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기똥차다는 매형의 말을 듣고 찾아왔다. 어차피 시간은 남아돌고 음식물은 뱃속에 처넣어야 하니까. 장날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많다. 한참을 기다렸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계시고.
대구 동구 불로시장에 위치한 고향손국수. 허름한 간판에도 손님이 벅시글하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식당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다들 칼국수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먹느라 정신이 없다. 좁은 공간에 테트리스 퍼즐 맞추듯 식탁을 배치해 놓았다. 덕분에 오른쪽 테이블 아줌마가 면발을 입으로 빨아당기는 소리도 리얼로 들을 수 있다. 왼쪽 아저씨는 지난 주말 동창회에서 양갈비를 먹었다고 친구에게 자랑질 중이다.
물은 셀프요, 반찬은 알아서 가지고 가란다. 결국 칼국수 이외에는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굳센 의지이다. 그래 좋다. 이 정도 불친절과 퉁명함은 내가 사는 대구의 전통이다.
반찬은 딱 두 개, 석박지와 된장고추절임.
반찬은 딱 두 개, 석박지와 된장고추절임이다. 스뎅 그릇에 가득 담아왔다.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반찬부터 맛을 봤다. 석박지를 입에 물자 달콤짭쪼름한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된장고추절임은 청양고추를 전통된장에 묵혀서 절임으로 만든 거라 매콤하지만 된장 고유의 맛이 입혀져 구수하기까지 하다.
“국수 나왔습니다.”
드디어 칼국수가 나왔다. 칼국수 그릇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아주머니가 왜 곱빼기를 시키지 말라고 했는지 단박에 알게 되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왜 곱빼기를 시키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양이 어마무시하다.
국물을 먼저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었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다. 양념장을 조금 넣고 다시 국물맛을 보았더니 시원하고 깔끔한 맛에 감칠맛이 더해진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발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주방에서 직접 반죽을 하고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내는 면발이라 쫄깃쫄깃하고 양념이 면발에도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죽인다. 맛있다. 진짜 맛있다.
한 그릇을 정신없이 먹었다. 먹는 중간에 석박지와 된장고추절임 반찬을 세 번 정도 더 가져와서 맛나게 칼국수와 함께 먹었다. 칼국수 면발은 물론 국물까지 싹 비워냈다. 죽인다. 맛있다. 진짜 맛있다.
어지간한 사람이면 보통은 국물까지 클리어한다.
배가 부르다. 배가 불러 근처에 있는 불로동 고분군을 걸었다. 고분군을 걸으면서도 계속 생각난다.
'칼국수와 석박지, 된장고추절임... 아... 내일 또 와서 먹을까? 아냐... 하루는 건너 뛰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