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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Feb 27. 2023

의사라는 직업이 스승 ‘사(師)’를 쓰는 까닭은?

의사들은 밥그릇이 걸리면 싸운다

자가 붙는 직업들


우리가 흔히 좋은 직업을 말할 때 쓰는 ‘사’자가 붙는 전문직·기술직 직업은 한자로 4개(士·師·事·使)가 있습니다.


선비 사(士)는 직업을 존중하는 뜻으로 가장 널리 쓰입니다. 학위(학사·박사), 기술직(운전사·조종사·항해사·속기사·촬영사), 면허 전문직(변호사·변리사·법무사·공인중개사·검안사·감정사), 특정 분야 뒤에 붙는 상담사·지도사, 힘이 센 역사나 군사, 학예사·악사·바둑기사에도 사(士)자가 붙습니다.


검사·판사는 일 사(事)를 씁니다. 조선 시대 중죄인을 신문한 의금부도사도 이 글자를 썼다고 합니다. 변호사(士)를 빼고 죄를 다루는 공공 영역엔 두루 일 사(事)를 쓰고 있습니다. 외교관 중 영사와 도지사, 집안일을 돌보거나 교회 직분인 집사도 사(事)자가 붙습니다.


보낼 사(使)는 외교관인 대사·공사, 현재 도지사 격인 조선 시대 관찰사, 이순신 장군이 맡은 삼도수군통제사까지 파견직 벼슬아치에 붙입니다. 연산군 때 조정에서 예쁜 여자를 뽑으려고 전국에 보낸 채홍사도 사(使)자를 썼습니다.



스승 ‘()’ 쓰는 직업들

 

의사, 간호사, 교사, 목사의 직업에 쓰는 스승 사(師)는 오랜 수련을 거치거나 전문적인 일에 주로 쓰입니다. 교사는 학교에서 희생적 봉사자며 의사, 간호사, 약사는 병원에서 건강을 지켜주고 치료하고 선도하는 스승이며 목사 전도사는 영혼을 선도하는 희생자로서 스승이라는 뜻에서 직업에 스승 ‘사(師)’자를 붙입니다.


우리가 의사나 교사 앞에서 대화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선생님”이라는 부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스승 사(師)’자의 자형적 의미는 백수의 제왕 ‘사자(獅子)’라고 합니다. 사자의 권위, 전투력에서 ‘우두머리’라는 뜻이 나왔습니다. 뒤로 오면서 스승이라는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당대의 문장가 한유(韓愈·768~824년)는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학업을 내려주고 의혹을 풀어주는 존재이다. 도가 있는 곳에 스승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간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 (출처:연합뉴스)


간호법  의료인 면허취소법 갈등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6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야당의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취소법 처리 강행을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의 편향적인 입장만을 전면 수용해 보건의료계의 갈등 양상을 심화시켰다"며 "강력한 유감과 저항의 뜻을 표명하며,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건과 의료를 담당하는 직역군 중에서 간호사로 구성된 간호협회만 “왕따”가 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호법이란?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 내 만든 법입니다. 논란이 되는 간호법 제정안은 기존에 간호사 업무를 규정했던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 업무 범위,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등을 규정하는 독립 법안입니다. 가정간호, 방문건강관리, 노인장기요양 등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현장에서 간호사가 담당하는 일은 늘어나면서 명확한 업무 규정이 필요한데 따른 것입니다.


간호사로 구성된 대한간호협회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우수한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독립된 간호법이 이미 제정돼 있다면서 꾸준히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담은 간호법 제정을 요구해왔습니다. 간호법은 지난 2005년과 2019년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됐지만 의협 등의 반발로 폐기된 적 있습니다.

2022년 11월에 있었던 간호협회의 간호법제정 촉구 시위(출처:연합뉴스)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란?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월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 의사협회는 반대의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은 일명 ‘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 또는 ‘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은 의료인 결격·면허취소 사유의 범위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면허 취소 사유가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면허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에 한정돼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를 ‘모든 법령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본회의로 회부된 개정법안은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습니다. 게다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10년 이내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은 "의료인도 평범한 인간이다. 실수도 할 수 있다. 교통사고를 냈다고 의료인이 환자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며 "의료 관련 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5년 이상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은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라고 말하며 의료인 면허 취소법을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전문직직종 성범죄 비율 의사가 1?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2019년 의사 범죄 현황 가운데 살인·강도·절도·폭력은 2867건, 성범죄는 613건이라고 합니다. 또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2017~2020년 성폭력 범죄자 직업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 5569명 가운데 의사가 602명(10.8%)으로 가장 많았고 예술인 495명, 종교가 477명, 교수 171명, 언론인 82명, 변호사 50명 순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전문직’ 직종 가운데 성범죄를 저지르는 직업이 의사가 단연 1위라는 말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살인·강도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2,800여 명을 넘어서고,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600여 명인데도 다수가 의사 면허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병원에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의사 중에도 강력 범죄와 성범죄 전과자이면서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있다는 말입니다.


의료인 면허 취소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강력 범죄로 처벌받은 의사의 면허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지적과 비판이 잇따르는 데다 다른 전문직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이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합니다. 국회의원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합니다.



의사(醫師)’라는 직업의 의미

 

의사라는 직업도 초기에는 ‘스승 사(師)’자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 중인 1951년에 국민의료법을 만들면서 ‘의사(醫士)’를 ‘의사(醫師)’로 바꿔 표기하기로 했습니다. 직업적인 의미보다 도덕적 사명(使命)의 의미를 더 강조하며 개인보다 사회에 봉사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사들은 교통사고와 같은 직업과는 무관한 사유로 인해 의사들의 생존권을 박탈할 수 있냐고 항변하지만 그건 의사라는 직업의 특권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이기적 차별의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또한 교통사고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것은 그 사고가 중과실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사망 또는 중상에 해당하는 사건에 내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해당 교통사고로 재산상의 피해를 입거나 생명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피해자의 형평성에서 생각해 보면 의사면허 취소가 그다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다시 의사면허를 교부받을 수 있다면요.  


우리나라 의사들은 자주 거리에 나와서 투쟁을 하곤 합니다. 국민들의 건강과 의사라는 직업의 생존권이라는 말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의사들의 기득권과 안정적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임은 의사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간호법’ 개정안은 의료 직군들 간에 쟁점이 치열해서 논의의 과정을 더 거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서 의사들이 반발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건강권보다 의사라는 직업의 기득권을 처절히 지키려 애쓰는 한국의 일부 의사들은 의사(醫師)도 아니고 의사(醫士)도 아닙니다. 그들 스스로 ‘의사(醫師)’라는 직업을 내팽개치고 ‘의료업자(醫療業者)’임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스스로 윤리의식을 강조하지 않고 기득권과 밥그릇만 지키려고 하면 그런 의사들은 의료업을 하면서 돈을 벌어먹고 사는 ‘놈(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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