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

<경제, 알아야 바꾼다> 주진형 씀.

by 조통달


며칠 전 점심시간에 산책하러 갔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렀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쇼핑백도 주고 미용티슈도 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줄 끝에 서 있었더니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모델하우스로 들어가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 줄은 부동산 업자들 줄이었다. 소위 “떴다방”들이었다. 나는 원래 미용티슈가 목적이었으므로 대충 둘러보고 나오는데 그 떴다방 줄의 맨 앞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다가온다.


“선생님! 구경 잘 하셨어요? 이 아파트는 계약 후 6개월 후 전매가 가능합니다. 당첨되시면 차익을 남기고 파실 수 있어요. 여기 선생님 주소만 남겨주시면 저희가 연락드릴게요.”


내가 연락처를 적어주자 그 사람은 다른 손님들 연락처를 ‘따기’위해 떴다방 맨 뒷줄로 갔다. 그 줄 맨 앞에 있는 사람은 내 뒤에 나오는 사람에게 다시 접근하여 똑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어렴풋이 “떴다방”은 불법이고 사회적 문제라고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여기서는 상관없는 분위기였다.


KakaoTalk_20190124_084609024.jpg?type=w773 ▲부동산이 아닌 저축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을까 (사진출처: 연합뉴스)


내 집이 생기자 오히려 생활의 여유가 없어졌다


나는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을 둘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자꾸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에 아내와 고심을 거듭하고 난 뒤 작년 3월에 아파트를 샀다. 전세로 살던 집 보증금에 모아놓은 돈을 보태고 은행 대출을 받았다. 그러자 한 달에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이자로 인해 가끔씩 식구들과 중국집에서 먹던 짜장면 외식에서 늘 함께했던 탕수육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아내는 수시로 집안을 순찰하며 전등을 끄고 보일러 온도를 1도씩 올리고 내리고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20년 전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은행으로 달려가 가입한 것이 ‘근로자우대저축’이라는 상품이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10% 이상의 예금이자를 주는 상품이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근로자우대저축과 다른 적금통장에 꼬박꼬박 넣었다. 만기가 되자 집을 살까 사업을 할까 고민했다. 불행하게도 헛된 도전 정신에 취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해 그 돈을 다 날렸지만 지금 생각해도 꽤 큰돈을 모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연 이율 3.9%의 5년 만기 적금의 만기가 와서 은행에 갔다. 원금이 10,200,000원인데 이자가 90만 원 남짓에 이자소득세를 빼고 나니 이자가 75만 원 정도 붙어있었다. 산수와 수리 개념에 취약한 뇌구조로 인해 이자가 얼마가 나올지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그래도 5년간 적금을 부었는데 100만 원 이상은 나오겠지라는 바보 같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실망에 가까운 허탈감으로 바뀌는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축으로 부자 된 이들이 별로 없어요. 다 부동산 덕을 봤죠. 부동산에 투기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지고 있는데 값이 올라간 거죠.”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고 한다. 부모가 돈이 많거나 결혼한 배우자 집안이 돈이 많거나 로또에 당첨되거나. 난 그 3가지 방법 중에 한 가지도 해당되는 것이 없다. 아버지는 시골 농사꾼이며 아내 집안 역시 평범함 그 자체이다. 로또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부자가 될 가능성을 내 스스로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주위에 돈 좀 벌었다는 친구들 대부분이 친가나 처가의 사업을 물려받았거나 어쩌다 아파트 사고팔기 테크닉을 전수받아 차익으로 큰돈을 번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대화 형식으로 설명한다. 일자리, 경제민주화, 대기업의 독과점, 금융산업의 문제점, 직장 민주화, 부동산 문제, 교육문제, 조세제도의 불평등, 출산 문제까지 어느 한 부분을 읽어도 편한 곳이 없다.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한 번 가진 기득권은 더욱 견고해진다. 옛날 어르신들은 열심히 살면 밥은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열심히 사니까 딱 밥만 먹고 살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천지불인(天地不仁). 나이가 마흔이 넘어 알게 된 문구이지만 처음 접한 순간 가슴이 저렸다. 내가 원하는 세상, 더 좋은 세상은 나에게 무심하다"


이 책을 쓴 주진형 선생은 좋은 세상, 좋은 사회를 원한다면 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대하며 살기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바쁘다. 한 달, 한 달 열심히 일해서 10년 정도 저축하면 집 한 채 살 수 있고 ‘SKY캐슬’에 사는 사람들처럼 아이들 교육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어진(仁)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책에 나오는 주진형 선생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저축으로 부자가 되는 경제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저축할 수밖에 없다. 바보 같지만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다.


내게 허탈함을 안겨준 그 만기 적금 1천90만 원 가운데 50만 원은 아내에게 용돈으로 주고 나머지 1천40만 원은 대출금을 갚았다. 다음 달 대출 이자 빠져나가는 날은 몇 만원 감액되어서 통장에 찍힐 것이다. 그러면 오랜만에 중국집에 외식하러 가서 이렇게 외칠 것이다.


“사장님! 여기 짜장면 4그릇에 탕수육 대(大) 자, 아니 중(中) 자 하나요”


▲<경제,알아야 바꾼다> 주진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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