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통달 May 20. 2020

선명한 하늘, 흐릿한 마음

백수일기_7

어제 비가 오고 나니 하늘이 진짜 하늘색이다. 구름도 진짜 흰색이다. 강가 산책로를 뚜벅뚜벅 걸었다. 웅웅거리는 전화기의 진동소리는 내 심장을 쿵쾅쿵쾅 한없이 뛰게 한다. 또 전화가 온다.



“여기 심심해서 못 있겠다. 집에 갈란다. 어여 와서 내를 태워가거라. 동무도 없고…”

“아부지, 1시간만 더 있으면 점심시간입니더. 점심 드시고 태우러 갈 테니까 조금만 참아보입시더.”



벌써 아버지5번째인지 6번째인지도 모를 전화 통화를 했다. 집에 가겠다는 아버지의 성난 목소리와 안된다고 달래는 아들의 반복되는 통화 내용이다. 가기 싫다는 아버지를 간신히 주간보호센터에 모셔 놓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무작정 걸었다. 하늘이 무척이나 맑았고 먼 산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하지만 눈으로는 그 선명한 경치를 바라보았지만 마음에는 아버지가 또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흐리멍텅했다.



어제 병원에서 검사한 아버지의 인지도 검사는 1년 전보다 많이 나빠졌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고 언어능력도 드디어 비정상의 범주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당신은 치매가 아니라고 의사에게 어필하기도 했으나 어제는 그냥 의사의 설명을 흐릿한 눈으로 듣고만 있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간보호센터에 엄마와 함께 들러 보았다. 담당 선생님과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아버지는 말했다.



“난 안 온다. 동무도 없고… 심심해서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아버지가 주간보호센터에 가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그만 애 먹이고 제발 주간보호센터라도 가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같은 레퍼토리의 신세한탄을 10 분 동안 아버지에게 퍼부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또 전화가 온다. 아버지다.



“점심 먹었다. 데리러 온너라”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아부지 점심묵고 집에 간단다. 머라카지 말고 욕봤다고 카고 달래주레이…”



진짜 슬프도록 아름다운 날씨다.

미세먼지가 없어서 그런지 유난히 눈이 부시다.

눈물이 날 만큼…

아버지를 주간보호센터에 모셔놓고 무작정 청도천 길을 걸었다. 오늘 날씨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 공부의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