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내일러 양성하는 내일이
Sep 17. 2021
나는 7시에 출근하는 교사였다
왜 그렇게 빨리 출근하세요?
나는 6시30분~7시 출근하는 교사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빨리 출근하냐고.
챙길 아이가 없느냐고도 묻는다.
그 아이들은 알아서 지네가 스스로를 챙깁니다.라고 답하고 싶지만, 그냥 웃을 뿐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유 없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보다.
학교에 일찍 오면 먼저 향기로운 커피를 내린다.
학교를 빛내주시는 여사님과 인사를 나눈다. 언젠가 여사님이 6시 반에 학교 문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다음부터는 6시 반에 오려고 한다.
교사들은 8시 반까지 출근이고 8시 20분에만 가도 교무실은 비어있다. 대부분 출근시간은 칼같이 지키거나 조금 늦다.
그럼 나는 무얼 하느냐.
책을 읽는다.
글을 쓰기도 한다.
유튜브를 시청한다.
멍때리고 있기도 한다.
그냥 그런 시간이 좋다.
얼마 전 내가 폭탄 하나를 투척한 듯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게 폭탄이 되었다.
명퇴 선언을 한 것이다.
내 나이 47세.
아직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이고, 나는 학교에서 부장으로 내 할 일을 잘하고 있는 때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게 폭탄이 된 것이다.
나의 절친 샘은 매일 물어본다.
퇴직하고 싶은 맘이 100%라면 어느 정도 되느냐. 매일 나의 마음을 체크한다.
나는 101%라고 대답한다.
사실 200%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절친 마음을 생각해서 101%라고 한 것이다.
그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
그럼 이어서 퇴직하고 뭐할 건데?라고 묻는다.
사실 이 질문은 답하기가 싫었다. 아직 모르거든요. ㅎㅎㅎㅎ
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화내고, 야단치고, 더 있기를 종용한다.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전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50이 다 돼가는 나이인데
내 인생 내가 정하지도 못하나.
그들은 내게 정이 들었고,
내가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고,
아직은 학교에 필요한 사람이니,
퇴직이 웬 말이냐 하겠지만
그건 나의 선택인데 존중해주는 사람이 없다.
나를 마치 사춘기 아이 대하듯 야단을 친다.
아놔 내가 중딩이냐고요....
"정말? 그런 선택을 했어? 대단하다. 정말 응원할게."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싶었지만, 극소수만 그럴 뿐이다.
남편하고 이야기된 거야?라고 묻는다. 여기서 뿜을 뻔했다.
남편은 먼저 회사 그만두고 이미 살림하고 있어요.
자기가 먼저 탈출했는데?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 평일에 맛집가고 싶어서 그래요.
이 세상은 전쟁터야.
- 저 총 많아요.
남의 돈 받아먹고 살기 쉬운 줄 알아?
- 네니오.
그냥 교사로 있는 게 제일 좋아(쉬워).
- 인정
내 딸이었으면 너 가만안둬.........
- 네 저의 어머니께 참 감사합니다. 절 그만두게 못하실 테니.
(어머니스토리도 브런치에 쓸 예정입니다.)
네네. 맞습니다. 맞고요.
근데 전 그 전쟁터에서도 나를 빛나게 하고 싶은데 어쩌죠?
그냥 적게 벌어먹고 살게 되더라도 나 하고 싶은 일하며 살고 싶은데 어쩌죠?
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어쩌죠?
그냥 절 이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자리를 대신할 분을 뽑는 게 손이 많이 가니 귀찮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그저 오래되고 익숙한 제가 떠나는 게 싫으신 거죠.
네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절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셔요.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그냥 내 마음가는 대로 글 쓸겁니다.
중딩과 학부모를 위한 교사답게 쓴 친절한 글은 '중딩아 뭐먹고 살래'로 끝냅니다.
사실 저 그렇게 친절한 사람 아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