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통달 Jun 09. 2020

대통령의 딸과 사위가 근무하는 미국 백악관

'패밀리'가 있는 조직에서는 '열정'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캔자스주에 있는 위치타 주립대 기술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려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연설을 취소하는 굴욕을 당했다고 한다. 미국 백악관에는 이번에 학생들로부터 굴욕을 맛본 이방카와 함께 이방카의 남편이자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도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패밀리인 아빠와 딸과 사위가 세계 최강 미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막강 실세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미국 언론에 따르면 쿠슈너는 정부 내 자신의 인맥과 민간 헬스케어 업체 인사들과 함께 코로나 '그림자 대응팀'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팀은 민간과 협업을 통한 코로나 검사 효율화 문제 등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무실은 워싱턴의 보건복지부 7층에 마련돼 있는데, 이는 앨릭스 에이자 복지부 장관의 사무실보다 한 층 더 높다. 사무실 층수에 특별한 의미는 없겠지만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통제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 실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전제하에 살아가면서 내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은 가족 구성원일 것이다. 배우자는 물론이고 자녀, 형제, 때론 그의 배우자들도 내가 믿을 만한 사람들일 것이다. 가족은 내가 자라온 환경을 알고 나의 장단점을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나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을 지지해 준다. 하지만 그건 가족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필요한 믿음과 지지이다. 내가 어느 조직의 리더가 되었을 때, 그 조직이 가족이라는 공동체와는 성격과 해야 할 일이 다를 때에는 리더는 절대 가족 구성원을 그 조직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국가 정부 조직은 물론 각종 회사에서도 리더의 가족이 주요 결정 단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트럼프 패밀리가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기업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가족이 ‘패밀리’란 이름으로 주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버지가 사장이면 부사장, 상무, 기획실장, 관리부장 등은 가족인 경우가 많다.



보통 전무라는 자리와 영업부장, 경리부장은 가족 이외의 구성원이 맡는 경우가 많다. 전무는 리더의 가족 이외의 다른 조직 구성원을 이끌고 그들과 소위 ‘패밀리’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영업부장은 가장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자리이므로 리더의 가족이 맡을 이유가 없다. 경리부장은 각종 회계와 세무관리를 해야 하는 머리가 아픈 위치이므로 리더의 가족이 맡을 이유가 없으나 돈을 관리하는 자리이므로 리더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직원들 모르게 봉투도 챙겨주고 조금은 근태가 불량해도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나도 그런 회사를 다녀봤다. 창업주의 사위였던 내 친구가 사장인 회사에서도 일해봤고, 아빠가 실질적인 사장, 엄마는 명목상의 대표, 딸은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회사의 모든 업무에 친히 사사건건 만기친람(萬機親覽)을 하는 회사에도 있어봤다. 사장이었던 내 친구는 업무용 차량을 창업주의 딸이자 근무도 하지 않는 초등학교 선생이 직업인 자기의 아내에게 배정했으며, 최근까지 일했던 회사의 아빠, 엄마, 딸은 각각 모하비, 제네시스, BMW를 타고 다녔다. 물론 회사에서 렌트한 업무용 차량이다. 법인카드 내역, 각종 경비 지출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패밀리”가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조직에서 열정은 오히려 스트레스이다



내가 리더인 조직에서 내 가족이 구성원이 되면 분명 그 가족은 본인이 가진 능력 이상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그 리더는 그 가족의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판단 능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같은 업무라도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맡기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 업무의 최종 결재권은 ‘패밀리’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정작 능력 있는 조직 구성원은 점차 가진 열정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부속품처럼 되어 버리기 쉽다. 아니 열정을 펼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에 대한 열정보다 ‘패밀리’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업무의 가장 큰 부분이 되는 순간 그 조직은 ‘패밀리’의 이익단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의 직속상관인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진짜 짜증 나고 불편할 것이다. 대통령만 모시면 되는 자리인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사위의 눈치를 보면서 업무를 하는 것은 한마디로 기분이 엿다. 비서실장인 본인의 업무지시보다 쿠슈너 선임보좌관 업무지시에 집중하는 직원들이 많을 것이며, 언론도 비서실장인 본인보다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의 일거수일투족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이 마뜩잖을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 언론이 '메도스,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쿠슈너의 영향력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재러드 쿠슈너가 백악관에서 가장 막강한 목소리"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고 있다고 조롱하고 있을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가족이 그 굽히는 팔 안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리더의 굽히는 팔 안에 가족 구성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족 구성원이 조직에 있을 때 리더의 판단 능력의 저하도 문제지만 다른 구성원의 업무능력과 열정이 감소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미국 아이비리그를 나오고 고시 3관왕을 하고 10개 외국어를 하는 불세출의 인재라면 굳이 내가 리더로 있는 조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 다른 조직에 가서 성공을 하거나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리더가 되면 되는 일이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 리더가 되어보나?

도널드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그의 남편 제라드 쿠슈너, 둘 다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다(출처:연합뉴스TV 갈무리)





작가의 이전글 "팬텀싱어 3" 본방사수를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