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직 일주일 밖에 안 되는 것처럼

by 묘운

그를 오랜만에 만났다. 벌써 두번째 한국 방문이였지만.우리는 공항이 아닌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나에게 비행기 추적 사이트와 사진을 보내줬는데 나는 그가 9,023km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세상모르고 잠만 잤다.

겨우겨우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는 배고플 그를 위해 주먹밥 도시락을 만들었다.

우리는 만나서 껴안고 키스를 나누고 이틀 연속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눴다. 마치 다시는 못 만날 거 같은 사람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직 일주일 밖에 안 되는 것처럼. 왜 이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내 안에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했는데 나는 임신이 될까 봐 늘 걱정했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그는 미국 시간으로 일하기에 새벽 1시가 되어 미팅을 시작했다.

나는 11시 출근이었지만 다시금 잠에 들지 못했고 과자를 우적우적 먹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싶었지만 노트북은 집에 있었다.

그는 너무나도 쉬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새벽마다 여러 미팅을 하는 그를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매일 잠을 줄이거나 일찍 잠에 드려고 하고 일에 모든 걸 집중한다는 것을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퇴근하고 길 한복판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다이소에 들러 과자를 사고 호텔에 돌아와 우리는 잠시 소파에 앉아 키스를 나누고 대화를 했다.

“넌 나랑 키스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

“당연하지.”

“난 널 원하지만 필요하지는 않아.”

“나도 그래 널 원하지만 필요하지는 않아. 너 없이도 살 수 있어.”라는 차디찬 대화를 나눴다.

날 원하지만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 (I want you but I don’t need you)이건 말 그대로 원하지만 행복이나 웰빙을 위해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

이는 그 사람의 행복이 그들의 삶에 대한 상대의 관여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독립과 정서적 성숙을 시사하며 이 문구는 각 개인이 그들 자신의 자아와 자율성을 유지하는 균형 잡힌 관계 역학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없이도 잘 살지만 그가 떠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가 내 안에 남긴 흔적은 깊게 남아 이 느낌을 계속 기억할 거다. 그와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내 글을 출판하고 싶다고 얘기하니 그의 친구 아버지에 대해 얘기를 했다. 아마존에 글을 출판한 친구 아버지가 있다면서.

그러다가 우리는 determinism 결정론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솔직히 제대로 이해한 건 지 모르겠다. 결정론은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연이나 선택의 자유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인과(因果) 관계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을 말한다.


그러니까 온 우주가 마이클과 내가 만나게 된 것조차 어떠한 인과 관계의 법칙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인데 마이클과 내가 꼭 도쿄가 아니었어도 만났을까?

어제는 퇴근하고 그가 데리러 왔고 그게 난 좋았다. 그리고 나는 부끄럽지 않은 호텔에 일하고 있었고 나는 그게 자랑스러웠다.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어느 노숙자가 “아가씨 잔 돈 좀 있어?” 라며 말을 걸어왔다. 길에서 직접적으로 이렇게 구걸하는 사람은 30 평생 처음이어서 나는 좋은 하루를 보낸 만큼 힘든 이 사람한테 갚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가방에 있던 만 원짜리를 꺼내 드렸다. 마이클도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구걸하는 건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마이클은 자기는 일을 그만두더라도 일을 구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을 벌었다고 했다. 엔지니어가 어느 정도 돈을 버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놀랍지도 않았고 10년을 넘게 일한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나는 그를 동경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아이폰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어서 그의 자랑이 달갑지는 않았다.

퇴근 후에 나는 그를 또 만나러 간다. 그를 다시 다른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다정하게 내 캐리어를 끌어주었고 방까지 에스코트를 잘해주었다. 우리는 배가 고팠기에 "뭐 먹으러 갈까?" " 치즈버거 먹고 싶어. 셰이크쉑?" 같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와 나 사이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그는 나에게 불평을 했는데 "너는 배고프거나 졸리면 내 이야기를 듣지를 않아." 라며 툴툴거렸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찾아낸 치즈 버거 집에서 버거를 먹고 산책을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패스트라이브즈 past lives] 영화를 보고 잠이 들었다. 또 다른 어느 날이 밝아왔고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했다.


