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돗, 그리고 친구

지난 3년은 바람처럼 스쳐갔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앞다퉈 내 정신을 정산해 갔다.
그 와중에 세상은 엿같기도, 기대 이상으로 빛나기도 했다.
그 빛나는 순간들 덕에 나는 겨우 인류애를 붙들었다.

몇 사람은 내게 돗을 달아주었고, 조용히 다른 길을 열어 주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새로운 일들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늙어서까지 돗을 달아주고 싶은,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나는 친구를 많이 사귀지 않는다.
그러니 주름까지 세어가며 곁에 있을 친구가 세 명이라면, 그것은 내 삶에서 이미 큰 성과다.

문득 그중 한 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아마 31살쯤, 9~10년 전쯤에 처음 만났나 봐. 앞으로는 더 오래 함께 보자.”
“심심할 때 부르면 달려갈게. 물론 내가 쉬는 날이여야 가능한 말이지만 ㅎ”

내가 먼저 홀린 듯 메시지를 보내놓고, 왠지 모르게 내가 먼저 멍해졌다.
친구는 장난스레, “ㅋ 너 힘드냐?”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마웠다.

20살 때부터 내 모든 삶을 지켜봐준 친구 하나,
30대부터 내 모든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 하나,
지금까지 나의 모든 행보를 지지해주는 친구 하나.

이쯤이면, 잘 살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