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전화를 걸 뿐, 받지 않으신다
아부지에게 전화가 왔다
받으려고 하니 금방 끊어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걸었다
받지도 않는다
아부지에게 전화가 왔다
이제는 영상통화 요청이다
받으려고 하니 금방 끊어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받지도 않는다
아부지 전화기에
단축번호 1번은 아부지 집
2번은 엄마
3번은 아들
무시로 엄마와 내게 단축번호를 눌러
전화를 건다
하지만 한 번도
통화 연결은 되지 않는다
밥 드시는 것은 잊어먹어도
전화기는 언제나 호주머니에 넣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혼자 있으면 만지작만지작
무시로 엄마와 내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한 번도
통화 연결은 되지 않는다
하루에 한두 번
그냥 생각나면 단축번호를 누른다
2번 선수, 엄마
3번 선수, 아들
띠리리 통화가 연결되면
아버지는 닫아버린다
구형 핸드폰 폴더 뚜껑을…
그렇겠지
그러실 거야
전화로 장난치는 것은 아닐거다
“여보!
아들아!
하루에 한두 번은 날 생각해 주소
내가 기억은 잃어가도
당신과 아들놈은 잊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