나는 회사에서 졸려 보인다는 말을 듣고 있었고 계장이 자꾸 나를 터치하여 그 부분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대리님과 주임님한테 얘기를 했더니 일이 커져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닌 거나 그 계장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할 수 없을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나는 왜 회사를 다니면 늘 문제가 생기는 걸까? 그래서 마이클과 얘기를 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고 지영 대리님과의 관계는 제로섬 얘기를 다시 하면서(마이클은 한국여자애들이 제로 섬 게임 속에 갇혔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과 잘 지내길 바랐다.

나는 그 사람이 지원과 나를 비교하며 수수하지 않다고 했기에 싫었지만. 퇴근을 한 후에 홍대에 머물고 있는 마이클을 보러 갔다.

우리는 갑자기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의 전 남자친구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그게 불편했다. 왜 이 사람이 나의 과거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었고 나는 그에 과거에 대해서 모른다. “내 첫사랑은 이 사람이었어. 왜 좋아했냐면 잃어버린 내 필통을 온 교실과 반 친구들 가방과 사물함까지 뒤져서 찾아줬기 때문이야” “네가 저번에 얘기했었어.” “그러고 나서 나의 나머지 연애사에 대해 얘기해 줬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데 어제는 사이다 캔이 열린 상태로 자판기에서 나오는 꿈을 꿨고(찾아보니 이건 좋은 꿈이었다.) 또 다른 다음날은 약을 먹는 걸 까먹었더니 한 번은 호텔 프로그램에 나에 대한 공지가 올라갔고 대리님이 꿈에 나와 그 공지를 널리 알렸다.

그래서 배신감이 들었는데 그걸 책으로 만들어서 잡지가 되었다. 모르는 여자가 나와서 그 잡지를 사서 내 디올 가방과 함께 도망가려고 했고 그 여자한테서 가방을 뺏고 잡지로 얼굴을 강타했다.

그러고 나서는 두 번째 꿈은 바퀴벌레가 상자에 한 가득한 꿈을 꿨는데 튀어나온 바퀴벌레는 친오빠가 잡아주었다. 그런데 형광 연두색 개미 한 마리가 있었는데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서 에프킬라를 사용했더니 포켓몬처럼 진화해서 무서워서 잠에서 깨었다. “으아아아악!” 하고 일어나니 그이가 한걸음에 다가와 “무슨 일이야?” “바퀴벌레 꿈을 꿨는데 친오빠가 잡아줬어.” “그냥 꿈일 뿐이야. 혹시 집에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있어?”라고 그가 물어봤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쉬는 날이었기에 우리는 호텔방에서 밀회를 나누는 것처럼 사랑을 나눴다. 그렇게 아침부터 2시까지 우리는 호텔 방에서 나가지 않고 뒤엉켜 하루를 보냈고 이대로는 있다가 하루 종일 사랑을 나누지 않을까 싶어서 섹스를 하고 난 뒤 졸린 그를 이끌고 서울타워로 향했다.

생일날도 그와 함께 도쿄타워를 향했는데 나도 나 스스로 생각하는 거지만 왜 이리 도시 뷰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서울타워는 10년 만에 오게 되었는데 많은 것이 바뀌어있기도 하고 그대로이기도 해서 이질감을 느꼈다. 가격이 더 비싸졌다는 것이 함정이었지만.

그는 처음에는 시큰둥한 것 같더니 “다음에는 걸어서 와봐야겠어 여름에 말고.” 라면서 다시 오겠다는 말을 했고 그게 나와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타워에서 위니비니 젤리를 사서 먹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명동에 있는 명화당 김밥을 향했다. 그는 치즈김밥이 먹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엄마가 알려줬던 명화당으로 그를 데려갔다.

서울타워에서 비싼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그는 그게 비싸다고 했다. 돈을 그렇게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두 번쯤은 그가 비싼 레스토랑을 데려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짐을 싸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짐 덕분에 나는 지각 위기에 처했고 무사히도 지각하지 않고 도착하여 출근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성희롱 계장이 아침조여서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나를 대했다.

