 것이다.
“인간 세상에도 데이팅앱을 쓰면 선택권이 많으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것처럼 Commitment를 하는 사람이 적다는 거지 선택권이 많으면.”
반고흐 전시는 어제 본 비엔나 전시보다 보통이었다. 그래도 3-4개 정도 기억에 남아서 엽서로 샀다. 에코백이 사고 싶었지만 에코백이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미술관에서 에코백을 사지 않으려 한다.
그와 겨울맞이 붕어빵을 사 먹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는 그의 모습을 보고 조금 안도가 되었다.
기억력이 나빠진 건지 모르겠지만 그와 한 대화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 집에 가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둘 다 피곤해서 곤히 잠이 들었다.
그 사이에 계엄령이 내려져서 온 나라가 난리였지만 나는 세상모르게 잠만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