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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Mar 30. 2022

윤석열 바이러스와 면역 이야기

받아들여야 물리칠 수 있다

반복되는 자극 따위에 반응하지 않고 무감각해지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면역(免疫)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몸속에 들어온 병원(病原) 미생물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여 독소를 중화하거나 병원 미생물을 죽여서 다음에는 그 병에 걸리지 않도록 된 상태 또는 그런 작용을 면역이라고 한다. 물론 네이버를 검색해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설명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어젯밤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이 있었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UAE에 1:0으로 패했다. 조 1위도 날아갔고, 무패행진도 끝이 났다. 잠이 오지 않아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다 봤지만 크게 아쉬운 것은 없었다. 뭐 질 수도 있지. 어차피 월드컵 출전은 확정되었으니까 뭐 한 경기 정도는 패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의 승패에 무감각해졌다. 패배에 면역이 생긴 것이다. 

 

조심하고 피해 다녔지만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딸내미 2호를 필두로 나머지 식구가 하루 차이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었다. 일주일을 집안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해제되었다. 집에서 나온 지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잔기침이 나고 피로감을 느끼고 조금만 운동을 해도 숨이 차다. 기저질환인 고혈압이 있긴 하지만 심장이 평소보다 더 강력하게 펌프질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등의 평상시와 다른 후유증이 남았다. 하지만 나 스스로 몸속에 침입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면서 항체를 생산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처참하게 죽인 것이다. 재감염 사례도 있고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면 또 걸릴지 모르지만 웬만하면 다시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역병에 면역이 생긴 것이다. 

 

윤석열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선거날 다음날부터 인터넷 포털과 TV 뉴스를 끊었다. 나의 감정의 찌꺼기 청소를 일부 담당했던 페이스북 댓글놀이를 끊고 스마트폰 초기 화면에서 페이스북 아이콘을 삭제했다. 눈과 귀를 통해서 유입되는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차단했지만 이미 내 마음에 깊이 박힌 ‘윤석열 대통령 바이러스’의 강력한 병원(病原) 효과는 나의 몸을 무기력하게 했고, 나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그만큼 윤석열이란 신종 바이러스는 강력했고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오늘 문득 깨달았다. 내가 비겁했다. 그리고 어리석었다. 바이러스는 피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 않는가? 내가 눈과 귀를 막는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에 살고 있는 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윤석열 바이러스를 피할 방법은 없다. 5년 동안 그 바이러스를 피해 다니며 시름시름 앓는 것보다 차츰차츰 받아들이며 윤석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며 그 독소를 중화시키며, 사람들과 함께 5년 동안 차근차근 밟아 죽여서 다시는 윤석열 바이러스 같은 신종 악성 바이러스에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면역(免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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