오늘 신기했던 것은 갑작스럽게 지영대리님이 나에 대해 칭찬을 했다는 것이다. “묘운아 너는 웃을 때 진짜 해맑고 예쁜 거 같아. 그래서 남자친구가 반했나 봐.” “어머 감사합니다. 대리님도 예뻐요.”라는 대화를 했고 가식적으로 들리겠지만 전혀 우리의 대화가 가식적이지 않아서 더욱 놀랬던 것 같다.

“그게 이유라기보다는 남자친구가 말하길 제가 솔직해서 좋대요.” “그렇구나. 일만 같이 해봐서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은.”이라는 대화를 나눴고 그의 말대로 그녀가 나를 싫어할 거라는 예상을 하지 말라는 말이 적중하였다. 이상하리만큼 평화롭고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고 스파이크 없이(몰리는 시간 없이) 체크인을 마칠 수 있었다.

끝나고 그를 만나러 갈 수 있었기에 나는 즐거웠고 택시를 타고 레지던스로 향했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내 곁에 있는 게 고마웠고 그가 날 떠나더라도 좋은 기억을 남겨줘서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차피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그가 8월에 다시 온다고 했을 때 나는 기뻤고 4주만 기다려도 된다는 생각에 들떴다. 그가 올지 안 올진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마트를 향했고 이마트를 향하는 동안 오빠가 말한 거와 달리 집안일이 해결되어서 기본 적으로 4년 전 우리 집의 전세 비용이 현재 매물 가격보다 높아서 집주인이 집을 팔기 싫어했고 그러면 돈을 돌려달라 하니 전세 보험에 들어가 있지만 집주인이 그만큼의 돈이 없어서 이사를 가니 많이 했다가 그냥 우리가 손해를 보고 전세로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에게 저번에 말한 거와 달리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고 그거와는 다르게 그와 장을 보는 생각을 했을 때 그가 내가 담는 물건들을 덜어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면 왜 이렇게 많이 담냐고 불평을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담아내는 물건들을 군말 없이 들어주고 담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결제까지 해줬다. (내가 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 기억도 나지 않는 충격의 김치볶음밥 레시피를 찾아서 했는데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도… 맛이 엄청나게 있어서 내가 또 해 먹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요리를 하는 동안 그는 설거지를 해줬는데 뭔가 갑자기 전남자친구와 함께 했을 때와 달리 결혼 한 느낌이 들어서 이상했다.

그러나 우리는 밥을 먹으며 엄마에 대해 얘기했는데 마이클은 우리 엄마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에 흥미로워했는데 “엄마는 남자친구와 만난 지 10년 정도 되었어. 남자친구가 결혼하자고 했는데 싫다고 했고. 나도 결혼할 필요는 없어.” “왜 싫다고 했는데?” “다시 또 결혼하기 싫고 그 사람한테 자식들도 있고 엄마는 나와 오빠의 엄마가 되고 싶어 하지 여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렇지만 남자친구한테 가는 건 여자가 되는 것 아니야?”라고 했고 마이클은 이유를 알고 싶어 했으나 나는 엄마가 왜 결혼을 다시 하고 싶지 않은지 다시금 생각하다가


“엄마는 그 사람을 위해서 집안일을 하기 싫대. 근데 가끔 그 집에 가서 집안일을 해줘.” “그렇다면 왜 결혼하기 싫은 건데? 너희 엄마는 좋은 여자로 보여. 너의 어머니가 행복하셨으면 좋겠어.”라는 대화를 나눴고 그와 결혼할 일은 없겠구나 그렇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라벤더 헤이즈처럼 결혼하지 않고도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소셜 커넥션이 필요해 그래서 관계를 맺는 거고.”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소속감을 원한다 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는데 어느 정도 동의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우정도 사랑도 일도 필요하다.


​그러다가 다정하게 서로 껴안고 잠이 드려는 순간 그와 싸우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전기가 계속 파워가 나가서 우리 둘의 핸드폰이 충전이 되지 않았다. (타이머 같이 계속 전기가 나갔다.) 그래서 나는 레지던스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다. 내가 호텔에서 문의를 받는 것처럼. 그런데 그는 “네가 날 무시했잖아. 나한테 시간만 주면 고칠 수 있어.” 라며 어이가 없는 발언을 했고 나는 또다시 떠나겠다고 했더니 “아무도 널 여기 있게 붙잡지 않아” 같은 차디찬 말을 내뱉었고 나는 “진짜 간다?” 하고 갑자기 약을 먹지 않은 게 생각이 나서 약을 먹고 피임약을 먹었다.

