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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Aug 30. 2021

페이스북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나'란 존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어느 날 문득, 스마트폰에 볼 것이 사라졌다. 예전 회사 생활할 때, 수시로 확인했던 단톡방의 알림 소리는 나 혼자 일을 하면서 사라졌다. 나 혼자 일을 하니 전화의 수신도 별로 없고, 발신도 거의 하지 않는다. 통장 잔액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실은 불법 대출업계에서 서로 공유가 되는걸까 어떻게 알았는지 대출 안내 스팸전화만 하루에 2~3통 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스팸전화를 걸러주는 어플의 친절함에 요즘은 그 전화도 블로킹을 당해 요즘은 그마저도 뜸해졌다. 한창 글쓰기에 빠져 있을 때 오마이뉴스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누가 내 글을 보았을까 하며 수줍게 어플을 클릭하던 습관은 나의 게으름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가끔 나의 일상생활과 독서 메모를 남기던 인스타그램과 그와 연동된 페이스북만 남아서 내 전화기가 스마트폰이라는 확인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제 그만 봅시다. 페이스북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며칠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을 삭제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쥐똥만큼의 미련은 남아 있어서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게시물은 보지 않는 ‘팔로우 취소’를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야 어차피 이미지 위주라 그냥 보기 싫으면 손가락으로 피드를 날려버리며 안 보면 그만인데, 이놈의 페이스북은 텍스트가 중심이라 그게 안되더라는 말이다. 페이스북의 특성상 나와 관심사와 정치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 것이 관성화되어 있어 언론사나 유명 셀럽 이외의 일반인은 나의 생각과 비슷한 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니 비슷한 정치 성향이라고 생각했던 일반인들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난 민주당 당원은 아니었지만 민주당 정치인들을 지지한다. 윤석열을 쥐어패고 싶을 정도로 싫어하며, 그에게 멸문지화에 이를 정도로 공격을 당했던 조국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대선 후보 시절 함께 찍은 사진은 아직 내 책상 앞에 있다. 하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좀 화끈하게 조져주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내심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이재명이 대선 후보가 되든, 이낙연이 되든 나는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찍을 것이다. 민주당원들로부터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는 박용진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이 조국을 향해 칼을 겨누고, 청와대를 향해 시건방을 몸소 보여주던 때, 페이스북을 열어보면 뉴스피드의 대부분은 윤석열을 욕하는 글과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자 윤석열을 욕하는 글과 사진은 서서히 사라졌다. 대신 등장한 것은 이재명을 욕하는 글과 사진, 그리고 이낙연을 욕하는 글과 사진으로 윤석열의 빈자리를 꽉꽉 채웠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히 관망을 하고 있겠지만,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어딘가에 그 화와 성질을 뿜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좋은 도구가 되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나 혼자 지랄발광하면 뭐하나?


선거란 것이 자기의 장점을 내세우는 것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여 끌어내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매일 그러한 글들을 접하는 것은 참 힘들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에서 내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페이스북에서… 가끔 참전해서 몇 마디 댓글을 달면 피아식별이 불가능한 인간들로부터 무수한 공격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글들을 보지 않겠다고… 주말 동안 500명 남짓한 친구들을 분류해서 일면식도 없이 오로지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지고, 특정 집단과 인간들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맺었던 사람들의 게시물이 뉴스피드에 나타나지 않게 설정을 변경했다. 이제 나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진짜 친구와 몇몇 언론사와 셀럽 몇 명의 게시글만 나타날 뿐이다. 분노할 일도 없고, 그 분노를 이기지 못해 노안이 진행되는 침침한 눈을 비비며 특정인을 욕하는 댓글 달 일도 없다.



시간만 나면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던 때가 있었다. 화면 안 각종 어플에서 확인을 하라는 동그라미 안에 들어 있는 ‘아라비아숫자’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어플 하나, 카톡 메시지 하나 확인하지 않아도 나의 신상에 어떤 변화나 손익이 발생하지 않음을 알고 있어도 병적으로 그 아라비아 숫자에 집착했다. 내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에 누가 댓글을 달았는지, 윤석열의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뉴스에 내가 쓴 댓글에 누가 대댓글을 달았는지 확인하며 분노한 일이 많았다. 가끔씩 내가 써 놓은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칭찬 댓글을 달아주면 뭔가 모를 희열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스마트폰 안 해도 살겠지?


어느 날 문득, 스마트폰에 볼 것이 사라졌다. 지금도 그냥 내 옆에서 까맣게 방치되어 있다. 조용히 스마트폰을 켜서 페이스북을 들어가 본다. 언론사 뉴스 몇 개가 나오고, 정치인 몇 명이 오늘도 열심히 떠들고 있다. 이제는 예전에 무심코 넘어갔던 광고들이 눈에 걸린다. 세 개의 게시글 사이에 광고 게시글 하나, 또 세 개의 게시글 사이에 광고 하나… 그것도 모두 내가 관심 있어하던 분야의 광고다. 물론 내가 언젠가 설정했을 것이다. 그렇다. 난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페이스북은 광고 회사라는 사실을… 지금까지 난 마크 저커버그의 놀음에 빠져 혼자 생지랄을 했던 것이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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