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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교사를 그만두는가

나도 한번 내 맘대로 살아보자.

아니 누가 니맘대로 살지 말라 그랬니?


나는 교사가 체질인 사람이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가업(?)이기도 하다.


교생실습을 나왔던 그 시절 나는,

'급여는 안 받아도 되니 교생실습을 계속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사범대 다니는 사람들은 다 저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지.

근데 그게 아니었다.

교생실습으로 인해 교사를 절대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이 온도차 무엇...


나는 수업방식이 혁신적이지도, 학교 안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다.

나의 졸저 '수업하기 싫은 교사' (검색하면 나오긴 함)에서처럼 그냥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담임하는 게 좋았던 거다.


지금은 부장이 된 지 8년 정도 되고, 담임을 안 하게 되면서 업무적으로 조금 편해졌지만, 담임을 하지 않으니 학교에서의 삶이 조금은 무의미해져 갔다.


그럼 담임을 하면 되잖아? (이런 말은 학교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말임)

담임을 안 한 지 저렇게 오래되면 또 하고 싶지가 않다. 왜? 편하니까.


담임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행복한 지옥' (이렇기 때문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담임을 하기엔 해야 할 행정처리와 잡무가 거~업나게 많다는 거지.


그냥 내 할 일 조금 하면서 조금 되는 월급을 받고 살아도 된다. 다들 그렇게 한다.

나도 무려 15년 정도는 그렇게 살았다. 교사로 만족하고 살아도 나쁘지 않았다.


그냥 나쁘지가 않았던 거지 충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던 중 작년 겨울에 엄마가 뇌출혈로 뇌수술을 받으시는 어마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나처럼 공감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을 위하여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신체 건강하시나, 어린아이가 되셨고, 옹알이 정도로 말씀을 하신다.


우리 엄마가 누구셨던가.


어느 누구보다 똑똑하셨고, 누구보다 건강하기 위해 사시던 분이셨다. 교사셨던 엄마는 사회생활, 종교 생활 만렙이셨다. 그런 엄마의 뇌출혈 앞에서 나는 절대 넘지 못할 거대한 산을 만난 느낌이었다.


작년부터 나에게 늘 따라다니는 생각은 바로 '죽음'이었다.


나는 죽음이 두렵고 무섭고 답답하다.


메가톤급으로 핵 긍정적인 나도, 죽음에 대하여 생각할 때는 노답이다. 정말 너무 두렵고 무섭다.

종교를 가지라는 그런 걸로도 해결 안 되는 두려움이다.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내게도 어쩌면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교사로 지나치게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


존경받았고, 대우받았고, 부모들은 날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렇게 누리던 내 삶의 무게도 같이 무거워져 갔을 것이다.


6년 전쯤부터 나는 세상으로 나가 공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공부, 바리스타 자격 도전, 쇼핑몰 구축, 사업가 모임 가입, 갤럽 강점 공부까지


나는 궁금한 건 다 배웠고,  나도 학교 밖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학교 밖에서 나도 내 능력으로 삶을 꾸려보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물론 두렵다.


그래서 두려움을 배우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게 느낌만으로 되겠어?라고 물으면 할 말 없다.


지금 내가 무엇을 어떻게 증명해 보이겠는가? 그리고 내가 왜 그들에게 증명해야 하는가?


나는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들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정말 그러면 된다.


학교를 그만두며 생기는 반응들을 보며, 이거 쉽지 않은데라는 생각과 함께, 이거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정리하자면,


내가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1. 엄마의 뇌출혈로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2. 나도 사업자 내서 해보고 싶었던 건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3.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사는 삶에 대하여 보여주고 싶고, 또 도전하게 하고 싶다.

4. 경제적 자유... 늦었지만 꼭 이루어 내고 싶다.

5. 교사라는 옷을 벗고 나답게 살고 싶다.

6.  학교 밖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하며 살고 싶다.

7. 그냥 예전부터 남들하고 똑같은 건 지루하고 맘에 안 들어했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8. 평일에 맛집 가서 줄 많이 안 서고 들어가고 싶다.(진심임)

9. 방학 말고 평일에 요금 쌀 때 여행 가고 싶다.

10. 해외 한 달 살기 나도 하고 싶다.


그 외에도 더 댈 수도 있지만, 점점 유치해져서 여기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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