분명 이때까지만 해도 그와 나는 화가 나 있었는데 미팅을 하러 가기 전에 삐진 나에게로 오더니 껴안고 키스를 해주면서 “미안해 네가 날 무시해서 그랬어.” “너 못됐다.” 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또다시 미팅을 시작했고 나는 그를 위해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인이면서 베이컨과 스크램블에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고 나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는데 그가 아닌 동경 친구를 만나는 동안 영향을 받아 아침형 인간이 되고 말았다. 일 하러 가기 전에 엄청나게 일찍 일어나는. 출근을 할 때 길가에 있는 의자를 볼 때마다 그의 생각이 난다.


그렇지만 패스트라이브즈의 영화처럼 [뭔가를 남겨두고 떠나면 얻는 게 있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되뇐다.


​그이가 좋았지만 공격적인 그의 말투를 간혹 캐치할 때가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다정한 사람은 아니라고 느껴지기에 나는 늘 혼란스러웠다. 그를 사랑하는가? 애절한가? 내 인생을 걸만한 사람인가?(결혼한 경화 언니가 해줬던 말이다. 결혼은 인생을 걸만한 사람이랑 하는 거라면서.) 그냥 이대로 스쳐가는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그이는 나랑 헤어져도 나를 케어할 거라고 했다. 자기 심장의 일부라면서.


나는 그에게 줄 심장의 일부가 없다. 돈이 많다는 그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고 그의 외모가 좋았다. 그는 나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 걸까?

잠이 들기 전 그에게 왜 나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잠이나 빨리 자라며 재촉했지만. 간혹 간간히 깼지만 평소보다 푹 자고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미팅을 하고 있었고 내가 일어나서 그에게 방해가 되고 있었다.

사실 미팅을 할 때 그가 쓰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아무리 그가 나에게 영어를 알려준다고 해도 내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대학에 가서 강의를 들을 정도는 아닌데 그는 굉장히 아메리칸 악센트를 가졌고 내 영어를 알아들어주지만 가끔 의사소통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아니면 내가 이해를 못 해서 계속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한다거나) 나를 만나는 이율 모르겠어서 진심으로 물어봤다.

그가 내가 쓰는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언어적 장벽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우리가 신기했다. 사실 그와 싸울 때 “미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아시안을 만나.”라고 한 적이 있는데 어제 산책을 하고 비닐봉지가 필요해서 다이소를 들렀는데 그와 같은 갈색 머리 여자애가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사람이 많아서 내가 뒤로 가게 되고 그 여자와 함께 나란히 서 있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니어도 이 사람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겠구나. 굳이 아픈 나와 함께 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오늘은 그와 아침을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아티스트 베이커리]에 가서 소금빵을 포장해 와서 먹었다. 가고 싶던 빵집이었기에 같이 가준 그에게 고마웠는데 “같이 가줘서 고마워.”라고 하니까 “저번에 줄이 길어 못 갔으니까 같이 가자고 내가 한 거야. 네가 오히려 오늘 가는 걸 망설였지…”라고 했다. 우리는 맛있게 빵을 먹고 나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했다.

호텔로 돌아와 그이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에게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즉흥적인, 자발적인, 자연스러운 사람이어서(spontaneous) 좋다고 하는데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네가 똑똑해서 좋아 그리고 잘생겨서라고 했는데 말이다.

오늘은 장마가 온 듯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고 출근을 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1시부터 10시까지 근무할 생각을 하니 아찔하였고 돌아오면 그는 자고 있을 것이다. 내일은 쉬는 날이라 비가 안 온다면 창경궁을 가기로 했다. 웃기게도 어제 같이 근무하는 지원 언니한테 그이와 같이 만나서 밥을 먹자고 하니까 처음엔 거절했다가 흔쾌히 수락을 하였다. 아마 주식과 비트코인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거라 생각이 들어 제안한 건데 그이도 신나 보였다.

