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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Apr 08. 2020

좋은 리더를 만난다는 것

백수일기_2

출근하는 길에 팟캐스트 <이이제이>를 들었다. 최강욱 전(前)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나와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울먹거리는 것을 들으면서 나도 따라 울었다. 사연은 이랬다.


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청와대 내에서 칩거하고 있는 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눈이 많이 왔다. 청와대 경호원들은 눈이 오면 대통령이 통행하는 길은 무조건 눈을 쓸어야 한다고 한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규칙이란다. 그러다 행여 대통령이 나타나면 눈을 쓸다 말고 바위나 건물 뒤로 숨어야 했다. 일종의 심기 경호라고 할까? 아무튼 그날도 경호원들은 눈이 오자 열심히 눈을 쓸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관저에 칩거하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이 밤에 산책을 나왔다. 눈을 쓸고 있던 경호원들은 근무규칙에 따라 후다닥 몸을 숨겼다. 하지만 눈이 오고 경호원들의 덩치도 커서 대통령에게 들키고 말았다.


“거기 왜 숨고 있어요? 다들 나오세요.”


쭈뼛거리며 나온 경호원들을 보고 웃으며 대통령은 수행하는 직원에게 사진사를 데려 오라고 부탁했다. 사진사가 오자 대통령은 일일이 경호원 한 명, 한 명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경호원들에게 고생하라고 말하며 관저로 사라졌다.


며칠 뒤, 그날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던 한 경호원의 시골집에서 경호원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야야! 니 출세했네. 대통령님하고 사진을 다 찍고. 오늘 청와대에서 소포가 왔는데, 대통령하고 니하고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보내왔더라. 아이고 무슨 이런 일이 있노?”


그날 눈 밭에서 은폐, 엄폐에 실패한 경호원들은 모두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선물 받았다.


그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은 청와대 직원들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한 분, 한 분에게도 항상 예의를 갖추고 인사를 했다. 화장실에 가다가 마주쳐도 옷깃을 여미고 인사하는 문재인 민정수석. 대통령이 된 문재인은 지금도 그 모습이 변함이 없다고 한다.



좋은 리더를 만나는 행복


좋은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나의 사회생활을 돌이켜 보건대 그런 리더는 별로 없었다. 함께 사택을 사용하며 담배 심부름과 온갖 모욕적 언사를 하며 된장라면을 사 오라고 시키던 2살 위의 지점장 새끼, 자기 회사에서 온갖 궂은일을 했지만 결국 날 해고했던 친구였던 사장 놈, 바닥을 기던 매출을 10배나 달성하고 각종 클레임이나 분쟁을 처리해 주었지만 사업의 방향을 바꾸고 안면몰수한 부가가치세도 모르던 자칭 비즈니스 전문가… 이런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리더를 만난 것도 모두 내 탓이다. 된장라면을 사 오라고 시켰던 그 지점장과 같이 근무했던 회사에서 나는 사실 능력이 부족했다. 친구가 사장으로 있던 회사에서는 내 스스로 그 친구를 리더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멍청이었던 것이다. 안면몰수한 그 비즈니스 전문가를 만난 것은 그냥 내가 운이 나빴던 것이라고 해두자. 아무리 생각해도 부가가치세도 모르는 그 비즈니스 전문가는 나쁜 놈이다.


월세 30만 원을 지원해 주는 예전 회사 직장 상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를 몇 개 봐주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참고로 그분도 부가가치세도 모르는 그 비즈니스 전문가에게 안면몰수당한 나와 동병상련의 동지이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나불지라는 공원. 걷고 사색하기에 참 좋다
나도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있다. 비록 대통령 후보시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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