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장사꾼의 인터넷 판매 플랫폼 정착 이야기
요즘 다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에 다녀와도 어둠 속에서 블루라이트가 나의 망막을 상하게 하는 것을 알면서 스마트폰에 접속한다. 쿠팡 판매자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주문건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제는 벌초를 다녀와서 피곤해서 일찍 잠에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확인해보니 주문건수가 150건이 넘었다. 주말이라 택배 발송을 못해 3일 치가 누적된 것이긴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 상승 폭이 큰 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다. 점심 먹고 물류창고가 있는 포항으로 택배 포장을 하러 가야 한다. 물류창고라고 하지만 냉동창고 하나 있는 20평도 안되는 식자재 유통창고에 더부살이하는 형편이다. 언제 역전될지 모르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6개월 동안 집 근처에 공유 사무실을 하나 얻었다. 이름하여 “통달재(通達齋)”. 10여 년 전부터 써오던 닉네임 ‘통달’에, 옛날 사람들이 학습을 하던 집이나 건물을 뜻하는 ‘재(齋)’를 붙여 통달재란 근사한 이름을 지었다. 백수 신분에 집에 있기가 거시기해서 낮에는 사무실에 나와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아빠가 개인 사무실을 얻었다고 놀러 와서 그림을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마시고 놀았다. 웬만하면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했다. 점심도 가급적이면 집에서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끔은 소파에 누워 낮잠도 자는 호시절을 보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는 아내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살고 있는 대구와 경북지방이 난리가 나고 아이들과 외출도 못 나가던 시절, 아내는 대부분의 생필품과 음식재료들은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새 누군가의 노동으로 배달된 택배 상자들이 현관문 앞에 놓여 있었고, 저녁에 퇴근하면 낮 동안 배달된 택배 상자들이 현관문 앞에 놓여 있었다. 가끔 밤에 산책하러 가면 음식 배달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도로를 달리고 아파트와 상가들을 들락날락했다. 집에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생활이 가능한 시대, 이른바 “언택트(Untact)”의 시대가 더 깊숙이 우리 삶에 파고든 것이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하고 있는 선배가 있다. 20년 전 내가 신입사원 시절 나의 ‘사수’였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며,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다. 새벽에 일어나 7시까지 대구에 있는 물류창고에 출근해서 제품을 싣고 포항으로 이동해 저녁 7시까지 일을 한다. 하루 종일 전화통화하고 배달하고 물건을 싣고 가게들을 찾아다니면서 수금하는 일을 일주일에 일요일 빼고 6일을 한다. 게으르고 쉽게 포기하는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그 선배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죽도시장의 특성상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격일제 근무를 시키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주말에 오랜만에 만나 술을 한잔하면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했다.
“나하고 인터넷 사업해봅시다.”
“글쎄, 그게 되겠어? 나는 인터넷 잘 모르고 너도 잘 모르잖아.”
“내가 한 번 공부해 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준비하라고 하면 준비하시고, 진행과정이나 필요한 사항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터넷이라고 해봐야 스마트폰으로 SNS와 뉴스를 검색하고, 가끔 필요한 책이나 물건을 사던 가장 일반적인 수준의 내가 쇼핑몰을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마켓플레이스 동영상 강의를 듣고,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 여러 쇼핑몰 창업 성공 스토리 채널을 구독하고 시청했다. 선배에게는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라고 했지만 막상 나는 더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네이버와 쿠팡에 입점 신청은 해 놓았지만 어떤 제품을 등록할지, 사진촬영과 상세페이지는 어떻게 만들지, 광고는 어떻게 진행할지 나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며, 막막한 상황에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며, 처음에 가졌던 자신감은 하루하루 하한가를 쳤다. 그렇게 한 달을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눈앞의 벽은 깨고 부수든지, 그 벽을 넘어야만 건너편 세상을 볼 수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선배에게 요즘 가장 잘나가는 상품을 하나 추천받았다. 명태 껍질을 기름에 튀겨서 설탕과 소금을 버무린 ‘명태껍질튀각’이었다. 제품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조명기구와 배경지를 샀다.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망고보드’란 디자인 플랫폼 사이트에 월 29,000원이란 거금을 주고 가입을 하고 공부했다. 다른 경쟁사 제품 상세페이지를 모두 출력해 벤치마킹하며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디자인을 했다. 3일을 꼬박 걸려 만든 상세페이지 파일을 스마트폰에 저장을 해 놓고 수십 번을 보고 또 보고 수정을 했다.
먼저 쿠팡에 제품 등록을 했다. 제품명을 입력하고 판매 가격과 옵션을 설정했다. 상세페이지 파일을 등록하고 기타 여러 정보를 입력하고 ‘등록’을 클릭했다. 마침내 나의 첫 판매 상품이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제품 판매 사이트 주소 링크를 복사해서 선배와 아내에게 보냈다. 신기하기도 하고 나름 뿌듯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일단 내가 판매하는 제품을 상위 랭킹에 올리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다시 공부에 돌입했다. 경쟁사의 판매 가격, 상품 리뷰, 우리 제품만의 특장점, 고객 관리 등…
아직도 기억한다. 7월 1일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사무실로 걸어가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사무실로 서둘러 뛰어가 노트북을 켰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판매자 사이트 화면에 뜬 ‘발송 요청 1건’이라는 숫자의 설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제품을 보낼 때 그냥 보내지 않고 감사장을 예쁘게 디자인해서 함께 보냈다. 시간대별로 광고 설정을 수시로 변경하며 판매를 늘려나갔다. 한 달 정도 지나자 ‘명태껍질튀각’ 검색어 순위에서 내가 올린 제품이 드디어 1위가 되었다.
명태껍질튀각에 이어 다시마튀각, 참기름, 젓갈, 고춧가루도 상품 등록을 했다. 나의 자체 평가에 불과하지만 제품 상세페이지 디자인 실력도 많이 늘었다. 최근에 올린 김치의 상세페이지는 여러 지인들에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상세페이지만 보고 주문하는 사람도 많다. 첫 주문이 들어온 7월의 총 판매는 200만 원을 간신히 넘었지만 지난달에는 1,300만 원이 넘었고, 이번 달에는 3천만 원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아직 물류창고도 없이 나는 대구에서, 선배는 포항에서 주력이 아닌 부업 수준의 판매 실적이지만 인터넷 판매가 주력이 되기 위해 오늘도 아이템을 찾고 공부를 한다.
“눈앞의 벽은 깨고 부수든지, 그 벽을 넘어야만 건너편 세상을 볼 수 있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벽 앞에 마주했다. 대부분 그 벽을 피해 다른 길로 돌아갔다. 그래서 여러 길을 가다 보니 나의 길이 없었다. 50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또다시 새로운 길에 들어서 처음으로 벽을 깨 보았다. 이제야 그 벽 뒤에 있는 세상이 보인다. 남이 선택한 내가 아닌 내가 선택한 길에 서 있는 행복을 찾는 중이다.
다시 스마트폰을 확인해 본다.
현재 주문은 85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