우리는 갈비찜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에게 “79,000원이야 언니가 고른 식당이…”라고 하니 지원은 비싼 걸 좋아하냐고 했다. 우리가 평소보다 먹는 음식 값보다 비쌌기에 그이가 낼 것인가 언니가 낼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가 든 생각이었다. (언니가 낸다고 했지만 난 마이클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우리 셋이 쉬는 날 놀기로 했고 나는 그게 그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직장동료이자 친구도 소개해주고 지원 언니는 캐나다에서 유학을 해서 영어가 유창하니까 그이도 답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갑자기 아이패드 사진첩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perception과 perspective의 차이점에 물어보니 “자 네가 찍는 사진은 관점이고 카메라는 지각이야. 지각과 관점은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insight는 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벤다이어그램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세 가지가 겹쳐 있지만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고 원어민도 의미는 알고 있지만 설명해 주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 사진도 마찬가지지만 글을 쓰는 것도 지각이고 스토리도 관점이야.”


“그럼 책은 관점을 표현하지만 반드시 통찰력을 가진 건 아니네?”라고 하니 “맞아.”라고 했다. “그럼 전에 회사에서 powerful insights라고 말해준 건 칭찬이네?”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corruption 부패가 흔한 나라잖아. 내가 Nothing but thieves라고 말했다가 회사 corruption을 발견한 거 기억하지?”라는 대화를 나눴고 “부패는 인도가 한국보다 제일 심해.”라고 마이클이 말했다.

출근하기 전 속옷차림으로 있으니 그가 나에게 다가와 배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49kg이지만 요새 너무 잘 먹어서 필라테스를 다시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키스해 주는 게 기분 좋았고 회사를 가지 않고 비 오는 오후를 같이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마치 내가 가장이고 그가 백수인 것처럼 우리는 잘 다녀와 인사를 나눴다. 집 지키는 강아지 같이 귀엽게 인사해 줘서 좋았다. 단지 그가 내가 없는 동안 라면을 먹는다거나 해서 나와 함께 밥을 먹지 않을 때 걱정스러웠지만. 내일은 오리 고기 무쌈을 해주려고 한다.

12시 15분 나는 비가 와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했다. 평소와 달리 오후 조여서 할 일이 많았는데 그가 내 모습을 본다면 내가 그가 일하고 있을 때 모습을 보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미 정갈하게 머리를 올리고 유니폼 정장을 입고 갈 때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나는 퇴근할 때 옷을 갈아입고 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그의 장소에 돌아와 옷을 벗고 졸리냐는 그의 말에 “조금 근데 영화 보고 싶어!” 하니까 내가 꼭 봐야 할 드라마가 있다며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줬다.

그는 HDMI 연결하는 법도 알려주고 자막 설정하는 법도 보여줬는데 그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러다가 드라마에서 라쿤이 나와서 쓰레기를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라쿤 카페를 갔다 왔던 나로서는 좋은 이미지가 있어서 “라쿤이다!” 이러니까 미국에서는 라쿤이 쓰레기를 먹고 마당을 엉망으로 만들고 고양이간식을 빼앗고 고양이를 죽게 한다고 했다.

“그럼 주인은 고양이를 어떻게 보호해?”라고 하니 “총으로 쏴 죽이면 돼. 아니면 트랩을 놓거나”라고 했다. “라쿤들은 귀여운 줄 알았어.”라고 하니 “굉장히 못됐고 귀엽지도 않아.”라고 했다. 그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뒤에서 백허그를 하고 뱀파이어처럼 목에 키스를 해줬는데 나는 그게 좋았다.

오늘 아침부터 배에 키스하고 목에 계속 키스하는 그에게 “너 오늘 좀 이상해.” 이러니까 “좋은 의미로 나쁜 의도로?” “좋은 의미로”라고 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3화를 연속으로 봤는데 무려 시즌7까지 있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찾아보다가 디즈니 +에서 볼 수 있다는 뉴스를 찾았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디즈니+로 볼래!”라고 하니 “계속 같이 볼 수 있을 거야.”라고 해줬다. 이미 봤음에도 나를 위해 두 번이나 봐주는 그를 위해 그가 좋아할 만한 [미드나잇 가스펠]을 추천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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